포항공대 총여학생회 초청 강연
​​​​​​​일부 남학생들 반발로 결국 취소
“총여학생회 구성원 신상유포 우려…
여성폭력 유야무야 넘어가선 안 돼”

반성폭력 활동가인 하예나 DSO(디지털성폭력아웃) 전 대표는 포항공대 강연 취소에 대해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라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시스
반성폭력 활동가인 하예나 DSO(디지털성폭력아웃) 전 대표는 포항공대 강연 취소 사태에 대해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라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시스

포항공대에서 일부 남학생들의 반발로 페미니즘 강연이 무산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강연자로 초청받은 하예나 전 DSO(디지털성폭력아웃) 대표는 강연 취소 사태에 대해 “유감스럽다”며 “이번 사건은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backlash‧반발)”라고 말했다. 백래시는 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해 나타나는 반발성 공격을 뜻하는 표현으로, 최근 페미니즘 확산에 대한 백래시는 여성을 위축시키고 법·제도 개선을 가로막는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한다.

반성폭력 활동가인 하예나 전 대표는 포항공대 총여학생회 초청으로 ‘여성운동과 디지털 성폭력’을 주제로 4월30일 온라인 강연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씨는 2016년 한국 최대 불법촬영물 유통 사이트인 소라넷 폐쇄에 기여한 인물로 2018년 BBC가 선정한 ‘올해의 여성 100인’에 선정됐다.

포항공대에서 일부 남학생들의 반발로 페미니즘 강연이 무산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포항공대 전경. ⓒ포항공대
포항공대에서 일부 남학생들의 반발로 페미니즘 강연이 무산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포항공대 전경. ⓒ포항공대

강연이 예고되자 포항공대 재학생이라고 주장하는 남성들은 '개드립', '에펨코리아', '보배드림' 등 대형 온라인 남초 커뮤니티에 잇따라 강연 저지와 총여학생회 폐지를 위해 “도와달라”는 글을 올렸다. 이들은 하예나 전 대표가 트위터에 올린 글의 일부만을 캡쳐한 뒤 “‘남성 혐오’ 표현이 담겼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강연을 주최한 총여학생회 구성원의 개인 신상을 털어 남초 커뮤니티에 유포하며 위협하기도 했다. 학내외에서 쏟아진 항의와 위협에 총여학생회는 5일 결국 강연 취소를 결정했다.  

리셋, 유니브페미,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100여개 단체와 5050여명의 개인이 참여한 '여성전진 공동행동'은 성명을 통해 "연사의 행적이 본인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부세력을 끌어들여 탄압하는 것은 명백한 사상검증"이라고 비판했다.

하예나 전 대표는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번 강연 취소는 사건의 결말이 아닌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사건이 또 다른 페미니즘 강연자의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전진 공동행동
리셋, 유니브페미,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100여개 단체와 5050여명의 개인이 참여한 '여성전진 공동행동'은 강연 취소를 요구하며 벌인 포항공대 일부 학생들의 행태를 규탄하며 강연 재개를 촉구했다. ⓒ여성전진 공동행동

그는 “개인 트위터를 뒤져 글의 맥락은 무시한 채 일부 표현만을 편집해 남초 커뮤니티에 퍼나르고, 학교 측에 강의 취소 요청을 한 행위는 명예훼손이자 업무 방해 행위”라며 “무엇보다 총여학생회 구성원의 신상을 털고 유포하는 행위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고 말했다.

하예나 전 대표는 “포항공대 일부 남학생들이 ‘도와달라’고 요청한 남초 커뮤니티는 ‘길거리’라고만 검색해도 불법촬영물이 공유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이런 공간에 페미니즘 강연을 열었다며 개인 신상을 공유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개인 신상 유포와 허위사실 유포 같은 여성폭력 행위가 유야무야 넘어가서는 안 된다”며 “이러한 일이 용인되면 여성에 대한 폭력과 남초 커뮤니티의 행위가 정의로운 행동인 양 합리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