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예나 활동가 ‘디지털 성폭력’ 강연 취소
총여학생회 “많은 게시물 대응
어렵고 개인 사생활 침해 우려”

포항공대 총여학생회가 추진한 반성폭력 활동가 초청 강연이 일부 학생들의 반발로 결국 무산됐다. 사진은 포항공대 전경. ⓒ포항공대
포항공대 총여학생회가 추진한 반성폭력 활동가 초청 강연이 일부 학생들의 반발로 결국 무산됐다. 사진은 포항공대 전경. ⓒ포항공대

포항공대 총여학생회가 추진한 반성폭력 활동가 초청 강연이 일부 남학생들의 반발로 결국 무산됐다.

총여학생회는 5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여성운동과 디지털 성폭력’ 강연은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연사를 섭외해 강연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강연 취소 배경에 대해 “학우들의 의견을 수렴해 문제 사항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학부생 신분인 총여학생회 집행위원들이 만 개가 넘는 게시물을 모두 모니터링하고 대응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는 개인의 사생활 침해로도 이어질 수 있어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총여학생회는 4월30일 하예나 전 DSO(디지털성폭력아웃) 대표를 초청해 ‘여성운동과 디지털 성폭력’을 주제로 온라인 강연을 열 예정이었다. 하예나 전 대표는 2016년 한국 최대 규모 불법촬영물 유통 사이트였던 ‘소라넷’ 폐쇄에 크게 기여한 인물로 2018년 BBC ‘올해의 100인의 여성’에 선정됐다. 

ⓒ여성전진 공동행동
ⓒ여성전진 공동행동

강연 소식이 알려지자 포항공대 재학생이라고 주장하는 남성들은 지난달 27일부터 '개드립', '에펨코리아', '보배드림' 등 대형 온라인 남초 커뮤니티에 강연 취소와 총여학생회 폐지를 촉구하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들은 강연자의 SNS 캡쳐 이미지를 올리며 “남성 혐오 표현이 담겼다”고 주장했다.

이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강연 취소와 총여학생회 폐지를 요청하는 게시물이 수십 건 올라오고 실제 해당 부서에는 항의 전화가 쇄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여학생회 구성원에 대한 신상털이 위협도 확인됐다. 논란이 계속되자 총학생회는 지난달 28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강연을 연기하고 5월 5일 오후 10시 전체학생대의원회의를 열고 해당 강연의 개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학내외에서 페미니즘과 총여학생회를 향한 백래시(bachlash‧반발)가 심해지자, 전체학생대의원회의가 열리기 전에 강연 취소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여성의당, 리셋, 유니브페미,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100여개 단체와 5050여명의 개인이 참여한 ‘여성전진 공동행동’은 성명을 통해 하 전 대표의 강연을 재개하고 학생들을 보호하라고 포항공대 측에 촉구했다. 이들은 “연사의 행적이 본인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부세력을 끌어들여 탄압하는 것은 명백한 사상검증”이라며 “이러한 일이 반복해서 용인될 때, 개인 및 단체에 행해지는 여성폭력과 남초 커뮤니티의 여성혐오적 문화는 마치 정의로운 행동인 양 합리화된다”고 비판했다.

공동행동 측 관계자는 “곧 이번 강연 무산과 관련해 공동 성명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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