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메갈’ 찾기 논란… 해명 불구 “기분 나쁘니 불매”
숨은 ‘메갈’ 찾기 논란… 해명 불구 “기분 나쁘니 불매”
  • 이하나 기자
  • 승인 2021.05.04 15:41
  • 수정 2021-05-07 1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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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홍보물에 쓰인 손 모양
‘메갈리아’ 상징이라며 항의
편의점 GS25 이벤트 홍보 포스터 ⓒGS25<br>
편의점 GS25 행사 홍보 포스터. 엄지와 검지를 ‘C’자형으로 만든 손 모양이  ‘메갈리아’ 로고를 상징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삭제됐다. ⓒGS25

지금 온라인에서는 ‘숨은 메갈리아 찾기’가 한창이다. 온라인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엄지와 검지를 ‘C’자형으로 만든 손 모양이 지금은 폐쇄된 여성혐오 반대 사이트 ‘메갈리아’ 로고를 상징한다며 비슷한 손 이미지를 사용한 기업‧기관을 찾아내 항의하고 있다.

집게 손 모양은 모두 ‘메갈’?

GS25는 1일 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경품 증정 행사를 홍보하기 위한 포스터를 게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포스터 속 손 모양이 ‘메갈리아’ 로고 이미지와 유사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부 남성들은 엄지와 검지로 만든 집게 손 모양이 ‘한국 남성 성기가 작다’는 비하의 뜻을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손 모양 옆에 그려진 ‘소시지’ 그림도 “남성의 성기를 빗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일부 남성들의 항의에 GS25 측이 포스터를 수정했다. 그러나 이들은 “포스터에 적힌 ‘Emotional Camping Must-have Item’의 각 단어 마지막 글자를 조합하면 ‘메갈’(megal‧메갈리아 이용자)이라는 단어가 나온다”거나 “포스터 하단의 달과 별 디자인이 모 대학 여성주의 학회 마크”라며 “남성 혐오를 티내고 싶어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남성 누리꾼들은 경찰청 홍보물에 쓰인 손 모양을 두고 남성 비하를 의미한다고 항의했다. ⓒ경찰청
일부 남성 누리꾼들은 경찰청 홍보물에 쓰인 손 모양을 두고 남성 비하를 의미한다고 항의했다. ⓒ경찰청

GS25가 “그런 의미는 알지도 못했고, 제작 과정에 아무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하고 포스터를 삭제했지만, 이들은 “믿을 수 없다”, “우연이 이렇게 겹칠 수 없다”며 불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GS25에 이어 무신사도 공격 대상이 됐다. 이른바 ‘남성 혐오’ 이미지를 사용했다는 주장에 무신사 측은 “어떤 의도도 없었다.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낙인을 찍고 비난하는 걸 멈춰달라”고 했지만, 비난은 이어지고 있다.

공공기관에도 항의가 빗발쳤다. 경찰청은 도로교통법 개정 관련 홍보물에 사용된 이미지에 대한 항의가 나오자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제작된 자료를 수정하겠다”고 반응했다.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홍보물에서 숨은 ‘메갈’ 찾기가 한창이다. 물건을 집거나 크기를 나타낼 때 또는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손 모양도 모두 ‘메갈’이라며 몰아가는 움직임은 심해지고 있다. 공격 대상의 해명과 사과에도 불구하고 “내 기분을 상하게 했으니 용서 못한다”는 식으로 반응한다.  

메갈리아 로고 ⓒ위키피디아
메갈리아 로고 ⓒ위키피디아

승인과 좌표찍기 공격 방식

온라인에서는 이 같은 행태에 “흔한 손 모양을 두고 생트집을 잡는다”는 지적과 함께 “일부 극단적인 남성들의 떼쓰기를 순순히 받아주는 기업과 경찰청의 반응이 실망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일부 누리꾼들은 ‘허버허버’ ‘오조오억’ 등 신조어가 일명 ‘남성 혐오’ 용어라고 주장하며 해당 표현을 사용한 기업과 유명인을 찾아내 공격했다. 신조어, 메갈 손 모양 등의 논란이 확산되는 방식은 비슷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회원들에게 ‘승인’ 받으면, ‘좌표 찍기’를 통해 ‘댓글 테러’를 하는 방식으로 공격한다. 집단 항의를 받은 기업과 개인은 ‘사과’를 하고,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이 사과를 “승리”로 받아들인다.

여성학자 권수현씨는 이런 남성들의 행태를 “게임의 언어와 여성 혐오의 언어가 하이브리드(결합)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익명의 사람들이 언어와 문화, 플랫폼을 공유하며 하나의 유기체(남초 커뮤니티)를 구성한다”며 “유기체로서 지금 같은 공격 방식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고 짚었다. 권 박사는 “이들에게는 팩트(사실)는 중요하지 않다”며 “공격 대상이 사과하게 만드는 것, 그들에게 사과를 받는 것이 목적이며 이런 방식을 통해 우월한 지위를 누리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6년 전 사라진 ‘메갈리아’가 살아있다?

2015년 5월 발병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첫 확진자가 홍콩여행을 다녀온 여성이라는 추측성 기사가 나면서 여성 혐오 발언이 이어졌다. 그 영향으로 2015년 5월 디시인사이드에 ‘메르스 갤러리’가 생겼고 여기서 8월 독립한 사이트가 ‘메갈리아’다. 메르스 갤러리와 남녀 성역할을 뒤집은 소설인 ‘이갈리의 딸들’을 조합해 만들어진 이름으로 메갈리아 이용자는 ‘메갈리안’으로 불렀다. 메갈은 메갈리안의 줄임말이었지만, 지금은 아예 페미니스트 비하하고 낙인찍는 말로 쓰이고 있다. ‘여성혐오를 혐오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6개월간 활발히 운영되던 사이트는 내분으로 분열했고 명맥을 이어오다 2017년 완전히 폐쇄됐다.

메갈리아는 6년 전 사라졌으나 일부 남성들은 성평등에 대해 목소리를 내거나 여성 혐오에 대해 비판하는 여성을 ‘메갈’로 낙인찍고, 일명 ‘남성 혐오를 한다’고 주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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