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서울)과 오거돈(부산) 전임 시장의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으로 열린 4·7 재·보궐선거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박형준 후보의 당선으로 끝났다. 선거결과는 (여론조사 발표가 금지된 4월 1일 이전에 발표된 여론조사들을 통해)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일이기에 놀랍지 않다.

20대 여성과 남성의 같으면서도 다른 선택

사람들이 놀라고 주목한 것은 선거 당일 투표 종료 후 방송3사(KBS·MBC·SBS)가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였다. 연령대별과 성별로 후보자 투표율을 표시한 출구조사 결과(<그림 1> 참조)에는 몇 가지 눈에 띠는 숫자들이 나타났다.

첫째, 20대 남성의 72.5%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를 찍었다는 것, 둘째는 20대 여성의 15.1%가 기타정당을 찍었다는 것, 셋째는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찍은 비율이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를 찍은 비율보다 높게 나타난 집단은 40대 남성(51.3%)과 20대 여성(44.0%)이 유일하다는 것이다.

<그림 1>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 자료: KBS·MBC·SBS 방송3사 출구조사 / *출처: KBS 뉴스
ⓒ 자료: KBS·MBC·SBS 방송3사 출구조사 / 출처: KBS 뉴스

또한 이번 결과를 21대 총선 때의 출구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모든 연령대에서 여성과 남성의 더불어민주당 투표율이 줄었고, 국민의힘 투표율은 높아져 21대 총선과 반대의 상황이 됐다. 그리고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여성과 남성 모두에서 더불어민주당 투표율 하락폭(18-20대 여성: -25.5%, 30대 여성: -25.2%, 40대 여성: -13.7%, 50대 여성: -7.2%, 60대 이상 여성: -7.1%)이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반대로 말하면, 연령이 낮아질수록 국민의힘 투표율 상승폭(18-20대 남성: 32.1%, 30대 남성: 30.6%, 40대 남성: 19.3%, 50대 남성: 12.3%, 60대 이상 남성: 10.5%)이 커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청년층이 다른 연령대보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상대적으로 높은 기대를 갖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실망도 더 컸다는 것을 보여준다.

의리가 있다면, 이남자 아니라 ‘이여자’

한편, 21대 총선과 다르지 않은 경향성도 보이는데 더불어민주당에 투표한 사람들 중에서 20-30대에서는 여성 투표율이 남성보다 높은 반면, 40대 이상에서 남성 투표율이 여성보다 높다. 반대로 국민의힘에 투표한 사람들 중에서 20-30대에서는 남성 투표율이 여성보다 높고, 40대 이상에서는 여성 투표율이 남성보다 높다(<그림 2> 참조).

20-30대 여성의 약 20%, 남성의 약 30%가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이탈했지만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에 지지를 보낸 20-30대에서 여성 비율이 남성보다 높다는 것은 더불어민주당의 20-30대 지지기반이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더욱이 20대 여성은 유일하게 더불어민주당에 투표한 비율(44.0%)이 국민의힘에 투표한 비율(40.9%)보다 높다. ‘의리’가 있다면, 이남자(20대 남성)가 아니라 ‘이여자(20대 여성)’다.

<그림 2> 21대 총선과 4·7 재·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투표율 : 성별*연령별

ⓒ* 자료: 방송3사 출구조사 자료(김은주 2021)를 바탕으로 직접 재구성
ⓒ 자료: 방송3사 출구조사 자료(김은주 2021)를 바탕으로 직접 재구성

여성이 남성보다 진보적인 정치행태를 보이는 것을 근대적 성차(modern gender gap), 반대로 여성이 남성보다 보수적인 정치행태를 보이는 것을 전통적 성차(traditional gender gap)라고 부른다. 한국의 정치행태 연구들을 살펴보면, 전 연령대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보수적인 정당을 더 지지하는 전통적 성차가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그런데 2000년대 후반 정도부터 20대에서는 전통적 성차에서 근대적 성차로의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2007년과 2012년 대선 그리고 2008년과 2012년 총선 이후 진행된 패널조사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20대 여성은 2012년 18대 대선(박근혜 후보 당선)을 제외하고, 20대 남성보다 보수정당 투표율이 10%p 낮은 경향을 보였다(이우진 2014). 유사한 시기를 다룬 또 다른 보고서에서도 2007년 17대 대선부터 2017년 19대 대선까지 20대 여성이 진보적인 후보와 정당에 지지를 보낸 비율이 남성보다 더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2016년 20대 총선과 2017년 19대 대선 때 그 격차가 더 커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정한울·이정진 2019, <그림 3> 참조).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4·7 재·보궐선거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그림 3> 20대 남녀의 진보 후보/정당에 대한 지지율

ⓒ출처: 정한울·이정진(2019)
ⓒ출처: 정한울·이정진(2019)

여성과 페미니즘 공격해도 이남자 삶에 변화 없어

여성과 남성의 정치행태에 있어 근대적 성차가 나타난다는 의미는 진보적인 정당들의 지지기반이 여성이며, 여성의 지지 없이는 집권이 어렵다라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한국에서는 20-30대를 중심으로 근대적 성차가 보이고 있는데 이 여성들이 향후 수십 년 동안 투표권을 행사하고, 이들이 후대 여성들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20대 여성을 외면하는 정치를 하는 것은 적어도 진보정당의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선거에서 이긴 자뿐만 아니라 패한 자까지 모두 4·7 재·보궐선거 출구조사 결과에서 주목한 것은 이남자 중에서도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 투표한 72.5%의 이남자뿐이었다. (더불어민주당에 표를 준 22.2%의 이남자는 존재감조차 사라졌다.) 특히 거대양당의 젊은 남성 정치인들은 여성과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을 이용해 이남자의 지지를 끌어오려는 데 앞장섰다(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2021).

남성 정치인들이 반페미니즘을 이야기해도 어떠한 정치적 타격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은 한국정치의 기반에 성차별주의(sexism)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으며, 이 구조에서 이득과 특혜를 얻는 것은 남성 정치인들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청년’남성 정치인들 또한 이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에 반페미니즘 대열에 앞장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거대양당의 남성 정치인들이 이남자를 호명하는 행태가 20대 남성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으로 보이고 위안을 주는지 모르겠으나 반페미니즘 구호로 이득을 보는 집단은 결코 20대 남성이 아니다. 반페미니즘을 외치는 남성 정치인들에게 마이크를 주면 줄수록, 20대 남성이 현실에서 겪는 차별과 불평등, 부정의의 원인을 여성과 페미니즘에 돌리면 돌릴수록, 한국사회의 차별과 불평등의 구조는 계속 유지·공고화될 뿐이며, 이 구조를 만든 거대양당의 남성 기득권은 어떠한 정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이 구조 속에서 계속 이득을 누릴 것이다.

미미하나 15.1%가 드러낸 희망

민주주의에 반하는 반페미니즘 구호를 시대정신으로 착각하는 거대양당의 퇴행적 한국정치를 과연 누가 멈출 수 있을 것인가.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모두가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로의 진전은 누가 만들 수 있을 것인가. 거대양당이 아닌 정당들을 찍은 20대 여성의 15.1% 는 숫자는 그래서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 미미하지만 15.1%에는 지금의 거대양당 정치에 균열을 내는 동시에 새로운 정치를 원하는 이여자들의 열망과 의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열망과 의지를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가 4·7 재·보궐선거가 페미니스트 정치에게 남긴 숙제이다.

 

<참고자료>

김은주. 2021. “소수정당과 청년 여성: 다른 진보, 다른 민주주의.” 한국여성의정 주최, ‘2022남녀동수를 향하여: 4.7 보궐서거 평가 및 6.1 선거 대책 토론회’ 자료집, 4월 15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국제회의장.

이우진. 2014. “성과 세대의 정치경제.” 『재정학연구』 7(4), 1-40.

정한울·이정진. 2019. 『여론속의 여輿론論: 여성의 정치참여 인식 보고서』. 서울: 한국리서치.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2021. “[논평] 정치권은 시대착오적인 안티페미니즘을 중단하라.” http://www.womanpower.or.kr/2014/bbs/board.php?bo_table=B33&wr_id=372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