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41%·국제경쟁작 60%가 여성감독 영화
“여성 연출자들 약진 돋보여...지속 전망”
그레타 툰베리·헬렌켈러 등 역사적 여성 조명
성소수자·장애인 등 소수자 다룬 작품도 눈길
영화사 한 획 그은 여성감독 7인의 독립영화 공개
배구·체스·서핑·역도...흥미진진 여성 스포츠 다큐도
‘올해의 프로그래머’는 배우·감독 류현경

2021 전주국제영화제 포스터 ⓒ2021 전주국제영화제 사무국 제공
2021 전주국제영화제 포스터 ⓒ2021 전주국제영화제 사무국 제공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가 29일 개막했다. 올해 영화제의 주요 키워드는 ‘여성’이다. 전체 상영작의 약 41%가 여성 감독 영화다. 국제경쟁 본선 진출작 10편 중 6편이 여성 감독 작품이다. ‘한국경쟁’, ‘한국단편경쟁’ 부문에서도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들을 주인공으로 삼거나, 이들이 겪는 문제를 다룬 작품이 눈에 띈다.

영화제 측은 “세계 영화계에서도 여성 연출자들의 약진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문성경 프로그래머는 6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는 여성감독의 약진이 돋보인다”며 “디아스포라, 성 정체성, 역사 속 여성, 코로나 시대에 영화감독으로 사는 일에 대한 고민 등 자신의 정체성에 주목한 작품이 많았다. 임신중지 등 사회적 이슈를 다룬 작품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키워드는 ‘여성’
상영작 41%·국제경쟁작 60%가 여성감독 영화
그레타 툰베리부터 헬렌켈러까지 역사적 여성 조명
성소수자·장애인 등 소수자 다룬 작품도 눈길
“여성 연출자들 약진 돋보여...지속 전망”

2021 전주국제영화제에선 역사적인 여성 인물들을 조명한 영화들이 눈에 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그녀의 사회주의 미소’(존 잔비토 감독), ‘미스 마르크스’(수잔나 니키아렐리 감독), ‘언프리티 DJ’(스테이시 리 감독), ‘그레타 툰베리’(나탄 그로스만 감독).  ⓒ2021 전주국제영화제 사무국/유튜브 캡처
2021 전주국제영화제에선 역사적인 여성 인물들을 조명한 영화들이 눈에 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그녀의 사회주의 미소’(존 잔비토 감독), ‘미스 마르크스’(수잔나 니키아렐리 감독), ‘언프리티 DJ’(스테이시 리 감독), ‘그레타 툰베리’(나탄 그로스만 감독). ⓒ2021 전주국제영화제 사무국/유튜브 캡처

먼저 역사적인 여성 인물들을 조명한 작품이 눈에 띈다. ‘그레타 툰베리’(나탄 그로스만 감독)는 2018년 스웨덴 의회에서 청소년 기후 행동을 시작한 이래 환경 운동의 세계적인 아이콘으로 떠오른 그레타 툰베리의 모습을 담은 영화다.

칼 마르크스의 막내딸로 노동 운동과 여성의 권리를 위해 싸웠던 엘리너 마르크스의 삶을 그린 극영화 ‘미스 마르크스’(수잔나 니키아렐리 감독), ‘장애를 극복한 인물’로 알려진 헬렌 켈러의 사회주의자, 정치·사회 운동가로서의 면모를 다룬 실험영화 ‘그녀의 사회주의 미소’(존 잔비토 감독)도 기대를 모은다. 2차 대전 당시 97세로 유고슬라비아 최초의 레지스탕스로 활동했던 소냐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저항의 풍경’(마르타 포피보다 감독)도 눈길을 끈다.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등 소수자들의 삶을 조명한 작품도 눈에 띈다. ‘언프리티 DJ’(스테이시 리 감독)는 실력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업계 진입조차 쉽지 않은 여성 DJ들의 현실과 분투를 보여 준다. ‘첫번째 아이’(허정재 감독)는 아내가 전업주부가 되기를 바라는 남편과, 본인 대신 일하는 계약직 노동자 지현, 왠지 믿음이 가지 않는 조선족 보모에 둘러싸인 여성 주인공의 삶을 통해 대한민국 여성들에게 경력단절이 얼마나 흔한 비극인지를 그린다.

발달장애인이자 시인인 박동수씨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코리도라스’(류형석 감독), 장애인·비장애인 감독들, 스태프들이 함께 만든 장애인의 삶을 다룬 극영화 ‘복지식당’(정재익·서태수 감독), 성소수자를 다룬 다큐멘터리 ‘너에게 가는 길’(변규리 감독)은 트랜스젠더와 게이 자식을 둔 어머니들이 자식들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지지하는 과정을 보여 준다.

‘페블스’(P.S. 비노트라지 감독)는 인도 남부의 빈곤한 지역 아리타파티를 배경으로 가정폭력을 일삼는 남성을 통해 빈곤의 대물림 속 무기력한 사람들과 이미 해체된 가족 관계를 보여 준다. ‘비센타’(다리오 도리아 감독)는 19세 발달장애 여성의 아버지가 딸이 삼촌에게 성폭행을 당해 임신한 것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통해 아르헨티나 사회의 임신중지 이슈를 환기한다. 대만의 한 장애인 학교에서 발생한 성범죄 사건을 다룬 ‘침묵의 숲’(커전녠 감독)도 잔혹한 현실을 직시하는 작품이다.

영화사 한 획 그은 여성감독 7인의 독립영화 공개
한국 첫 여성 실험영화집단 ‘카이두 클럽’ 이끈 한옥희 감독 등

ⓒ2021 전주국제영화제 사무국 제공
ⓒ2021 전주국제영화제 사무국 제공

올해는 여성 감독들의 독립영화를 조명하는 ‘스페셜 포커스: 인디펜던트 우먼’도 마련됐다. 영화 사조의 중요한 순간을 쓴 여성 독립영화 감독 7인의 작품 15편을 소개한다.

세계대전 후 활동한 첫 이탈리아 여성 다큐멘터리스트 체칠리아 만지니의 초기 단편 6편(△미지의 도시 △마리아와 나날들 △스텐달리 (스틸플레이) △습지의 노래 △여자-되기 △목의 굴레), 1970년대 엄혹한 유신 체제 아래서도 최초의 한국 여성 실험영화 집단 ‘카이두 클럽’을 이끈 한옥희 감독의 초기 실험영화 4편(△구멍 △중복 △색동 △무제 77-A)을 감상할 수 있다.

이란 뉴 시네마의 선구자 포루그 파로흐자드 감독의 ‘검은 집’, 바바라 로든 감독의 뉴 아메리칸 시네마 대표작 ‘완다’, 프랑스 누벨바그의 얼굴로 알려진 스타 배우로 자신만의 독립영화를 만든 안나 카리나 감독의 ‘비브르 앙상블’, 뉴 퀴어 시네마 최초의 레즈비언 흑인 여성으로 알려진 셰럴 두녜이 감독의 ‘워터멜론 우먼’, 뉴 아르헨티나 시네마의 대표 주자 알베르티나 카리 감독의 ‘금발머리 부부’도 포함됐다.

영화제 측은 “이들의 영화는 새로운 형식을 제시하고, 당대에 금기시하던 주제를 드러내고, 소수자에 대한 공감의 상상력을 불어넣으며 영화사에 발자취를 남긴 작품들”이라며 “현 시점에서 이 작품들의 영화적 가치를 논의하기 위해 동시대 세계 여성 비평가 7인의 시선을 모은 출판물, 한국 여성 감독들의 토크 프로그램도 준비했다”고 밝혔다. 특별 웹페이지(https://iamindependent.kr/) 에서 더 자세한 정보를 볼 수 있다. 

 

배구·체스·서핑·역도...흥미진진 여성 스포츠 다큐도

2021 전주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 스포츠는 여성의 것’ 섹션 상영작.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서핑하는 여자들’(크리스토퍼 닐리어스 감독), ‘세상을 드는 소녀들’(마이 자예드 감독), ‘여왕에게 영광을’(타티아 스히르틀라제 감독), ‘동양의 마녀들’(쥘리앵 파로 감독). ⓒ2021 전주국제영화제 사무국/유튜브 캡처
2021 전주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 스포츠는 여성의 것’ 섹션 상영작.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서핑하는 여자들’(크리스토퍼 닐리어스 감독), ‘세상을 드는 소녀들’(마이 자예드 감독), ‘여왕에게 영광을’(타티아 스히르틀라제 감독), ‘동양의 마녀들’(쥘리앵 파로 감독). ⓒ2021 전주국제영화제 사무국/유튜브 캡처

‘월드시네마: 스포츠는 여성의 것’ 섹션에서는 각국 여성 스포츠인들의 흥미로운 실화를 다룬 다큐멘터리 4편을 선보인다.

‘동양의 마녀들’(쥘리앵 파로 감독)은 방직 공장 노동자에서 국가대표 배구 선수가 돼 1964년 올림픽에 진출했던, 이제 70대가 된 일본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내로라하는 체스 선수들을 꺾고 세계 챔피언 ‘그랜드마스터’에 오른 최초의 여성 노나 가프린다슈빌리 등, 냉전 시대 ‘체스 황제’에 등극한 조지아의 여성 선수 4명을 다룬 ‘여왕에게 영광을’(타티아 스히르틀라제 감독)도 만날 수 있다.

스포츠 내 편견과 차별을 겪으면서도 당당히 전문 서퍼로 데뷔해 활약하고 성별임금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 여성들의 이야기, ‘서핑하는 여자들’(크리스토퍼 닐리어스 감독)도 기대를 모은다.

역도 챔피언을 목표로 도전하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그린 ‘세상을 드는 소녀들’(마이 자예드 감독)도 만날 수 있다.

퍼플레이X전주국제영화제 ‘한국 여성감독 릴레이 특별전’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특별전, 여성 감독들의 독립영화를 조명하는 ‘스페셜 포커스: 인디펜던트 우먼’ 메인 포스터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특별전, 여성 감독들의 독립영화를 조명하는 ‘스페셜 포커스: 인디펜던트 우먼’ 메인 포스터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여성영화 전문 OTT 퍼플레이(대표 조일지)와 영화제 측이 함께 준비한 ‘한국 여성감독 릴레이 특별전’도 기대를 모은다. ‘스페셜 포커스: 인디펜던트 우먼’의 연장 선상에서 기획됐다.

먼저 지난 22일부터 내달 21일까지 ‘전주가 퍼플레이’ 상영전이 열린다. ‘오늘의 자리(허지은 감독)’, ‘모래(강유가람 감독)’, ‘고백(유지영 감독)’ 등 역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여성영화 17편을 감상할 수 있다.

한국 유명 여성감독의 첫 작품과 초기 작품을 선보이는 ‘인디펜던트 우먼: 당신의 처음’ 특별전도 이어진다. 5월8일부터 21일까지 윤가은 감독의 ‘손님’, 이경미 감독의 ‘잘 돼가?무엇이든’, 김보라 감독의 ‘빨간구두 아가씨’, 임순례 감독의 ‘우중산책’ 등 15편을 상영한다.

임순례, 부지영, 윤가은 감독 등이 ‘나의 첫 영화’, ‘한국 여성감독 이야기’ 등을 주제로 대화하는 유튜브 생방송도 마련됐다. 팟캐스트 ‘이화정의 전주가오디오’ 프로그램의 하나로, 5월2일 전주영화제작소에서 진행한다. 앞서 손희정 문화평론가와 함께 한국여성영화사를 짚어보는 방송도 제작, 지난 20일 공개했다. 온라인 여성영화 매거진 ‘퍼줌’ 특별판 발행, 퍼플레이 공식SNS 경품이벤트 진행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함께 열린다.

배우·감독 류현경, 전주국제영화제 ‘올해의 프로그래머’ 선정

‘J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의 주인공은 배우와 감독으로 맹활약 중인 류현경씨다.  ⓒ2021 전주국제영화제 사무국 제공
‘J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의 주인공은 배우와 감독으로 맹활약 중인 류현경씨다. ⓒ2021 전주국제영화제 사무국 제공

‘J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의 주인공은 배우와 감독으로 맹활약 중인 류현경씨다. 아역 배우로 출발해 주연과 조연을 가리지 않고 항상 뚜렷한 존재감을 보였고, 대학에서 연출을 전공하고 여러 단편영화를 직접 연출하는 등 독립영화에 깊은 애정을 갖고 활동해왔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그의 연출작 1편, 출연작 2편, 프로그래머로서 고른 5편을 선보인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은 세르비아 출신 스르단 고루보비치 감독의 영화 ‘아버지의 길’이다. 세르비아의 작은 마을에 사는 두 아이의 아버지 니콜라가 겪는 가난과 설움을 통해 빈부격차와 사회 안전망 문제를 꼬집는다. 폐막작은 프랑스 출신 감독 오렐의 애니메이션 ‘조셉’이다. 1939년 스페인 내전 중 독재를 피해 프랑스로 탈출, 수용소에서 생활한 일러스트레이터 조셉 바르톨리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렸다. 이외에도 총 세계 48개국 186편의 영화를 선보인다.

지난해에는 무관중 개최됐는데, 올해는 온·오프라인 극장 모두 문을 열었다. 전주 시내 4개 극장, 17개 상영관과 OTT ‘웨이브(WAVVE)’에서 봄날의 영화 축제를 즐길 수 있다. 영화제 측은 “온라인 비대면 문화에 발맞춰 해외 유명 영화인들의 온라인 심사와 온라인 프로그램 이벤트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라며 “‘영화는 계속된다’는 대명제를 이어 가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5월8일까지 온라인과 전주 영화의 거리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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