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출신 클로이 자오 감독 영화 ‘노매드랜드’
오스카 감독상·작품상...여우주연상까지 3관왕
그러나 중국 내 보도·SNS 게시물 등 차단 의혹
과거 “중국엔 거짓말 많아” 감독 발언 문제 삼아

클로이 자오 감독이 25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노매드랜드'로 작품상을 받고 프레스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클로이 자오 감독이 25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노매드랜드'로 작품상을 받고 프레스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중국 출신 클로이 자오(중국명 자오팅·39) 감독의 영화 ‘노매드랜드’가 아시아계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감독상과 작품상의 영예를 안았다. 여우주연상(프랜시스 맥도먼드)까지 거머쥐면서 아카데미 3관왕에 올랐다.

정작 중국에선 관련 소식을 찾아보기 어렵다. 자오 감독이 과거 중국 체제를 비판한 발언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AP통신,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자오 감독의 수상 소식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중국 영화잡지 ‘워치무비즈’는 26일 오전 자오 감독의 감독상 수상을 알리는 게시물을 웨이보 마이크로 블로그 계정에 올렸다. 이 게시물은 몇 시간 만에 삭제됐다. ‘워치무비즈’는 블로그 계정 팔로워 1400만명이 넘는 유력 매체다. 

홍콩 주재 미 총영사관도 같은 날 오전 웨이보 공식 계정을 통해 “축하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자오 감독의 수상 소식을 담은 중국어 인터넷 기사를 게시했지만, 이 글도 빠르게 삭제됐다. 유저들의 글도 삭제돼 자오 감독의 중국 이름과 영화의 중국 제목은 사실상 금지어가 됐다. 

AP통신,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26일 기준 바이두·텅쉰 등 중국 포털에서 ‘노매드랜드’의 아카데미 수상 소식은 1건도 검색되지 않는다. 중국 주요 매체인 CCTV 및 신화통신도 관련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다. 최신 관련 보도는 지난 2월 제78회 골든글로브 감독상 수상 소식이다. 바이두 지식백과에도 자오 감독이 지난 10일 미국감독조합상 작품상을 받은 내역까지만 언급돼 있다. 영화 평점 사이트 더우반(豆瓣)에도 자오 감독의 중국 이름이나 영화의 중국명을 입력하면 '관련 법규와 정책에 따라 검색 결과를 보여줄 수 없다'고만 나온다. 이날 중국 본토와 홍콩 일부 TV는 50년만에 아카데미 시상식을 중계하지 않았다. ‘노매드랜드’는 지난 23일부터 상영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개봉이 취소됐고, 공식 상영일 정보도 나와 있지 않다. 

영화 '노매드랜드' 스틸컷. 주연을 맡은 배우 프랜시스 맥도먼드(왼쪽)와 클로이 자오 감독(오른쪽).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화 '노매드랜드' 스틸컷. 주연을 맡은 배우 프랜시스 맥도먼드(왼쪽)와 클로이 자오 감독(오른쪽).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1982년 중국 베이징에서 출생한 자오 감독은 14살에 영국 유학길에 올라 런던과 미 캘리포니아에서 수학하고 뉴욕대학교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했다. 이후 주로 미국에서 활동했다. 2013년 자오 감독은 영화 전문지 ‘필름메이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중국에 대해 “거짓말이 도처에 널려있는 곳”이라고 표현하며 “지금 내 나라는 미국”이라고 언급했다. 

중국 당국이 8년 전 발언을 문제 삼아 자오 감독의 수상 소식을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중국의 언론·방송·소셜미디어 등은 집권 공산당이 직접 또는 자체 검열을 통해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한편 자오 감독이 연출한 ‘노매드랜드’는 경제 위기로 삶의 터전이 사라진 중년 여성 ‘펀’이 홀로 방랑자의 삶을 시작하는 여정을 담은 영화다. ‘펀’을 맡은 미국 연기파 배우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자신의 3번째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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