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4년] 젠더폭력 대응 적극적, 성평등 실현은 뒷걸음
[문재인 정부 4년] 젠더폭력 대응 적극적, 성평등 실현은 뒷걸음
  • 이하나 기자
  • 승인 2021.04.30 07:00
  • 수정 2021-04-29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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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4년 여성‧성평등 공약 평가]

오는 5월10일 문재인 정부 출범 4년을 맞는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임하며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는 높았다. 문재인 정부는 ‘미투 운동’을 통한 여성들의 요구에 반응하며 젠더 폭력 문제에 적극 대응했고 공공부문 여성 대표성 제고 계획도 충실히 이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성평등 추진 체계 강화, 성별 임금격차 개선, 성평등 의식 확산 등 국정과제로 내세운 “실질적 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한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여성신문
ⓒ여성신문

젠더폭력 방지 대체로 ‘긍정적’

여성신문은 △100대 국정과제 △여성신문과 범여성계 연대기구 주최 대통령 후보 초청 성평등정책 간담회 발표 공약을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의 여성‧성평등 공약 이행 현황을 살펴봤다.

긍정적 평가를 받은 분야는 ‘젠더폭력 방지’다. 미투 운동이 확산되고 ‘혜화역 집회’로 불법촬영 문제가 사회 이슈로 떠오르자, 정부도 위계에 의한 성폭력과 디지털 성폭력 문제에 관심을 갖고 법‧제도 정비에 나섰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2019년 12월 시행되면서 여성폭력 대책에 대한 첫 중장기 계획인 ‘제1차 여성폭력방지정책 기본계획(2020~2024년)’이 마련됐다. ‘경범죄’로 취급받던 스토킹을 범죄로 명문화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은 오는 9월말 시행된다. 2020년 4월에는 ‘디지털 성범죄 근절 대책’을 마련했고 이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 개정안(온라인 그루밍 처벌법)’ 통과로 아동·청소년을 성적으로 착취하기 위해 유인·권유하는 그루밍 행위를 처벌할 수 있고 위장수사 법제화도 진행됐다. 여가부 내 디지털 성범죄 대응‧정책 총괄 부서인 ‘권익침해방지과’도 신설됐다.

지난해 이른바 ‘n번방 방지법’의 국회 통과로 불법 촬영물 단순 소지와 시청도 처벌받을 수 있게 됐다. 이효린 한국사이버성폭력센터 사무국장은 “n번방 방지법을 통해 불법 촬영물 수요 차단에 대응하고,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다”면서 “정부가 전국 7곳에 설치하기로 한 디지털 성범죄 특화상담소의 경우, 상담 매뉴얼을 마련하고 인력의 역량 강화와 상담소의 안정적인 운영을 지원하며 내실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별 임금격차 1위 불명예 여전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여성신문과 범여성단체가 마련한 간담회에서 성별 임금격차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5.3%로 축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선 당시 공약집에도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중장기 5개년 계획을 세우겠다고 약속했으나, 정책은 마련되지 않았고 4년 동안 성별임금격차는 OECD 1위 불명예를 이어가고 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문재인 정부 4년간 은행권과 공공기관의 채용 성차별 문제가 드러나며 채용 성차별 문제가 회자될 수 있게 됐고, 지난해 12월 발표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21~2025)에 저출산 원인 중 하나로 성차별적 노동시장을 지목했다는 점, 미투 운동으로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켰다는 점 등이 의미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배 대표는 “2019년 금융권 채용 성차별 문제가 드러나고 최근에는 동아제약 채용 성차별 문제로 뜨거워지자 정부가 여성노동자 관련 정책을 내놨으나 적극적 조치보다는 가이드라인에 그쳤다”며 “성별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단발성 대책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보고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짚었다.

21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한국여성단체협의회 2층 강당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성평등정책 간담회가 열렸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017년 4월 21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여성신문과 범여성계 연대기구가 개최한 성평등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성평등 공약에 서명했다. ⓒ여성신문

양성평등담당관 확대 개편해야

성평등 정책은 여성가족부만의 업무가 아니다. 예산과 정책 전반을 성평등 관점에서 추진해야 하는 만큼 성평등 추진 체계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행 추진 체계의 한계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된 공약이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설치다. 그러나 정부는 결국 이 공약은 지키지 않았다. 그 대신 8개 부처에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을 임명했다. 그러나 과장급인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이 부처에서 정책 전반을 성평등 방향으로 끌고 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신경아 한림대 교수는 “여성‧성평등 정책을 여성가족부 안에 가둬놨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양성평등정책담당관 제도는 과거 노무현 정부 당시 6개 부처에 여성정책담당관을 뒀다가 이명박 정부에서 폐지된 것을 문재인 정부가 살려냈다는 점에서 의미 있으나, 올해 말까지 2년 동안 한시적 운영이라는 점은 문제”라며 “기획재정부가 제도 평가 시 제도 존폐가 아닌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이 확대 개편될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운용될 수 있는 방식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게 남은 시간은 1년이다. 지금이라도 취임 당시 내걸었던 약속을 실현해야 할 때라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지난 4년간 문재인 정부는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우선순위에 두고 민생과 일자리, 코로나19로 발생한 차별 문제 대응에는 적극적이지 않았다”며 “집권 초기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되살려 앞으로 1년 간 시민들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해 추진하려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신 교수는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대통령에게 성평등‧젠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전달하고 예산 마련부터 최종 평가까지 정책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사람, 기구는 무엇인지 묻고 싶다”며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이 그 역할을 맡아야 하지만, 현재 비서관의 지위와 권한으로는 한계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주류화를 위해 대통령과 여성가족비서관, 여가부 장관을 잇는 ‘골든 트라이앵글(Golden Triangle, 황금 삼각형)’ 구조가 되살아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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