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로 간 장애여성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당선 1년
국회 본관·소관 상임위 문턱 사라져
“아직 멀었다...국회의 모든 문턱 없애야”

“4·7 재보궐선거 패배 반성하고
‘페미니스트 의원’ 되려 노력하겠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홍수형 기자
23일 국회에서 만난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홍수형 기자

“가장 힘든 시기에 원내부대표로 임명됐습니다. 4·7 재보궐선거 패배를 반성하고, 코로나19에 지친 국민께 믿음과 희망을 드려야 하는 시기라 어깨가 무겁습니다.”

23일 국회에서 만난 최혜영(42)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앞으로도 ‘장애·여성·청년’을 대변하는 소임을 다하겠다”며 “‘페미니스트 의원’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수척해지셨어요.

“(손사래를 치며) 아니에요, 부었어요. 일정도 모임도 많아서... 저번에 다른 인터뷰 후 사진을 찍으려고 사무실 집기를 치웠는데 바닥에서 숙취해소제가 나온 거예요. 하하하. 선배들이 밥 먹자고 하면 되도록 나가거든요. 장애인 의원들은 모임에 잘 안 나간다는데 저는 더 목소리를 내려고요. 다른 의원님들도 저와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스레 장애에 대한 편견을 깨게 되는 것 같아요.”

- 장애인 당사자를 바로 가까이에서 보니까요.

“네. 휠체어를 밀고 가시면서 제가 얘기하지 않아도 먼저 ‘여기 길이 불편하네’, ‘이건 눈높이가 안 맞으니까 고쳐야겠네’ 라고 말씀하세요.”

- 당선 직후 여성신문 인터뷰에서 ‘장애인에게 장벽이 없는 국회를 만들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1년간 일해보니 어떠세요?

“본관 문턱이 없어졌어요. 여성가족위원회 문턱도요. 휠체어를 밀 때마다 툭툭 부딪혀서 긴장했는데 너무 편해졌어요. 상임위장 책상 아래 휠체어에 걸리던 단상도 처음 없앴어요.

여기서 끝나면 안 됩니다. 국회의 모든 문턱을 없애야죠. 누구나 국회를 편히 오갈 수 있어야 해요. 대회의실 의자는 다 붙박이예요. 전당대회 가면 맨 앞줄 통로에만 앉아있어야 했어요. 대정부질문 때 쓰는 단상도 너무 높아요. 선반이 설치되긴 했는데 편하지는 않았어요. 제가 지도부에 들어갔으니 더 적극적으로 요구해서 바꿔야죠. 장애인만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일이니까요.” 

- 지난 1년간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 내에서 여러 장애인 비하 발언이 쏟아졌습니다.

“‘깜깜이’ 같은 장애 차별적 표현은 아직도 많이 사용되고 있죠. 인식 부족입니다. 장애인에 대한 동정, 시혜적 관점을 버려야 바꿀 수 있어요.”

- 이해찬 전 당대표의 장애인 비하발언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교육을 권고했는데, 민주당은 수용하지 않았는데요.

“잘못됐죠. 지도부에 들어갔으니 더 체계적인 인권교육을 마련해 시행하도록 힘쓰겠습니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홍수형 기자
23일 국회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 중인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홍수형 기자

최 의원은 원래 발레리나였다. 교통사고로 척수장애인이 됐다. 재활하면서 20대 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한국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를 설립했다. 사회에 복귀한 장애인 롤 모델이 없어서 스스로 길을 만들었다. 그러다 국회에 왔다.

지난 1년간 후천적으로 장애인이 된 중도장애인의 자립, ‘탈시설’ 등에 중점을 두고 의정활동을 펼쳐왔다. 지난해 말 향후 10년간 모든 시설의 폐지를 골자로 하는 ‘장애인 탈시설 지원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누구나 언제든 장애를 가질 수 있고, 장애인도 일하고 지역사회에서 어울리며 사회 참여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 발레리나, 뮤지컬 배우로서 활동한 경험이 정치하는 데 어떤 밑거름이 됐나요?

“장애인 예술인들의 어려움을 알게 됐죠. 문화예술인 복지는 고용, 일자리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양질의 일자리 대책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 ‘탈시설’ 입법 활동에도 힘써오셨습니다.

“‘장애인 탈시설 지원법안’은 장애 패러다임을 바꿀 법안입니다. 통과된다면 세계의 주목을 받을 겁니다. ‘장애인은 시설에서 안전하게 살아야 하는 거 아니냐’는 분들도 있는데요. 그건 보호가 아니라 제도적 학대입니다. 장애인도 똑같은 사람이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야 할 사람입니다. 그들을 분리하고 배제하는 일을 보호라고 할 수 없죠. 시설 자체가 통제적·폐쇄적이라 학대가 일어나도 알려지기 어렵고요. 우리나라가 비준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CRPD)도 장애인의 자립과 선택권을 강조합니다. 정부 관계자들은 사회적 인식부터 개선하자는 입장인데요. 법제화 먼저 이뤄져야 인식이 바뀔 거라고 봅니다.”

- 초선 의원으로서 당 쇄신 의지를 밝혀 오셨습니다. 

“우리 당이 민심을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의 일원으로 당의 쇄신을 요구한 이후 저도 ‘문자폭탄’을 받았어요. 그렇게 끝나면 안 되겠죠. 바꿔야죠.”

-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들을 향한 윤호중 원내대표의 ‘현충원 방명록 사과’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처음부터 제대로,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했는데 지도부에서 못 한 부분이 있습니다. 바뀌어야죠. 당내에서 그런 의견이 나왔지만 지도부에 전달하고 싶어도 못 한 측면이 있습니다. 우리 ‘일맥상통’(민주당 초·재선 의원 모임) 멤버들이 노력했는데 몇몇 의원의 목소리론 안 되더라고요. 소통의 연결고리가 끊긴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런 불만을 해소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현재까지 장애인 의원은 재선된 적이 없습니다. 재선에 도전하실 계획은?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당과 국민의 평가에 따를 일이죠. 그런데 장애는 재선의 장벽이 아닙니다. 다른 초선 의원들은 제게 ‘재선 준비해야지, (장애인 의원이 재선된 적 없는 게) 무슨 상관이야’라고 해요. 당의 장애인 비례를 늘리자는 논의도 있습니다. 지역구 공천도 좋습니다. 저는 영입인재로 들어와 비례로 당선됐지만 지역구를 뛰라고 하셨으면 뛰었을 거예요. 장애인 당사자가 선거운동을 뛰면 지역구도 우리 정치 문화도 많이 변하지 않을까요.”

- 어떻게 달라질까요.

“장애와 무관하게 능력으로 승부하는 문화가 만들어질 겁니다. 선거 문화도 바뀌겠죠. 4·7 재보궐선거 선거운동 현장에 가 보니 휠체어를 타고 유세차를 탈 수가 없었어요. 리프트가 필요했어요.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하는데 휠체어가 못 가는 곳이 많고요. 전통시장에도 문턱이 있는 곳이 많잖아요. 기존 선거운동과는 다른 소통 방법을 고민해야죠.”

- 여성들은 구조적인 차별을 해소하고 평등한 정책을 추진하는 ‘페미니스트 국회의원’을 기대합니다. 의원님은 ‘페미니스트 국회의원’의 자질을 갖췄다고 자신하시나요?

“부족하지만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젠더 이슈, 차별금지법 같은 과제가 많습니다. 원내부대표로서 성평등 관련 법제도를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산부인과 명칭을 여성의학과로 바꾸는 법안, ‘리얼돌’ 제작·판매 금지 등 여성의 성 상품화 시도를 막기 위한 법안 등도 발의했습니다.

제가 의원이 된 이후로 장애여성들의 당내 참여가 늘었어요.  장애여성 지역위원장도 탄생했고요. 청년 장애여성 리더를 키울 방법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제가 다른 장애여성들에게 ‘저 사람도 정치를 하는데 나도 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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