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뿌리내리는 K푸드와 한민족 정체성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3월18일 트위터에 "지난 2016년 서울 출장 때 순두부찌개가 얼마나 맛있었는지 기억난다. 이번 방문 동안 다시 즐길 수 있어서 너무나 기쁘다!"는 글과 함께 순두부찌개를 먹고 있는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토니 블링컨 장관 트위터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3월18일 트위터에 "지난 2016년 서울 출장 때 순두부찌개가 얼마나 맛있었는지 기억난다. 이번 방문 동안 다시 즐길 수 있어서 너무나 기쁘다!"는 글과 함께 순두부찌개를 먹고 있는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토니 블링컨 장관 트위터

지난 4~5년 사이 한국산 라면, 잡채, 신고배, 조미김, 유자차, 밥풀과자, 초코파이, 탄산음료, 칩스, 고추장, 쌈장, 햇반, 그리고 현지 생산 김치와 만두 등 한국 고유의 명칭이 인쇄된 상품을 한인 마켓을 넘어 코스트코나 타인종 마켓에서 마주하게 된다. 이를 통해 한인으로서의 자부심과 한민족 정체성이 강하게 느껴지고, 이민자의 이질감을 덜어내며 지역사회의 일원이라는 동질의식을 갖게 한다. 

한인들로 인해 상품화된 LA갈비와 쇠꼬리찜

미국에서 한인 이민자들이 코리아 타운을 이뤄 살면서 한인 문화를 형성해냈다.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이 먹거리인데, LA갈비나 쇠꼬리는 한인들이 많이 즐겨 찾으면서 상품화됐다고 한다. 지금은 누구나 선호하는 품목이 돼 웬만한 스테이크용 쇠고기 값을 호가할 정도이며 쇠꼬리찜은 고급음식으로 인정받고 있다.

내가 사는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은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으며, 각 인종의 특화된 상품 중 일반인들이 선호한다 싶으면 코스코 진열대에서 만나게 된다. 코스트코에 1~2년 전부터 두툼하게 썬 삼겹살이 인기상품이다.

‘라면=한국 라면’으로 자리매김했고, 밥풀과자와 조미김은 미국식 스낵이 너무 달거나 너무 짠 것과 달리 적당히 단짠 건강스낵으로 미국사람들에게 인식돼 있다. 또 아주 매운맛의 떡볶이 키트와 불닭볶음면도 눈물을 흘리면서도 엄지척을 하며 좋아한다. 대부분의 인종들이 조미김을 스낵으로 먹는데, 우리가 조미김을 밥에 싸서 먹는 것을 보고 새로운 걸 배웠다며 너무 맛있어 한다.

고교 포트럭 파티의 잡채와 대학 기숙사의 비빔밥 

우리 아이들의 고교시절 신문반 수업에서는 매월 정기 포트럭 파티가 있었다. 큰 아이 때 잡채를 만들어 보낸 이후 5년간 교사와 학생들 요청의 ‘Chang Noodles’로 고정 메뉴였다. 백인 학생 비율이 높은 아들의 대학 기숙사 식당의 비빔밥과 김치는 일찍 줄 서야 먹을 수 있는 인기메뉴로서 콩나물, 시금치, 채썬 양배추, 소고기볶음, 계란후라이에 고추장이 곁들여져 웰빙음식으로 인식돼 있다고 한다. 또한 주말에 기숙사 내에서 서로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을 때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최고의 음식으로 매운 떡볶이는 빠지지 않고 요청이 쇄도하여 본인이 직접 만든다며 자랑스러워 한다.

미국인들도 사랑하는 쌈장과 고추장

우리 사무실에서도 한 필리핀계 한식 마니아가 밥, 쌈장, 상추, 무우쌈, 제육볶음과 불고기를 파티에 가져왔을 때 처음 먹어본 쌈장과 제육볶음 상추쌈은 인종 불문하고 모두가 환호하며 내게 재료와 조리법을 물어 레시피를 공유했었다. 쌈장과 고추장은 의외로 미국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또한 샌프란시스코 시내와 실리콘밸리 지역의 한식 밥차에는 불고기 컵밥과 비빔밥을 사먹으려는 직장인들로 성시를 이루고, 한인이나 외국인 셰프들이 운영하는 한식 유튜브 채널이 급증하면서 한식과 문화가 미국인의 실생활 속으로 파고 들고 있음을 실감한다.

한국어 고유 명칭과 한식교육으로 세계화 필요

영국의 아이언 셰프에 출연해 유명해진 주디 주(Judy Joo)는 TV쇼에 출연하여 오랫동안 뜻풀이로 우리의 음식을 불렀던 데서 벗어나 한국어 고유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스튜는 ‘찌개', 코리안 스시는 ‘김밥’, 레드페퍼 페이스트는 ‘고추장’, 팟스티커는 ‘만두', 포크 벨리는 ‘삼겹살'로, ‘쌈장’, ‘치맥’ , ‘떡볶이’ 등으로 음식의 맛을 느끼면서 한국어 명칭을 직접 조합시켜 한국 문화와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나리' 영화 덕에 워터크레스(watercress)가 아닌 ‘미나아~리’라고 세계인이 부르게 된 것은 미소짓게 한다.

오래 전 유학시절엔 고속도로의 현대 ‘포니'나 ‘메이드 인 코리아' 라벨이 붙은 와이셔츠만 봐도 가슴이 찡했다는 남편에 의하면, 그 당시엔 한국산이 저가 상품의 상징이었으나 이제 제 값이 매겨진 질 좋은 상품으로 인정받는 것을 볼 때 뿌듯함과 자긍심을 느낀다고 한다.

단지 중식이나 일식은 왠만한 곳에서 정식요리를 맛볼 수 있으나 한식은 순두부찌개나 불고기, 잡채 같은 일품요리 중심일 뿐 정식을 내놓을만한 식당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 한류 열풍으로 한국 문화가 글로벌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격조있는 한식의 이미지를 우리의 유구한 문화와 함께 구축하기에 매우 적절한 시기에 정부 차원의 세계화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황은자(베로니카) H&C 교육컨설팅 대표
황은자(베로니카) H&C 교육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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