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안 하는 ‘정치인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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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민원기 기자>▶

지난 달 28일 민주당 대표경선에서 남편인 조순형 의원이 승리하자 활짝 웃으며 뺨을 어루만진 것으로 기쁨을 표현한 김금지씨. 우리 정치사에서 새로운 정치인 부인의 유형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지난 2일 만난 그는 이러한 예상을 확인시켜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서로 영역 존중하며 살아

내 일·남편정치 ‘상생’해야

정치인에게 부인은 누구보다 든든한 조력자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해 4월 발간한 책의 제목이 <여보 나 좀 도와줘>인 것은 정치인에게 배우자의 도움이 얼마나 절대적인가를 알 수 있는 하나의 예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정치인의 부인들은 남편의 활동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요구받는다. 사회활동은 남편의 정치활동 영역을 벗어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물론 직업을 가지고 활동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수가 많지 않고, 이 경우에도 활동이 지속적이지 못하거나 남편을 대신해서 가정의 경제적 안정을 위한 것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정치인 부인들은 남편에 버금가는 정치적 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그림자로만 존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본다면 민주당 신임대표 부인 김금지씨는 새로운 정치인 부인의 모델이라 부를 만하다. 먼저 김씨에게서 ‘하루에 커피를 100잔을 탔다’ ‘식사 50인분을 몇 시간 만에 준비했다’는 등 소위 정치 식구를 챙겨야 하는 부담을 가진 정치인 부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애초에 “내가 좋아해야 오래 그리고 열심히 지원해줄 수 있”으니 남편의 정치활동으로 본인의 생활이 침해받지 않을 것을 다짐받았다. 조 대표 역시 정치활동 20년 동안 이 약속을 성실하게 지켰다. 조 대표 체제 이후 민주당에서는 저녁회의가 없어질 거라는 농섞인 말도 오갔다. 물론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저녁 7시면 귀가하는 가정적”인 조 대표 때문이란다.

대신 김씨는 남편이 중요한 정치적 결단을 할 때 가장 가까이에서 결정적인 조언자로서 역할했다. 81년 정치규제에 묶인 형(고 조윤형 전 국회부의장)을 대신해 출마가 거론되자 망설이는 남편에게 “출마하는 것만으로 저항이 될 수 있다”며 결단을 독려했다. 당시의 매서운 정치 정황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판단이고 작지 않은 용기이다.

“신민당 창당 때 민추협에 들어가게 했고, 1988년에 한겨레민주당에 가게 했다.”

망설이는 조대표를 이번 경선에 나가라고 적극적으로 복돋아준 것도 김씨다. 여타의 노력과 계기들이 보태졌겠지만 그의 조언은 서울대 법대를 나와 삼성물산을 다니던 한 회사원을 국회의원으로, 한 정당의 대표로 나아가게 했다.

경선출마 등 중요한 시기

‘힘있는 조언’ 아끼지 않아

한편으로 그는 조 대표가 본격적인 의정활동을 시작한 이후에도 본인의 일을 성실하고 성공적으로 수행해왔다. 그의 표현을 빌자면 “남편을 만나기 이전에도 하고 있었고 만난 이후에도 계속하고 있었던 연극인”으로 살아왔다. 65년 국립극단에 입단한 이래 극단 ‘자유’의 대표 여배우로서 80년대까지 온갖 아름답고 슬픈 배역의 주인공을 독차지한 이가 바로 그다. 현재 자신의 이름을 딴 ‘극단 김금지’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지난 3일부터 연극 인생 40년을 기념하는 공연 ‘선셋대로’를 극장 정미소에서 공연하는 현역이기도 하다. 최근까지 배우협회회장을 맡아 후배들을 챙겼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다.

그는 성공한 사업가이기도 하다. 자신의 연극활동과 남편의 정치활동을 위한 경제적 방편으로 구둣가게 에모다를 차렸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30년째 운영되고 있는 이 가게의 구두는 패션쇼에서 단골로 협찬을 요구받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이름이 높다.

그가 80년대 모일간지에 칼럼을 연재하면서 정치와 사회전반에 따끔한 일침을 놓을 때 많은 독자들은 그가 특정 정치인의 아내인지 몰랐고 그 사실을 아는 독자들은 그의 용기에 탄복했다. 정치인의 가장 가까운 반려자로서 정치 풍토를 건강하게 만들고 본인의 전문적인 능력과 남편의 정치활동이 상생하는 정치인 부인의 모습이 반갑다.

박광수 기자pks@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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