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나무재단 학교폭력 실태조사
사이버 언어폭력 22.5%·
명예훼손 15.7%·따돌림 8.3% 순

이종익 푸른나무재단 사무총장이 발언하고 있다. ⓒ여성신문<br>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인 ‘푸른나무재단’은 20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재단 본부 1층에서 ‘2021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 및 대책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규희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수업이 증가하며 전체 학교폭력 피해는 감소했지만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등 온라인을 통한 사이버폭력 비율은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푸른나무재단’(이하 재단)은 20일 서울 서초구 재단 본부에서 ‘2021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를 20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해 12월7일부터 올해 1월14일까지 전국 17개 시·도 초·중·고 재학생 623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사이버폭력 피해 학생 16.3%...언어폭력 비율 가장 높아

2021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 결과, 사이버폭력의 경험 유형 중 '사이버 언어폭력'이 22.5%로 1위를 기록했다. ⓒ푸른나무재단

조사 결과, 사이버폭력을 당한 학생의 비율은 16.3%로, 전년도(5.3%) 대비 3배가량 상승했다.

사이버폭력의 경험 유형은 △사이버 언어폭력 22.5%(1401명) △사이버 명예훼손 15.7%(981명) △사이버 따돌림 8.3%(519명) △사이버 성폭력 7.8%(485명)이다.

이종익 재단 사무총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사이버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는 청소년들은 나날이 사이버폭력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최근에는 유명인(연예인, 운동선수 등)을 중심으로 소위 학폭미투, 학폭재연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에도 여전히 학폭은 존재한다”고 말했다.

사이버폭력을 대처하기 어려운 이유는 △익명성 41.1% △공연성 14.8% △전파력 14.6%로 조사됐다. 학생들은 △카카오톡 18.7% △페이스북 17.6% △틱톡 9.5%에서 사이버폭력을 경험했다. 

학생들은 카카오톡, 페이스북, 틱톡 등에서 사이버폭력을 경험했다. ⓒ푸른나무재단

이선영 재단 전문연구원은 “재단 인터뷰에서 학생들은 ‘익명성이 가해를 손쉽게 하고 피해를 가볍게 느끼게 한다’고 답변했다. 사이버폭력이 발생하는 데 익명성이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또, SNS를 활용해 관계가 형성된 사이에서 학폭이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부분의 청소년 사이버 폭력이 메신저와 SNS 기반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비즈니스 모델로 하는 기업들은 더욱 청소년 사이버폭력 예방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을 적극 지원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교사도 친구도 방관...재단 측 “방관의 탈을 벗어라”

학폭 피해 당사자 김시원씨는 20일 기자회견에서 “학폭을 당한 이후 학교 선생님께 억울함을 호소했다. 선생님은 '믿을 수 없다'며 '넘어가자'는 식으로 일을 덮으려 했다”고 지적했다. ⓒ김규희 기자 

재단 조사 결과, 학폭 피해자들은 주변으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 드러났다. 

초중고 재학생 때 학폭 피해를 경험한 17.3% 학생 중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응답이 18.8%(277명)였다. 부모나 교사의 도움을 받은 학생도 4명 중 1명에 그쳤다.

학폭 피해 당사자 김시원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피해 경험을 얘기하며 “학폭을 당한 이후 학교 선생님께 억울함을 호소했다. 선생님은 ‘믿을 수 없다’며 ‘넘어가자’는 식으로 일을 덮으려 했다”면서 “학폭 이후 가족에게 가장 큰 도움을 받았다. 선생님이나 학교 측의 도움은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이 밝힌 학폭 방관 이유 중 '나섰다가 나도 피해를 볼까 봐'가 32.4%로 1위를 차지했다. ⓒ푸른나무재단 

주변 학생들의 학폭 방관 문제도 이어졌다. 학폭을 목격했다고 밝힌 학생 중 26.7%(391명)가 학폭을 모른 척 방관했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나섰다가 나도 피해를 볼까 봐 32.4%(142명) △남의 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아서 29.9%(131명)였다.

이선영 전문연구원은 “‘학교폭력 방어자’는 가장 효과적인 학교폭력의 보호 요인이지만 학교폭력 ‘방관자’는 가해 행동을 강화하거나 지속하는 요인이다. ‘학교폭력 방관자를 적극적 방어자’로 길러내는 노력은 매우 어렵지만, 학폭 해결에 있어서는 필수적인 과제다. 방어자를 길러낼 수 있는 학교 문화 형성은 무척 효과적이며 이러한 접근을 허락하는 정책적 지원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

푸른나무재단은 20일 기자회견을 마치고 학교폭력예방 캠페인 ‘방관의 탈을 벗어라’ 캠페인을 진행했다. ⓒ김규희 기자 

재단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학교폭력예방 캠페인 ‘방관의 탈을 벗어라’를 진행했다. 캠페인 참가자들은 방관자들을 의미하는 가면을 쓴 뒤 이를 벗어던지며 “학교폭력, 방관의 탈을 벗어라”는 구호를 외쳤다.

문용린 재단 이사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회복이다. 방관자들은 가면을 벗고 피해자를 도와야 한다. 우리 사회가 가해자의 처벌에 과도하게 집중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피해자가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방관을 멈추고 피해자를 돕기 위해 우리가 모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용린 푸른나무재단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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