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재즈 나윤선
파리 재즈 나윤선
  • 최예정 기자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 사람이 노래하면 백개의 재즈가
@b-1.jpg



<사진·민원기 기자>▶





재즈 싱어 나윤선.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앞두고 수많은 콘서트 속에서 단연코 눈에 띄는 인물이다. 파리와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그의 첫인상은 밝고 힘찼다. 지금 막 파리에서 열 몇시간이나 비행기를 타고 왔다는 사람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큰소리로 “안녕하세요!”라고 외치며 차에서 내리는 그. 해질녘의 너무 추웠던 주차장이 일순 밝아졌다.



- 재즈의 매력은 무엇인가?



“재즈는 자유롭다. 즉흥성이 생명이다. 시작과 끝이 있지만 중간은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코드만 가지고 마음껏 연주할 수 있는 것이다. 같은 사람이 같은 곡을 연주해도 할 때마다 다르다. 백 사람이 노래하면 백 개의 재즈가 나온다. 어떤 목소리든, 어떤 악기든 다 쓸 수 있다. 그 개방성을 인정하는 것이 재즈다.



그러나 방탕함, 퇴폐성, 나른함과는 다르다. 프랑스의 재즈 음악가들은 상당히 절도 있는 생활을 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혼자 연습하고, 점심 먹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연습하고, 저녁 먹고 다른 사람들의 공연을 보러 다니거나 자기 공연을 한다. 특히 재즈는 테크닉이 중요하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금방 도태된다. 내가 7년째 팀과 함께하고 있지만 단 한번도 연습 끝나고 “맥주나 한잔 하자”는 식으로 말한 적 없다. 공연을 성공적으로 끝마치고 즐겁게 포도주 파티를 하는 거면 몰라도.”



- 프랑스에서, 미국의 음악인 재즈를, 한국 여성이 노래한다는 것에 대해 관심이 큰 것 같다



“파리는 뉴욕처럼 다양한 인종,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처음에는 딱히 내가 외국인이라는 점, 동양인이라는 점에 개의치 않았다. 그러다가 점차 한국인인 내가 프랑스에서 영어로 노래한다는 점이 이상하게 여겨졌다. 사실 불어나 영어로 노래하는 것과 한국어로 노래하는 것은 다르다. 아무래도 느낌이…. 듣는 사람도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 사람들도 재즈는 영어로 불러야 제맛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샹송은 불어로 불러야하는 것처럼. 그런데 생각해보면 재즈는 아프리카로부터 온 음악이다. 결국 재즈는 다양한 문화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예술이다.



~b-2.jpg



◀나윤선 퀸텟은 7년 전 파리에서 결성되어 유럽과 한국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프랑스는 한국에 비해 다양한 예술, 문화, 사람들을 편견 없이 수용한다. 공연문화가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문화를 향유한다.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하도록 교육받는다. 내가 동양인이라서 힘들었던 것? 그보다는 좋은 점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내가 무대에서 노래하면 사람들이 '낯선 나라의 낯선 얼굴이 노래하는구나'하고 흥미를 보인다. 이것은 편견과는 전혀 다르다.



반면 한국은 좀 다르다. 한국에서 들을 수 있는 음악은 한국과 미국의 음악뿐이다. 공연장도 별로 없기 때문에 텔레비전과 라디오 같은 대중매체를 통해서만 문화를 접할 수 있다. 획일적이고 일방적이다.”



- 결혼을 했다고 알고 있다. 가정을 꾸리는 사람으로서 남자 팀원들과 함께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노래한다는 점이 힘들지는 않나?



“가족들은 모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를 바라고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내가 정말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많은 여성들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가슴에 품고만 살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진정 하고 싶은 것을 위해 살고 있다. 자신의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한국의 경우 재즈 매니아들도 있지만 재즈가 폭넓게 수용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재즈를 즐길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우선 마음을 열자. 낯선 음악이 들려오면 음반을 사다가 일단 들어라. 그냥 틀어놓고 다른 일 하면 된다. 그러다가 마음에 들면 같은 장르의 다른 가수들, 다른 음반들을 사다가 들으면 된다. 억지로 들으려고 해도 소용없다. 마음에 안 들면 또 다른 형식의 음악을 들어라. 재즈뿐만이 아니다. 다양한 문화의 다양한 장르를 듣고 즐기면 된다.”



- 이번에 한국에서 발매되는 새 앨범(통산 3집, , 소니뮤직)은 예전의 작품들보다 훨씬 부드럽고 따뜻하다.



“1년 반 정도 준비했는데, 좀더 대중적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전부터 기타리스트와 함께 작업하고 싶었는데 이번에 기타리스트 올리비에 오드가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정통재즈뿐만 아니라 프랑스, 스페인, 브라질 등의 음악적 요소도 많이 가미했다. 더 편하게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서울에 얼마나 머물게 되나?



12일, 13일에 (올림픽 공원 내 올림픽 홀, 02-784-5118)에 참가한다. 팻 매스니, 리 릿나워 등 쟁쟁한 세계적 뮤지션들이 참가하는 공연으로 '나윤선 퀸텟'과 함께 출연할 예정이다 19일부터 21일까지는 동숭아트센터(02-3442-0818)에서 세 번째 단독 콘서트를 갖는다. 새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이다. 공연이 끝나면 바로 파리로 돌아간다. 1월에는 프랑스 재즈 투어가 잡혀있고 2월부터는 프랑스 2집 앨범(통산 4집) 녹음작업이 기다리고 있다.



최예정 기자shoooong@womennews.co.kr





나윤선은 이런 사람



1969년생. 아버지는 합창지휘자, 어머니는 뮤지컬 배우로 음악과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밖에 없었다. 대학 2학년 때 프랑스문화원에서 주최하는 전국대학생 샹송 콩쿠르 1등상을 받았다. 졸업후 의류회사의 카피라이터로 일을 하던 중에 친구의 권유로 <지하철 1호선> 오디션에 데모 테이프를 보냈는데 주인공 연변처녀 역을 맡게 되었다.



어머니처럼 뮤지컬 배우가 된 것. 아주 행복했다. 노래를 자신의 삶이라 생각하게 되었고 깊은 공부에 갈증이 생겨 파리에 있는 유럽 최초의 재즈 스쿨 'CIM'로 유학을 갔다. 여기서 만난 친구들과 '나윤선 퀸텟'을 결성, 지금까지 함께 활동 중이다. 졸업후 모교 강단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기도했다.



1998년부터 프랑스의 각종 재즈 콩쿨, 페스티벌에 참가해 큰 상들을 휩쓸었다. 2001년 한국에서 첫 솔로앨범 을 발매했고 첫 번째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2002년 본격적인 프랑스 데뷔 앨범 을 발매했다.



2003년 프랑스 Arte-TV 특집 프로그램 출연, KBS <한민족 리포트>에 소개되면서 더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최예정 기자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의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