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은자의 K교육 클리닉] K-드라마는 역사 교재
[황은자의 K교육 클리닉] K-드라마는 역사 교재
  • 황은자(베로니카) H&C 교육컨설팅 대표
  • 승인 2021.04.20 12:52
  • 수정 2021-04-20 1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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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금’에서 잡채 알고, ‘허준’에서 한의학 자부심 배운다
MBC 드라마 ‘대장금’. ⓒMBC
MBC 드라마 ‘대장금’. ⓒMBC

 한국어와 역사 공부를 위한 역사 드라마

미국에서 아이들을 교육하는 부모들에겐 한국 역사를 어떻게 가르칠까가 큰 숙제다. 나는 아이들 교육에 역사드라마를 아주 잘 활용해서 큰 효과를 봤다. 한국역사를 가르친다기 보다 아이들과 똑같은 위치에서 새로 시작하는 자세로 시작했다. 아이들보다 미리 공부하고 중간에 의문나는 것은 함께 풀어갔다. 책상에 앉아서 하는 딱딱한 공부에서 벗어나 DVD를 시청하면서 알게 되는 즐거움이 컸다. 역사 드라마를 보면서 시대상황을 이해하고, 등장인물의 입장에서 감정이입을 하게 되니 오래 전 역사가 생생하게 다가오면서 저절로 공부가 되었다.

시간제로 운영되는 지역 한인 방송국에서 매일 드라마 ‘허준’이 45분씩 방송됐다. 저녁마다 우리 식구들은 TV 앞에 모여 앉아 처음으로 한국 역사드라마를 함께 시청했다. 영어가 더 익숙한 아이들은 자막을 읽으며 한국어에 친해지면서 극 중 인물이 입은 옷이나 초가집과 기와집, 부엌구조 등 건축양식, 침과 뜸 등 한의학에 대한 호기심을 보였다.

허준에 이어 ‘대장금’, ‘궁’, ‘선덕여왕’, ‘다모’, ‘주몽’, ‘이산’, ‘광개토대왕’ 등의 드라마를 지역 도서관에서 비디오테이프나 DVD를 빌려 주말이나 여름방학을 이용해 집중적으로 시청했다. 그러는 동안 어느덧 자막 없이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게 됐다. 시청 후에 한국어로 관심 주제를 가지고 토론하면서 각자의 느낀 점과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역사 드라마 활용한 주제별 토론

나는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주제별, 특이 사항에 대해 메모를 했다. 예를 들어, 인간의 생명이 중요한가? 아님, 체면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가? 목소리 크고 명령하는 것이 진정한 리더십인가? 우리가 원하는 리더는 어떤 타입인가? 친구는 어떻게 사귀는 것이 좋을까? 아이들이 먼저 느낀 점을 이야기하고 나서 더 토론을 끌어가기 위해 이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

아이들은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을 정리해냈다. ‘허준’을 보면서 스승 유의태가 실력을 기준으로 냉정하게 자기의 아들보다 허준의 실력을 인정한 것은 정의롭기 때문에 존경스러운 선생님이며, 서자를 차별하는 사회는 불공평하고 발전할 수 없다고 했다. ‘선덕여왕’에서 장돌뱅이 죽방이 위기에서 구해주는 생명의 은인이 되고 더 나아가 상대등까지 오르게 되는 과정을 보면서 다양한 친구를 사귀고, 사람의 겉모습보다 마음을 보고 사귀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 개기일식과 개기월식으로 우매한 백성을 기만하는 정치 지도자들의 폐해를 보면서 백성들도 공부를 해 과학적 지식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했다고 한다. ‘이산’을 볼 때는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둔 영조는 지독한 인성을 가진 위험한 인물이고 좋은 지도자로 존경받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정조의 서양문물에 대한 호기심과 개방적인 태도를 보며 틀에 갇혀 살기보다는 마음의 문을 열고 사는 것이 필요하다는 토론을 끌어냈다. 허준과 대장금에서는 한민족이 뛰어난 창의성과 예술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한식이 약이 될 수 있는 건강식임을 알게 되면서 된장국과 김치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되었고, 허준의 동의보감에 영향을 받아 한의학에 대한 관심을 갖는 기회가 되어 서양의학 외에도 뛰어난 의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한자가 쓰인 약장 소품은 한자와 서예에 대한 흥미가 생겨 천자문 공부를 하는 시발점이 되었다고 한다. 주몽과 광개토대왕의 용감무쌍한 기마민족의 기세를 통해 용기와 패기를 길러야겠다는 생각을, 역사 속의 훌륭한 여성들의 활약상을 보면서 성평등 의식과 인간 평등 교육의 기회가 됐고, 다양한 한복의 아름다움은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이와 같이 역사 드라마를 토론을 겸해 떼고 나니 한국 방문 때 역사박물관에서 현장검증 식의 역사공부를 톡톡히 할 수 있었다.

K-역사드라마는 한식 홍보대사

대장금이 한참 유행일 때 나의 친한 도서관 사서는 한복의 아름다움과 수라상에 올리는 음식들에 매료되어 두 번씩이나 되풀이 봤다고 한다. 또 아이들 학교에서 열리는 포틀럭 파티 때면 다른 학부모들로부터 대장금에서 봤던 ‘잡채'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다.

잘 만들어진 한국 역사 드라마 한 편의 위력은 대단한 역할을 한다. 한민족의 문화수준과 자부심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질 좋은 역사 드라마를 기대해 본다. 

황은자(베로니카) H&C 교육컨설팅 대표
황은자(베로니카) H&C 교육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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