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위헌 결정 20여 년 만에
민주당 의원들 군 가산점 재도입 제안 논란
박용진 “남녀 의무군사훈련” 주장도

정의당 “말뿐인 제안...젠더갈등 부추기지 말라”
진중권 “실현 가능성 없는 포퓰리즘”
여세연 “시대착오적 안티페미니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통제됐던 군 장병 휴가가 재개된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군 장병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1.02.15. ⓒ뉴시스·여성신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통제됐던 군 장병 휴가가 재개된 지난 2월1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군 장병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4·7 재보궐선거에서 패한 더불어민주당이 ‘군 가산점 재도입’, ‘여성 의무 군사훈련’ 등을 제안하고 있다. 20대 남성의 낮은 지지율을 의식한 행보지만, 제안의 맥락과 실현 가능성을 두고는 ‘무리수’라는 지적이 높다. ‘군 가산점제는 여성뿐 아니라 장애인 차별적이므로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온 게 20여 년 전이다. 선심쓰기식 정책으로 표심을 얻으려는 “포퓰리즘”에 가깝다는 비판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이 4·7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소속 남성 의원들이 잇따라 ‘군 가산점 재도입’, ‘여성 의무 군사훈련’ 등을 제안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용진·김남국·전용기 의원. ⓒ여성신문/국회여성신문/국회
더불어민주당이 4·7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소속 남성 의원들이 잇따라 ‘군 가산점 재도입’, ‘여성 의무 군사훈련’ 등을 제안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용진·전용기·김남국 민주당 의원. ⓒ여성신문/국회여성신문/국회

19일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여성도 40~100일 정도의 기초군사훈련을 의무적으로 받는 ‘남녀평등복무제’를 도입하고, 현행 병역제를 모병제로 전환하자고 주장했다. 이날 출간한 저서 『박용진의 정치혁명』(오픈하우스)에 담은 내용이다.

같은 당 전용기 의원도 15일 공기업 승진평가에 군경력 반영을 의무화하는 ‘제대군인지원에 관한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고, 군 가산점 재도입을 제안했다. “20대 남성들의 희생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에 답하는 것이 국회의원으로서 의무”라며 “위헌이라 재도입하지 못한다면 개헌해서라도 전역 장병이 최소한의 보상은 받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도 이날 “군복무를 마친 전역자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국가공무원법 개정 등을 통해서 전국 지자체에서 채용 시 군에서의 전문 경력이 인정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군 가산점제는 이미 헌법재판소가 1999년 위헌이라고 결정한 사안이다. 군 가산점제는 여성, 장애인, 미필자에 대해 헌법상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훼손한다고 밝혔다.

현 징병제를 폐지하고 남녀 모두 기초군사훈련을 받자는 박 의원의 제안도 근본적인 대안은 아니다. 강제 징병, 위계적인 군대 문화, ‘애국페이’로 불리는 낮은 군 봉급, 다문화·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 군인에 대한 인권 대책 미비 등을 해소할 방안은 아니라는 얘기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19 군대 내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에 응한 국군 병사 992명 중 19.5%(193명)가 군 내 인권침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상사나 동료에게 인권침해를 겪은 적 있는 남군 간부는 총 197명 중 62명(31.8%)에 달했다. 군 초급간부들이 업무 과중과 스트레스, 선임이나 상관의 폭언·폭행 등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도 이어졌다. 2015년에서 2019년까지 육군 98명, 해군 28명, 공군 18명, 국방부 본부/직할대 11명 등 군 간부 15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상황이 이런데, 민주당 남성 의원들은 뜬금없는 여성 징병 카드를 꺼냈다. 군 인권을 향상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은 내놓지 않으면서 말이다. 

정의당 “말뿐인 제안...젠더갈등 부추기지 말라”
진중권 “실현 가능성 없는 포퓰리즘”
여세연 “시대착오적 안티페미니즘”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 ⓒ홍수형 기자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 ⓒ홍수형 기자

정치권에서도 곧바로 비판이 제기됐다. 정의당은 19일 “모병제 도입을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풀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또 “‘이남자’ 표심 잡으려는 말뿐인 제안 말고,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한 채 착취당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제대로 된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꼬집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대표단회의 모두발언에서 “군 가산점제를 자꾸만 언급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행태는 군인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할 국가의 책임을 외면하고, 취업 경쟁에서 미필 국민을 불리하게 만드는 제로섬 게임으로 군인 보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돈 안드는’ 방식을 꺼내 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의 제안에 대해서는 “여성의 군사훈련 의무화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제안해 모병제가 마치 젠더 갈등의 한쪽 편 대응책인 것처럼 보이게 했다”고 비판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의 군가산점제 부활 제안에 대해서는 “젠더 갈등으로 주목경쟁, 정치장사하려는 ‘하태경·이준석 따라하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이어 “군가산점제는 이미 위헌 판결을 받아 부활시킬 수 없고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다”라며 “공무원 준비 시에만 혜택이 주어지고, 다른 진로를 택하는 군필 남성들의 경우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어 군 복무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이라 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용진 민주당 의원의 ‘남녀평등복무제’ 제안에 대해 “실현 가능성 없는 입술 서비스로 2030 표나 좀 얻어보겠다는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용진 민주당 의원의 ‘남녀평등복무제’ 제안에 대해 “실현 가능성 없는 입술 서비스로 2030 표나 좀 얻어보겠다는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8일 박 의원의 ‘남녀평등복무제’에 대해 “실현 가능성 없는 입술 서비스로 2030 표나 좀 얻어보겠다는 포퓰리즘”, “나름 진보적이라고 안티 페미니즘의 복용량을 적절히 조절해 내놓은 제안”이라고 힐난했다.

진 전 교수는 “모병제는 장기적으로 가야 할 목표이나, 현재로서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재정이다. 게다가 그리로 가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대남(20대 남성)을 위해 주는 척하면서 그들을 조삼모사(朝三暮四) 고사의 원숭이 취급한다”라며 “성추행 사건으로 치러진 선거에서 너희들이 끄집어낸 교훈이냐?”라고 했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도 16일 ‘정치권은 시대착오적인 안티페미니즘을 중단하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2030 청년세대의 표심을 잡겠다면서 등장한 남성 청년 정치인들은 남성 청년의 삶을 개선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도 못/안 하면서 여성에 대한 적대감을 이용해 자신의 자리를 확장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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