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수다로 끝나는 문제 함께 머리맞대면 풀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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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 딸 아이 하나를 둔 주부 심문선 씨는 올해부터 여성단체 한국여성민우회의 이사로 활동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동북민우회 생협의 조합원으로 생활재 등을 사는 것이 전부였던 그는 이제 여성운동의 중심에서 민우회 생협만의 여성주의 시각을 고민하고 있다.

- 일반 주부인데 여성단체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생협 설명회 때 조합원으로 참여하게 됐는데 처음엔 아이가 어려서 1주일에 한 번 물건만 구입했어요. 그러다 소식지를 통해 여성문화 소모임 회원이 되면서 우리 주부들이 느끼는 여성문제 등 민우회 활동에도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 됐죠.

민우회 생협 첫 매장을 낼 때는 매장추진위원회에 참여했어요. 전문적인 지식은 없지만 주부니까 짬짬이 시간을 낼 수 있어서 시장조사나 물품구입을 하고 매장 내는 데 모든 부분을 의논했어요. 매장을 개장하고 아이가 학교에 가는 오전에 반나절 파트타임으로 매장에서 일하게 됐어요. 오는 분들에게 설명을 해야 하니까 공부를 해야겠더라구요. 생협 관련 자료는 물론 주부들이 많이 이용하니까 호주제 등 여성과 밀접한 사회 문제를 느끼고 공감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생협위원장까지 하게 됐고 올해부터는 여성민우회 이사회에도 참여하고 있죠.”

- 생협에서 경험한 다양한 활동을 이야기한다면.

“소모임에서 여성주의 연극, 영화도 보고, 평소 우리 주부들이 느끼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어요. 그러면서 시댁, 가족과 갈등 등이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란 걸 알게 됐죠. 또 우리끼리만 말하면 수다가 되는데 여성학을 전공한 사람도 같이 참석해 우리 이야기를 이론적으로 연계해주니까 내 문제가 사회적인 것과 연관이 있구나 하는 인식을 하게 됐어요.

저는 초안산 골프연습장 반대운동에 참여하며 시위에도 나갔는데 지역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보통의 주부였으면 어려웠을 거예요. 지난해엔 지방 선거에 후보를 내고 함께 선거운동을 펼쳤어요. 밥도 같이 해먹고, 지역간담회나 거리 캠페인도 펼쳤어요. 아이디어를 내고 홍보를 도와서 결국 우리가 낸 후보가 당선됐죠.”

- 생협 활동으로 달라진 점이 있나.

“사실 처음 생협 활동에 참여하고 소모임에 들어간 게 결혼한 지 10년 만이었어요. 제 이름 소개만 해도 긴장되고 떨리고 그랬죠. 하지만 보통 주부들, 나와같은 주부들이 대부분이어서 서툴러도 다른 공간만큼 위축되지 않더라고요. 서로 공감하는 부분이 생기면서 자신감도 많이 생겼어요. 여전히 회의가 쉽지는 않지만 처음처럼 막연하게 힘든 건 아니에요.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어려움이 생겼죠.

여성문제, 여성운동이라는 말이 아직 거창하고 부담스러울 때도 있어요. 하지만 주부로서 결혼을 하고 비로소 인식하는 여성문제가 많아요. 호주제 같은 게 그래요. 지역의 여성 예산도 이야기할 수 있구요. 문제를 공감하는 사람들과 조금씩 풀어나가는 게 여성운동이라고 생각해요. 생협을 통해 지역활동을 하면서 불만을 갖기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고 작은 실천을 하는 게 중요하구나, 자발적으로 하는 게 중요하구나 하는 걸 느꼈죠. 소심하고 소극적인 사람인데,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 같아요. 집에만 있을 때는 답답했던 문제들이 생협과 이웃을 알게 되고 사회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면서 성취감과 자신감을 갖게 됐어요.”

김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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