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TV ‘빨대퀸’

카카오TV ‘빨대퀸’.
카카오TV ‘빨대퀸’.

 바야흐로 ‘N잡러’의 시대가 왔다. 투잡, 쓰리잡을 넘어, 재능과 시간이 허용하는 한 여러(N) 직업을 가진 사람이 능력자이자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평생직장이란 말이 낯설어지고,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 경제적인 안정을 꿈꿀 수 없는 지금, 먹기 살기 힘들어서 많은 사람들은 딴 주머니를 채울 수 있는 다양한 수입을 만들어낼 기회를 호시탐탐 찾는다, 이처럼 N잡러를 꿈꾸는 이들에게 맞춤 방송이 나타났다.

매주 금요일 카카오TV를 통해 공개되는 ‘빨대퀸’은 한 마디로 ‘N잡에 빨대를 꽂아 돈 벌자’가 방송 프로그램의 콘셉트이다. 개그우먼 홍현희가 N잡으로 적합한 아이템을 찾아 성공한 인물들을 만나 이들에게 ‘빨대를 쪽쪽 꽂아서’ 노하우를 전수받고, 도전하여 직접 수익을 만드는 과정을 담은 웹 예능 프로그램이다. 지난 9일 공개된 김나무 작가가 출연한 ‘이모티콘 만들기’를 소재로 한 첫 회가 공개 된 이후 높은 조회수와 폭발적인 톡 반응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눈과 손이 빠른 본방 시청자’ 타겟

‘빨대퀸’은 예능이라는 장르 속에서 직업의 다양한 세계를 유쾌하게 그려낸다. 경제 침체 속에 먹고 살기 어려워, 주식과 부동산, 가상화폐에 나서는 현대인, 그 가운데 청년 세대의 불안감을 그 배경하지만, 그 속에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을 웃음과 함께 전달한다. 새로운 직업에 대한 도전과 체험은 정규 과정이 아닌 이른바 속성 과정으로 그려진다. 정규 코스를 밟는 대신 성공한 이들에게 제목처럼 ‘빨대를 꽂아’ 꿀팁을 전수받는다. 원래 누군가에게 빨대를 꽂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이용하고, 무임승차하여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부정적인 의미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다른 사람들의 노하우, 장점을 단기간에 배워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벤치마킹의 또 다른 의미로 바뀌었다. 

카카오TV ‘빨대퀸’.
카카오TV ‘빨대퀸’.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이들은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눈과 손이 빨라야 한다. 여기서는 홍현희가 ‘빨대를 꽂아’ 만들어낸 수입은 ‘빨러’(빨대퀸의 시청자)들과 공유되는데 그 방식이 프로그램에 흥미를 더한다. 시청자들은 해당 동영상이 공개되는 금요일 저녁 6시에 오픈채팅방에 입장한 후, 프로그램 영상 곳곳에 등장하는 기프티콘을 보자마자 빠르게 해당 업소에 전화하면 실제로 기프티콘을 사용할 수 있다. 단, 배달료는 별도다. 일명 ‘줍줍타임’이라 불리는 언제 등장할지 모르는 기프티콘을 기다리는 설렘과 빨리 전화해야 하는 긴장감이 더해지면서, 기존 웹 예능에 생동감이 넘치는 쌍방향적인 요소를 가미하였다. 또한 출연자인 홍현희가 해당 아이템의 도전 결과 수익을 더 많이 벌면 기프티콘을 더 많이 시청자들에게 준다는 점에서 이익이 공유되는 선순환 프로그램이다. 언제든 볼 수 있는 스낵컬처인 웹 예능 콘텐츠는 누적 조회수가 시청률을 대신해 주요한 인기 지표가 되지만, 예전 아날로그 시대의 본방을 기다리던 시절의 기분과 광고 건너 띄기가 아닌 기프티콘에 등장하는 광고를 기다리게 하는 새로운 발상을 보여준다. ‘눈과 손이 빠른 본방 시청자’라는 새로운 유형의 쌍방향 프로그램이라는 특징은 시청자와 광고주를 동시에 유인하는 똑똑한 전략인 것이다. 

성공을 돈으로 환산하는 세태 반영

이 프로그램이 흥미로운 또 다른 지점은 개그우먼 홍현희가 진행한다는데 있다.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면서 사라졌던 개그우먼들이 속속 귀환하고 인기를 얻는 현 시점에서, 최근 대세 행보를 보이는 홍현희는 뚱뚱한 외모를 비하하지 않고,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는 개그우먼의 계보를 잇는 연예인이다. 일면 과장된 제스처와 말투로 웃음을 주지만, 회사 생활을 하다 연예인이 된 홍현희의 이력은 경제적으로 불안한 현대인의 심리를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N잡러들이 공감 가능한 현실적인 진행을 기대토록 한다.

‘빨대퀸’은 N잡러를 위한 아이템을 위해서라면 카카오TV 이외에도, 네이버나 넷플릭스 등 모든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찾아 나서고, 전자책, 오디오북 등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보여주고자 하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예능이라는 한계 속에서 앞으로 프로그램에서 해당 직업 세계의 경쟁 정도, 필요한 재능이나 장비 등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이 얼마나 담겨질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첫 회에서 다양한 꿀팁의 전수에도 불구하고 백수에서 갑자기 성공한 것처럼 묘사된 김나무 작가와 ‘복붙’이라는 방법을 통한 팁 등은 재미와 누구나 도전 가능하다는 희망을 주지만 직업의 세계를 단순화하는 문제를 지닌다. 또한 수입 증대를 위한 재테크 관련 프로그램이지만 월 수익을 강조하는 부분은 성공을 돈으로 환산하는 세태의 반영이지만, 재능이나 자아실현이라는 측면도 함께 다뤄진다면 재미와 현실성이 균형 잡힌 프로그램으로 되리라 기대된다. 

필자: 김은영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 이화여대 언론학박사이며, 트랜스미디어스토리텔링과젠더에 관심을 두고 다수의 영상문화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필자: 김은영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 이화여대 언론학박사이며, 트랜스미디어스토리텔링과젠더에 관심을 두고 다수의 영상문화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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