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미국 예술대학 특강서 발언
“창작자·제작자, 사회 문제 더 대담하게 다뤄야”

봉준호 감독이 1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2020.02.19. ⓒ뉴시스·여성신문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른 봉준호 감독이 아시아계 증오 범죄에 목소리를 냈다. 사진은 지난해 2월 19일 '기생충' 기자회견 당시 봉 감독의 모습. ⓒ뉴시스·여성신문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른 봉준호 감독이 반아시아계 증오 범죄에 목소리를 냈다. 그는 미국 대학생들을 만나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대응하라”고 촉구했다. 

봉 감독은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화상으로 진행된 미국 캘리포니아주 채프먼 대학의 영화·미디어 예술 대학이 마련한 특강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13일 ABC방송 등 외신이 보도했다.

수업에서 한 학생이 “최근 미국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혐오에 대한 큰 논란이 있는데, 헐리우드와 영화계가 진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라고 묻자, 봉 감독은 먼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두렵다고 했다. 

그는 “최근 아시아 관련 범죄와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 운동에 대한 반발 등을 지켜보면 굉장히 무섭고 공포스럽다”라며 자신과 같은 제작자의 실천을 강조했다. 그는 “영화를 만드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문제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없다”며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 때문에 창작자들과 제작자들은 (증오 범죄) 문제를 다루는 것에 더 대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문제에 맞서는 것에 두려워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봉 감독은 미국의 흑인 감독인 스파이크 리가 인종차별을 주제로 만든 영화 ‘똑바로 살아라(Do The Right Thing·1989)’를 예시로 들었다. 그는 “이 영화는 LA 폭동이 있기 3년 전에 개봉했는데, 폭동이 일어날 것을 꿰뚫어 본다”며 “사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는 게 아니라 사회 표면 아래에서 끓어오르는 문제를 묘사하기 위해 통찰력을 발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기생충’은 그런 접근 방식을 취하려고 한 영화였다”며 “이 시대에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묻는 질문에서 이 영화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창작자와 예술가로서 여러분은 우리 사회의 본질적인 질문을 꿰뚫어 봐야 하고, 작품을 통해 그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봉준호 감독은 지난해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상 4관왕에 올랐고 올해 25일 열리는 시상식에서는 시상자로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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