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최고 권위 중국시보 문학상 수상자 구묘진 작가
타계 전 펴낸 서간체 자전소설 국내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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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움직씨

“죽지 마. 죽음을 말하는 것이 두려운 게 아니다. 하지만 항의하기 위해선 죽지 마. 그런 고독과 아픔은 나에게 고통을 주며 살고 싶지 않게 해. 살아 있는 사람들이 어찌 감당하겠니? 지금도 네 고통을 생각하면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데.” (‘열세 번째 편지’ 중에서)

대만 최고 권위의 중국시보 문학상 수상자로, 아시아 퀴어 문학에 한 획을 그은 구묘진 작가의 유작 『몽마르트르 유서(蒙馬特遺書, Last Words from Montmartre)』가 번역 출간됐다.

『몽마르트르 유서』는 구묘진 작가가 스스로 생을 내려놓기 직전 세상에 남긴 서간체 자전 소설이다. 파리와 도쿄, 타이베이를 오가는 연애편지를 통해 섹슈얼리티의 각성, 사랑, 동성애 혐오로 인한 이별, 반려동물의 죽음 등 여러 소재가 뒤얽히며 매혹적으로 전개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리 스릴러와 로맨스 소설, 사회적 저항, 유언, 회고록이 혼합된 작품이다. 

소설이 출간된 1990년대 당시 대만 방송국 기자가 레즈비언 바의 손님들을 동의 없이 촬영 보도한 사건으로 성소수자의 자살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그중 레즈비언 커플인 두 여학생이 동반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구묘진 작가는 이 소설에서 실연이라는 보편적인 상황에 관해 쓰면서도 성소수자의 죽음이 편견과 무지로 인한 사회적 타살일 수 있음을 환기한다. 이 소설은 미국의 퀴어 이론가 아리 라리사 하인리히에 의해 뉴욕 리뷰 북스 클래식 중 한 권으로 번역 출간되면서 영미권에도 알려졌다.

구묘진 작가는 1969년 태어나 국립타이완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던 대학 시절 발표한 소설 『죄수囚徒』로 대만 중앙일보 단편소설문학상을 받았다. 대학 졸업 후 상담가로 일했으며, 주간지 기자로도 일했다. 1994년 25세 때 프랑스로 이주해 파리 제8대학에서 임상 심리학 대학원 과정을 밟았으며, 엘렌 식수에게 여성학과 철학 등을 사사했다. 첫 소설 『악어 노트』로 큰 주목을 받았으나, 1995년 6월에 두 번째 소설 『몽마르트르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그의 작품은 아시아 퀴어 문학과 대만 동성결혼 법제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구묘진/방철환 옮김/도서출판 움직씨/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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