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정책 성별영향분석평가]
AI 대학원 여성 교수 7.1%
2곳은 여성 전임 교수 ‘0명’
AI 기업 여성 인력 19.1%
여성 CEO는 단 3.1%

인공지능(AI) 챗봇인 ‘이루다’는 성희롱 및 장애인·성소수자 혐오발언에 이어 개인정보 취급·처리가 부적절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며 출시 3주 만인 지난 1월12일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다.사진=스캐터랩 제공
인공지능(AI) 챗봇인 ‘이루다’는 성희롱 및 장애인·성소수자 혐오발언에 이어 개인정보 취급·처리가 부적절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며 출시 3주 만인 지난 1월12일 서비스를 잠정 중단했다.사진=스캐터랩 제공

전국의 인공지능(AI) 대학원 8곳에 여성 전임 교수는 7.1%에 머물렀다. 여성 교수가 전혀 없는 곳도 2곳이나 된다. 여성 대학원장은 한 명도 없다. AI 사업을 하는 기업의 대표자 중 여성은 단 3.1%다. AI 분야 성별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국가연구개발혁신법에 ‘젠더 혁신’을 포함하고, 연구인력 성별 격차 완화 지침을 AI 국가전략 100대 과제에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문정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는 13일 대전 유성구 KAIST에서 열린 ‘인공지능 분야 양성평등 정책 확산을 위한 토론회’에서 AI 분야에 대해 진행한 특정성별영향평가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토론회는 최근 AI 챗봇 ‘이루다’의 성별 고정관념 학습, 성차별 및 장애인 차별과 혐오 표현 등이 사회적 논란으로 떠오르며 AI 기술이 산업 분야 등 다양한 영역에 적용되는 과정에서의 부작용 해소에 초점을 두고 진행됐다. 

최 교수가 여성가족부의 의뢰를 받아 지난해 9~12월 특정성별영향평가 연구를 진행한 결과, 2018년 기준 소프트웨어 산업 기업 2766개 여성 전문인력은 17.8%, 이 업계 여성 대표자는 5.0%로 집계됐다. AI 사업 기업 129개 기업의 여성 대표자는 3.1%로 나타났다. 최 교수는 “종사자 규모와 매출이 큰 기업일수록, 부설연구소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일수록 대표자가 여성일 확률이 낮다”고 분석했다. 또 대표자가 여성인 기업일수록 여성 전문인력 비율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았다고 발표했다. 

최문정 KAIST 교수 ‘인공지능(AI) 기술 연구 및 전문인력 양성 정책 특정성별영향평가 연구결과’. ⓒ최문정 KAIST 교수
최문정 KAIST 교수 ‘인공지능(AI) 기술 연구 및 전문인력 양성 정책 특정성별영향평가 연구결과’. ⓒ최문정 KAIST 교수

10억원 이상 과제 100개 여성 연구책임자 5.1%

학계 여성 인력도 상황은 비슷하다. 2019년 전국대학 대학연구활동실태조사 결과, 4년제 대학의 공학 교원 1만5663명 가운데 여성이 5.1%, 컴퓨터학 교원 2586명 중 여성은 11.9%로 조사됐다. 2020년 AI 대학원 8곳의 전체 교원 199명 중 여성은 7.1%(14명)에 그쳤다.

2020년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를 살펴보면 『정보/통신-정보이론-인공지능』 10억원 이상 과제 100개 연구책임자 중 여성은 5.1%에 그친다. NTIS는 국가 연구개발과 관련된 사업‧과제‧인력‧연구시설‧성과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국가 연구개발 지식포털이다.

최 교수는 AI 분야 성별 다양성 확대를 위한 정책 방안으로 △AI 인력과 사업에서 성별 실태파악 △AI 연구인력의 다양성 촉진 △AI 여성과학기술인 연구 및 사업화 지원 등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AI 국가전략 100대 과제에 인력 성별격차 완화 지침 마련, 국가연구개발혁신법에 젠더혁신 포함, 10억원 이상 대형 연구사업 협약 체결 시 여성 연구책임자 참여 권장 등을 제안했다.

전치형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는 여성 인력 양성만으로는 AI 젠더 문제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전 교수는 “여성 개발자 개인의 역량 문제가 아니라 연구개발 조직 내에서 여성의 관점과 목소리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는지의 문제”라며 “남성적 세계관과 문화가 절대 우위를 점하는 조직 내에서 여성 개발자 개인이 성평등을 지향하는 알고리즘을 생산해 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 비율을 10%에서 20%로 올리는 것에서 더 나아가, AI 교육, 연구, 개발, 평가의 각 단계에서 젠더를 주요한 관점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은 “인공지능이 성인지 감수성과 윤리성 등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활용하는 과학기술 분야의 인력 구성과 조직 문화의 성별 다양성을 높이고, 개발자들에 대한 성인지 교육 확산 등 앞으로 보다 성평등한 인공지능 정책들이 정착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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