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브스 인터뷰서 ‘반아시아계 증오범죄’ 우려 표해
여우조연상 선두주자 평가에 “인생 나쁘지 않아...놀라움 가득하다”

영화 '미나리' 스틸컷 ⓒ판씨네마㈜
영화 '미나리' 스틸컷 ⓒ판씨네마㈜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윤여정(74)이 오스카 시상식 참석 계획을 밝히면서 미국 내 반아시아계 증오범죄에 우려를 표했다. 

윤여정은 12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매체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제 두 아들은 한국계 미국인인데,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아들이 오스카 시상식을 위해 미국에 가려는 나를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제 아들은 ‘길거리에서 어머니가 다칠 수도 있다. 어머니는 노인이라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그들(증오범죄 가해자들)은 노인을 노린다’고 염려한다”면서 아들이 경호원까지 필요할 수도 있다고 염려했다고 전했다. 

윤여정은 “끔찍하다. 아들은 내가 (증오범죄) 공격을 받을까 봐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카데미는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윤여정과 ‘미나리’에 함께 출연한 한예리에게 시상식 참석을 요청했고, 두 배우는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브스는 윤여정이 미국 배우조합(SAG) 여우조연상과 영국 아카데미(BAFTA) 여우조연상을 잇달아 받으며 오는 25일 열리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선두주자로서 빠르게 추진력을 얻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로써 윤여정은 ‘미나리’로 미국 연기상 35관왕에 올랐다. 

이런 평가에 대해 윤여정은 ‘미나리’에서 “한국말로 한국에서처럼 연기했을 뿐인데 미국인들로부터 이렇게 크게 환영받을 줄은 전혀 몰랐다.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이어 “솔직히 나는 경쟁을 좋아하지 않는다. 배우들은 영화마다 다른 역할을 연기하며 이것을 비교할 방법은 없다”며 “사회는 참 웃기다. 사람들은 서로 경쟁하길 좋아한다. 나는 그렇지 않다. 올림픽이 아니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이어 “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5명 모두 사실상 우승자다. 그들은 모두 훌륭한 일을 했다고 나는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영화 '미나리'의 윤여정이 오스카 시상식 여우조연상 수상 후보 1위에 꼽혔다. ⓒ후크엔터테인먼트
영화 '미나리'의 윤여정이 오스카 시상식 여우조연상 수상 후보로 꼽혔다. ⓒ후크엔터테인먼트

그는 결혼과 미국 이주, 이혼 경험이 현재의 자신을 키운 원동력이었다고도 소개했다. 

윤여정은 1970년대에 전성기를 구가하다가 결혼하며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는 10여 년을 미국에서 살다가 이혼한 뒤 한국에서 다시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과거 한국에선 결혼하면 특히 여배우의 경우 경력이 끝났다”며 “나는 주부가 됐다. 연기를 그만둘 생각이 없었지만, 그냥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혼 경험에 대해서도 “그 당시만 해도 이혼은 주홍글씨 같았고 '고집 센 여자'라는 인식이 있었다”면서 “이혼한 여성은 남편에게 순종해야 한다는 약속을 어긴 사람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나는 텔레비전에 나오거나 일자리를 얻을 기회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끔찍한 시간이었다. 싱글맘으로 두 아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어떤 역할이라도 맡으려 노력했고 과거 한때 스타였을 때의 자존심 따위는 신경 쓰지도 않았다”며 “그때부터 아주 성숙한 사람이 된 것 같다”고 회상했다.

또 그는 "(저 이전에) 한국 영화 역사상 오스카 (연기상) 후보에 오른 사람이 없었다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어떤 면에서는 슬프다"면서도 "저는 매우 감사하다. 인생은 나쁘지 않으며 놀라움으로 가득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나리’로 해외 각종 연기상 35관왕에 오른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상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아카데미 할리우드 시상식 배팅 사이트 골드더비 조사 결과, 전문가 21명 모두 윤여정이 여우조연상을 받을 것이라 예견했다.  

한편 ‘미나리’는 93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음악상까지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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