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이제는 민주주의 로드맵을 위해 고민할 때!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이제는 민주주의 로드맵을 위해 고민할 때!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교수
  • 승인 2021.04.10 13:57
  • 수정 2021-04-10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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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총장이 전 교직원에게 보낸 편지가 배달되어 열어 보았다. 코로나19로 고생하는 전 직원에게 감사의 편지와 함께 대학이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기여하겠다고 약속하는 사진을 한 장 함께 보냈다.

편지 내용은 학교가 적극적으로 교내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동참하고 연구와 교육 등의 중점활동 영역을 통해 국가민주주의의 질을 더욱 강화하는데 앞장서고,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민주의의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정부의 민주주의 100주년 기념 민주주의 선언을 적극 지지한다는 내용이다.

갑자기 무슨 내용인가 싶어 편지에 나와 있는 강한 민주주의 정부포털에 들어가 확인해 보았다. 스웨덴에서 여성이 남성과 같은 동등한 보편선거제도가 도입된 때가 바로 1921년이다. 1차 대전 이후 보편선거가 노도와 같이 확산될 때 스웨덴도 그 배에 올라탔고 지금까지 순항 중이다. 영국은 7년 후인 1928년부터 남성과 같은 연령의 보편선거제가 도입되었고, 영국에서 옥스포드, 캠브리지 선거구가 폐지되어 1인 1표제가 도입된 시기는 1948년이다. 이렇듯 192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세계 민주주의가 새롭게 옷을 입기 시작한 현 민주주제도를 싹트고 발전시킨 온상과 같은 시기다. 한국도 1948년 처음으로 해방 이후 민주선거가 도입되어 입헌국회가 5000년 역사 이래 처음으로 남녀가 참여한 선거에서 우리의 대표를 뽑게 되었다.

하지만 스웨덴과 한국의 발전 과정은 사뭇 달랐다. 스웨덴은 지속적으로 선거제도, 투표제도, 양원에서 단원제 개혁, 왕의 정치권 박탈과 의회제도의 심화가 이루어질 때 한국은 전쟁, 3.15 부정선거, 군사혁명과 유신개악을 거쳐 1987년 직접 선거에 이르기까지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현란한 변화와 진통을 겪어 왔다.

스웨덴은 113개국을 조사한 2017-2018 국제법치지수에서 2위를 기록했고, 2020년 부패인지도 국제조사에서 179개국 중 3위에 올랐고, 167개 국가를 조사한 민주주의 척도 조사에서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더 좋은 민주주의를 위해 민주주의 개혁 로드맵과 새로운 노력이 필요하다고 100주년 위원회는 권고한다.

언뜻 보면 이렇게 민주주의 수준이 최고 수준에 도달한 국가가 민주주의 강화를 위한 국가로드맵을 만드느냐고 난리법석이냐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보면 이렇게 잘되고 있는 민주주의일수록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하고 계속적으로 개혁해 나가고자 하는 의지가 있고 실천해 왔기때문에 그 결실로 이렇게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가 유지되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

2018년 스웨덴 민주주의 100주년 위원회가 내 놓은 ‘강한 민주주의를 위한 전략보고서-북돋고, 연결하고, 방어하기(Strategi för en stark demokrati-främja, förankra, försvara)’는 스웨덴 민주주의 강화를 위한 전략로드맵의 방향성을 담고 있다. 지금 민주주의의 수준을 검토해 보고 앞으로 다가올 다양한 도전과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준비를 해 나가야 할지에 고민을 담고 있다.

어떤 제약과 도전을 민주주의의 위험요소로 보았고 그 대책은 무엇일까? 정보와 가상세계에서의 안전, 평화 시 권력으로부터의 저항권, 전쟁 시 저항할 권리, 개인의 자유와 인간 권리를 침해하는 미래 공격요인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가칭 심리방어청(BureauforPsychologicalDefense)을 신설해 국민의 심각한 인권침해 등을 앞으로 대응하고 국민의 정신세계까지 지켜주겠다는 의지가 전략보고서의 핵심적 요소 중 하나다. 미래는 이제 확장세계, 가상세계 속에서 아바타와 같은 대리세계 등의 다양한 인권도전에 대비해 인간의 가장 고귀한 인권의 핵심인 정신과 심리를 보장할 수 있어야 미래 국민의 행복을 지킬 수 있다고 보았다. 복지국가를 넘어 이제는 세계 최고의 정신안전국가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인권과 심리적 행복을 지키기 위한 국가의 의무가 잘 읽혀진다.

“민주주의는 선거 하루만 경험되고 실천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루 하루, 그리고 1년 내내 민주주의는 삶에 투영 되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에게는 자유,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는 상호존중과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중략) 민주주의는 탐구하고, 비판하며, 권력자들에게 책임을 요구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중략) 민주주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정부는 앞으로 전국민의 힘과 역량을 모아 미래를 새롭게 만들고자 합니다. 100주년을 통해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고자 합니다.”

이렇게 마무리 짓고 있는 스웨덴 민주주의 미래전략보고서는 자유민주주의 정부 73주년을 맞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부터 1948년 처음 제헌의회에서 채택하고 씨앗을 뿌린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헌법을 시대의 요구와 미래의 도전에 대비해 새롭게 가꾸어 나가야 할지 무거운 숙제를 던져준다. 정치인이 그런 능력이 없다면 한국 민주주의 발전 과정에서 항상 그래 왔듯, 이제 국민이 움직여야 할 때다. 선거혁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진정한 변화를 이끌 일상의 혁명부터 시작해야 할 명제가 우리에게 던져졌다.

▶강한 민주주의 전략보고서 자료 주소
https://kvutis.se/wp-content/uploads/2012/11/strategi-for-en-stark-demokrati-framja-forankra-forsvara.pdf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박선이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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