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미래‧젠더 없는 ‘3無’ 선거… 성평등 사회 향해 담대한 전진 시작해야
정책‧미래‧젠더 없는 ‘3無’ 선거… 성평등 사회 향해 담대한 전진 시작해야
  • 이하나, 진혜민, 김규희 기자
  • 승인 2021.04.09 10:53
  • 수정 2021-04-11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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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궐선거 무엇을 남겼나]
여성신문 젠더위원회 전문가 좌담회

[여성신문은 8일 ‘4‧7 재보궐선거 무엇을 남겼나’를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열고 선거 진단과 함께 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해 신임 시장의 역할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전문가 패널로는 김형준 명지대 교수,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신경아 한림대 교수,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가 참여했고, 김효선 여성신문 발행인이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4·7 보궐선거를 진단하고 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해 신임 시장의 역할에 대한 제언이 이어졌다.]

4·7 재보궐선거가 여권의 참패로 끝났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개표 결과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57.50%를 득표해 더불어민주당 박영선(39.18%)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강남3구’는 물론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모두 야당이 승리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도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가 62.67%를 득표해 민주당 김영춘(34.42%) 후보를 압도했다. 

8일 오전 서울 서대문 골든브릿지빌딩에서 여성신문이 '4·7 보궐선거 무엇을 남겼나 성평등 사회를 향한 담대한 전진' 좌담회를 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여성신문은 8일 ‘4‧7 재보궐선거 무엇을 남겼나’를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열고 선거 진단과 함께 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해 신임 시장의 역할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왼쪽부터), 신경아 한림대 교수,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 ⓒ홍수형 기자 ⓒ홍수형 기자

전임시장 성폭력으로 초래된 선거
결국 LH‧생태탕‧페레가모만 남아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이번 선거를 정책과 성평등 의제, 미래, 정책이 실종된 ‘3무(無)’ 선거로 규정했다. 여당 참패의 원인으로는 그동안 켜켜이 쌓인 시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봤다. 여당 소속 전임 시장의 성폭력 이슈로 치르는 선거였으나 ‘부동산’을 둘러싼 네거티브 공방만 거셌다.

거대 양당은 성폭력 문제를 정쟁으로만 소비할 뿐, 문제 해결을 위한 제대로 된 공약과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오세훈‧박영선 후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5대 대표 공약에서 ‘성평등’, ‘성폭력’ 키워드는 사라진 점을 꼬집었다. 오세훈 시장의 경우, ‘안심’을 공약의 중요 키워드로 내세우고 여성 안전을 위한 제도 강화를 강조했으나, 이 공약에서조차 ‘성폭력’은 언급되지 않았다. 두 후보의 공약 속 여성은 ‘육아를 하는 엄마’,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만 등장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방송3사의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출구조사 결과 성별·연령대별 분석 ⓒKBS 화면 캡처
방송3사의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출구조사 결과 성별·연령대별 분석 ⓒKBS 화면 캡처

20대 남성, 여당에 등 돌린 이유
‘페미니즘’ 아닌 ‘공정’ 문제 때문

이번 보궐선거에서 통상 ‘청년=진보’라는 공식이 깨졌다. 7일 발표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의 72.5%는 오세훈 시장을 선택했다. 신경아 한림대 교수는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를 ‘남녀갈등’이 불거진 것으로 해석하는데 경계해야 한다”면서 “‘조국 사태’ 등 공정성 문제와 취업난을 겪은 ‘생존 세대’인 20대 남성들의 불만이 이번에 분출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20대 여성의 15.1%, 30대 여성의 5.7%가 거대 정당이 아닌 여성‧청년‧성소수자‧환경 이슈를 내세운 군소 후보에 투표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20대 여성은 강남역 사건, 미투 운동 이후로 강을 건넌 셈이다. 이들은 더 이상 부모 세대의 젠더 의식을 가지고 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던 당시 기대가 굉장히 높았던 데 비해 페미니즘과 성평등에 있어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며 “여성을 투표장으로 이끌 만큼 민주당이 노력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8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8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오 시장 ‘박원순 지우기’ 넘어
잘한 정책은 계승하고 꽃 피워야

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해 새 시장은 더욱 적극적으로 성평등 정책 추진에 나서야 한다. 오세훈 시장이 ‘박원순 지우기’를 넘어 잘한 정책만큼은 계승 발전시키는 방식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미국 부시 대통령이 당선 직후 전 대통령인 ‘클링턴 뒤엎기 ABC(Anything But Clinton)’ 전략을 구사했던 것을 언급하며 오세훈 시장이 ‘박원순 지우기 ABP(Anything But Park)’를 하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박원순 시장 정책을 전면 부정보다는 잘한 것은 계승하고 문제가 있는 것은 바꾸는 정책을 폈으면 좋겠다”며 “미래에 대한 투자를 했으면 좋겠다”며 “박 시장이 취약했던 것은 서울의 도시경쟁력 지수를 떨어뜨린 것인데 글로벌 도시 서울을 위해 미래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성 인재 등용을 많이 해서 여성을 배려한다기보다 정상적으로 차이가 차별을 낳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서울시의 성평등 문화가 기업의 롤모델이 될 수 있도록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신경아 교수 역시 “박원순 전 시장의 업적 중 가장 잘한 부분은 여성정책”이라며 “이미 구축된 젠더 거버넌스 등의 성과를 지워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박 전 시장은 서울 여성 시민을 도운 조력자였다고 생각한다”며 “서울 여성정책의 주도권과 판권은 서울 여성 시민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오 시장이 서울 여성 시민과 함께 소통하면서 기존의 여성정책을 지속해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4‧7 재보궐선거 무엇을 남겼나> 좌담회 영상이 9일 오후 3시 여성신문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실시간 스트리밍됩니다. (https://youtu.be/8I4EfUz62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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