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 무엇을 남겼나]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새 서울시장, 박원순 성추행 사건
제대로 짚고 2차 피해 줄여야

8일 오전 서울 서대문 골든브릿지빌딩에서 여성신문이 '4·7 보궐선거 무엇을 남겼나 성평등 사회를 향한 담대한 전진' 좌담회를 열고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홍수형 기자

4·7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거대 양당 후보가 내놓은 주요 5대 공약에서 ‘성평등’ ‘성폭력’ 용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이번 선거 과정에서 선거를 치르게 된 원인은 삭제된 채, 정쟁만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여성신문>은 8일 서울 서대문구 본사에서 ‘성평등 사회를 향한 담대한 전진’을 주제로 4‧7 보궐선거 평가 좌담회를 열었다. 이날 좌담회 패널로는 김형준 명지대 교수,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신경아 한림대 교수,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가 참여했고, 김효선 여성신문 발행인이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4·7 보궐선거를 진단하고 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해 신임 시장의 역할에 대한 제언이 이어졌다. 

선거 공약에서 사라진 ‘성평등’ ‘성폭력’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이번 선거에 대해 “정책 중 부산에서는 1, 2번 후보가 성평등 옴부즈만 제도, 성평등 정책관 신설 등을 공약을 내놨다”며 “그러나 서울시장 후보 공약에서는 성폭력, 성평등이라는 단어 하나 등장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는 4.7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부산시청 여성고위직 확대, 성평등정책관 신설, 성평등 옴부즈만 제도 시행, 여성창업센터 설치, 육아비용 지원, 학교돌봄터 추진, 육아휴직 제도 개편 등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서울시 후보를 낸 여당은 더욱 성평등 정책을 내야 하는데 ‘안심’ 키워드에서도 성폭력에 대한 언급조차 없었다”며 “의도적으로 이 의제를 삭제하는 것이 선거에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한 주체는 누구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겨레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민 유권자 66.8%는 성추행 피소 직후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한 추모를 ‘2차 가해’라고 밝혔다”며 “성폭력은 인권의 문제이며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국민들의 인식변화에도 정당에서는 이러한 인식을 없애려는 정치적 행위를 했다”라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이번 선거가 시작된 배경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은 젠더폭력에 대해 특별TF를 가동하는 정당이었다”며 “3년 전 안희정 사건이 불거졌을 때 그날로 출당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결정을 했던 TF위원장은 남인순 의원”이라며 “그러나 박 시장사건에서는 완전히 다른 입장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특히 여당은 중대비리 경우 보궐선거에 후보 내지 않았겠다고 했지만 긴급하게 당원 투표를 통해 규정을 바꿨다”며 “이는 성폭력을 중대범죄로 보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비판했다.

8일 오전 서울 서대문 골든브릿지빌딩에서 여성신문이 '4·7 보궐선거 무엇을 남겼나 성평등 사회를 향한 담대한 전진' 좌담회를 열고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홍수형 기자

“오세훈 시장, 박원순 사건 제대로 짚고 2차 피해 줄여야”

새 서울시장에는 지금 벌어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을 제대로 짚고 교육과 예방을 통해 어떤 사례가 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피해자의 일상 복귀는 조직 기관장의 의지도 물론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무엇이 피해자의 복귀를 안정되게 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문제를 우선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에게 특혜를 주라는 것이 아니라 어떤 피해자라도 불이익 받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조직 전반의 신뢰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래야 2차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지난 1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서울시에 권고해 만든 매뉴얼을 언급하며 노동자에게 이중삼중 과제를 부과하는 대책에 대해 문제적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사항에 대한 서울시 이행계획’을 지난 4일 공개했다. 여기에는 비서가 해서는 안 되는 10가지 사적 업무 유형을 규정했다. 대표적으로 업무와 관련 없는 사적 연락, 문자메시지·사진·이모티콘 전송이 금지된다. 겉옷 입혀 주기와 옷매무새 다듬어 주기도 불가능하다. 근무와 관련 없는 개인 일정관리 및 개인 행사 동행이 제한된다. 시장의 방문객 응대 시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해서도 안 된다.

그는 “비서에게 금지하는 방식으로 짜져 있는데 이것은 노동자에게 이중삼주 과제를 부과하는 방식”이라며 “성폭력 문제 해결력을 높이는 것부터 제대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이어 “성평등한 변화를 거스르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4‧7 재보궐선거 무엇을 남겼나> 좌담회 영상이 9일 오후 3시 여성신문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실시간 스트리밍됩니다. (https://youtu.be/8I4EfUz62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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