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 무엇을 남겼나?]
신경아 한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젠더 거버넌스 등 잘한 정책 지워선 안 돼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홍수형 사진기자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20대 남성의 국민의힘 지지율이 앞도적으로 높게 나타난 데 대해 "페미니즘 백래시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홍수형 사진기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 20대 남성의 국민의힘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난 데 대해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가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8일 여성신문사에서 열린 ‘4·7 보궐선거 무엇을 남겼나: 성평등 사회를 향한 담대한 전진’ 좌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여성신문>은 8일 서울 서대문구 본사에서 ‘성평등 사회를 향한 담대한 전진’을 주제로 4‧7 보궐선거 평가 좌담회를 열었다. 이날 좌담회 패널로는 김형준 명지대 교수,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신경아 한림대 교수,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가 참여했고, 김효선 여성신문 발행인이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4·7 보궐선거를 진단하고 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해 신임 시장의 역할에 대한 제언이 이어졌다. 

앞서 방송 3사가 7일 진행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양당 간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20대 남성 72.5%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택했다고 밝혔으며 이는 60대 이상 남성(70.2%)보다도 높았다. 

신 교수는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를 ‘남녀갈등’이 불거진 것으로 해석하는데 나는 다르게 본다”며 “20대 남성이 페미니즘을 싫어해서 돌아섰다는 해석을 민주당에서 내리지 않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방송3사의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출구조사 결과 성별·연령대별 분석 ⓒKBS 화면 캡처
방송3사의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출구조사 결과 성별·연령대별 분석 ⓒKBS 화면 캡처

신 교수는 최근 20대 남성이 주로 접속하는 소위 ‘남초’ 사이트 중에서도 정부에 비판적인 성향을 보이는 사이트에 살펴봤다며 “민주당 지지를 철회한 이유를 밝힌 수십개의 댓글 중 어림잡아 10명 중 9명은 원인을 ‘조국 사태’로 꼽았다”며 “10명 중 1명 정도만 ‘나는 페미(페미니스트)가 싫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신 교수에 따르면 20대 남성이 '조국 사태'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취업난과 연관된다. 신 교수는 “현재 20대는 ‘생존 세대’라고 불린다. 이들이 태어난 이후로 한국 경제는 한번도 좋았던 적이 없다”라며 “취업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인 입시에서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여겨 민주당의 도덕성을 비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20대 여성이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선거에서 20대 여성의 15.1%, 30대 여성의 5.7%가 거대 정당이 아닌 군소 후보에 투표했다. 신 교수는 “20대 여성이 민주당을 선호한다기보다는 국민의힘에 대한 선호도가 낮은 것”이라며 “현재 20대 여성은 강남역 사건, 미투 운동 이후로 강을 건넌 셈이다. 이들은 더 이상 부모 세대의 젠더 의식을 가지고 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던 당시 기대가 굉장히 높았던 데 비해 페미니즘과 성평등에 있어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며 “여성을 투표장으로 이끌 만큼 민주당이 노력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10년간 발전한 서울시 여성 정책과 ‘젠더 거버넌스’ 지워선 안 돼"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홍수형 사진기자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미 구축된 서울시 젠더 거버넌스 등의 성과를 지워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홍수형 사진기자

오세훈 시장이 '박원순 지우기'가 아닌 잘한 정책은 계승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추진해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특히 젠더 거버넌스 같은 성평등 정책은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젠더 거버넌스’는 서울시가 25개 자치구 담당자, 서울YMCA·풀뿌리여성네트워크바람·서울시여성가족재단을 비롯해 약 30여개의 풀뿌리 여성모임(단체)과 구축한 민·관 협의체다. 정책 제안 활동가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성평등한 정책과 성평등 서울 조성을 위해 마을 문제를 해결했다.

신 교수는 “박 전 시장이 이런 성취를 끌어냈다고 생각하지 않고, 서울 여성 시민을 도운 조력자라고 생각한다”라며 “서울 여성정책의 주도권과 판권은 서울 여성 시민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오 당선자는 서울 여성 시민과 함께 소통하면서 기존의 여성정책을 지속해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지난 1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젠더 거버넌스 한마당’에서 풀뿌리 여성 활동가들이 성인지 모니터링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서울YWCA
지난 2017년 12월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젠더 거버넌스 한마당’에서 풀뿌리 여성 활동가들이 성인지 모니터링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서울YWCA

신 교수는 오 시장에게 성평등·젠더 관련 정책은 거의 없었다고 봤다. 특히 ‘여성행복 2.0 프로젝트’ 중 여성 비대면(재택·원격 등) 탄력근무 활성화 기업에 세제 지원 등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공약은 “상당히 위험하다”고 봤다. “아이를 키우는 여성만 재택근무하라고 할 경우 핵심적인 업무가 배정되지 않을 것이고, 의사소통 과정에서 상당히 소외될 것”이라며 “가정에서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여성이 큰 부담을 호소하는 현실 속에서 이는 잘못된 접근”이라고 꼬집었다. 

신 교수는 “이제는 청년 여성을 비롯해 그들의 어머니 세대도 마찬가지로 여성이 성역할 고정관념에 묶여있는 시대가 아니다”라며 “신임 서울시장은 여성 시민에게 귀 기울이고, 그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4‧7 재보궐선거 무엇을 남겼나> 좌담회 영상이 9일 오후 3시 여성신문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실시간 스트리밍됩니다. (https://youtu.be/8I4EfUz62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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