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오염' 맑은 공기로 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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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민원기 기자>

“여성 정치세력화는'남녀 균형'잡는 길”

“임종인 공동위원장이 섭섭해할텐데.”

김희선 열린우리당 양성평등위원장은 함께 공동위원장을 맡은 임종인 변호사 걱정부터 했다. 우리당이 남녀평등사회를 지향한다는 취지로 공동위원장제를 도입했는데, 자신만 기사화되는 게 '평등하지 않다'는 까닭이었다.

“내년 총선에서 우리당은 1당이 될 겁니다. 새롭고 참신한, 훌륭한 후보들이 많이 나올테니까요. 우린 이미 전국정당 아닙니까.”

김 위원장은 “정치는 공기와 같다”며 말문을 텄다. 보이지 않지만 없어선 안 될 공기처럼, 정치가 국민에게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돼야 한다는 얘기였다. 김 위원장은 '환기'를 위해 여성들의 정치진출이 크게 늘어야 하며, 최근 우리당이 마련한 정치개혁안도 이를 바탕으로 했다고 강조했다.

“여성의 정치세력화가 남성 위에 서자는 게 아니다”는 김 위원장은 “수천 년간 평등하지 못한 남녀관계를 균등하게 자리잡아 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치는 더 이상 권력이 아니며, 국민에게 봉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호주제 폐지와 관련, “여성부가 잘못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수십 년 동안 굳어진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는 데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 여성위원장 시절, 요즘 여야정치권이 앞다퉈 채택하고 있는 여성관련 정치개혁안을 마련한 이. 독립운동가의 후손답게 친일파 문제를 오랜 세월 화두로 잡고 있다. 최근엔 '제2의 반민특위'라는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특위' 설치에 힘을 쓰고 있다.

김 위원장은 한국여성의전화 초대원장, 민주쟁취국민운동본부(서울) 상임의장 등 재야를 두루 거친 뒤 정치권에 진출한 뒤, 왕성한 지역구 활동으로 '동대문 큰이모'란 별명으로 이름난 여성계 대표 인사다. 바쁜 일정 탓에 약속을 세 번이나 미룬 뒤 13일 국회에서 그를 만났다.

“제2반민특위 꾸릴 것”

- 양성평등위원회란 직제가 독특하다.

“이름을 그렇게 정하고, 남녀 공동위원장을 둔 것 모두 남녀평등 사회를 지향하자는 취지다. 당연한 일이지만, 여태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특이해 보이는 것뿐이다.”

- 당 정치개혁안에 여성관련 개혁안이 얼마나 포함됐나.

“여성의 정치세력화에 중점을 두고 지역구 할당, 가산점제 등 숙원이 거의 모두 들어갔다. 지역구를 299석으로 돌리되, 늘어나는 26석을 모두 비례대표로 하자는 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여성전용구제는 사실 남성들이 걸면 위헌 소지가 있긴 하지만, 3당 모두 거론하고 있어 해볼 만하다.”

- 과거 민주당에 있을 때 낸 안들을 정치권이 모두 받는 형국이다.

“옳은 일이라면 누구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바람직한 일이다.”

- 중요한 건 입법인데.

“각 정당이 손해보는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걱정되는 면도 있다. 지역구 할당 같은 게 그런 거다. 3당 여성위원장이 한 번 모여서 여성 정치진출을 늘리자는 회견이라도 하자는 말도 나왔다. 더 중요한 건 여성들이 경쟁력을 갖추는 일이다. 구의원, 시의원부터 도전해서 스스로 크겠다는 생각을 하라는 주문을 하고 싶다.”

- 준비된 여성이 없다는 걱정인가.

“정치는 공기와 같다. 지금까지는 권력이었지만, 국민에 대한 봉사가 돼야 한다. 여성의 정치세력화도 남성을 지배하려는 게 아니고, 수천 년간 평등하지 못한 남녀관계를 새로 잡자는 것이다. 여성들이 이런 생각을 갖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 대선비자금 정국에 개헌론까지 나오고 있는데.

“개헌론은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선언에 대한 대항마일 뿐이고, 국민을 호도하는 일이다. 비자금이 탄로나니까 뭔가 하는 것처럼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특검도 정치공세다. 비자금은 우리도 석고대죄하고 철저히 수사받아야 할 문제다. 그래야 신뢰를 회복한다. 나도 국민들에게 미안해서 요즘 지역구도 잘못 가는 형편이다.”

“정치후보 역사의식 지녀야”

- 총선 전망을 어찌 보나.

“국민들은 아예 투표를 않거나, 철저하게 심판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 같다. 하지만 정치권은 오리무중이다. 다들 정치개혁을 말하지만, 실제론 안 그렇다. 국민들의 힘이 정치를 제자리에 갖다 줄 것으로 기대한다. 정치혁명을 바라는 젊은층이 현명한 선택을 한다면 우리당이 1당이 된다. 우리에겐 좋은 후보가 많다.”

- 내년 총선에서 우리당이 민주당과 공조할 것이란 얘기가 있다.

“함께 가야 할 상대라고 생각한다. 정범구 의원의 탈당이 도미노 현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

- 총선 전략은 어떤가.

“특별한 전략을 세우지 않았다. 16대 국회에서 한 번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한 것을 국민들이 인정하리라 생각한다. 민족문제에도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왔다. 최근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특별법'을 냈는데, 이게 되면 제2의 반민특위가 생기는 것이다. 이는 반드시 관철하겠다.”

- 이오경숙 공동의장이 여성계에서 정치권으로 왔다.

“당 대표인만큼 법률용어를 써야 하니 이경숙 의장이다(웃음). 정치를 생각하는 여성들에게 역사의식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아울러 정치는 자기헌신과 봉사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제대로 정치를 하려면 기초부터 하나씩 준비해서 차근차근 올라가야 한다.”

배영환 기자ddarijo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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