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인권 관련 국내 법제도 없어...
사회적 차별과 편견로 인해 위험 감수해”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국가인권위원회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국가인권위원회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31일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을 맞아 정부와 국회에 트랜스젠더 차별 철폐를 위한 움직임을 촉구했다.

최 위원장은 31일 성명을 내고 “국내에 트랜스젠더 인권과 관련한 법과 정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고 사회적 차별과 편견로 인해 트랜스젠더는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데에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트랜스젠더 정체성이 정신장애가 아님을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성별 정체성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눌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유엔 인권이사회 및 조약기구, 유럽평의회 등 국제기구도 트랜스젠더의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에 대한 결의안과 권고안, 일반논평을 발표하고, 각 국가에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인권위가 지난해 발표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랜스젠더가 직장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알린 경우는 19%뿐이다.

최 위원장은 “정부의 각종 통계조사와 실태조사에서도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방송과 미디어는 트랜스젠더를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다루기보다 비극적 존재나 편견의 대상으로 다뤄 트랜스젠더에 대한 고정관념과 차별을 오히려 강화하기도 한다”고 비판했다. 또 “트랜스젠더가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용기를 내야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의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트랜스젠더임을 밝히고 소수자 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냈던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과 변희수 전 육군 하사. 커밍아웃 후 사회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던 성소수자들이 최근 잇따라 우리 곁을 떠났다. ⓒ여성신문
트랜스젠더임을 밝히고 소수자 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냈던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과 변희수 전 육군 하사. 커밍아웃 후 사회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던 성소수자들이 최근 잇따라 우리 곁을 떠났다. ⓒ여성신문

또 최근 세상을 떠난 트랜스젠더 고(故) 극작가 이은용씨,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 변희수 전 육군 하사를 언급하며 “우리 사회는 이들을 떠나보내야 했다” 고 지적했다.

이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이러한 우리 사회 각계각층의 노력에, 정부와 국회가 함께 해야 한다”며 “국회는 우리 사회의 차별을 해소하고 평등을 실현할 평등법 제정을 위한 논의를 조속히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성소수자 당사자와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행동하는 모든 분들에게 지지와 연대의 뜻을 밝히면서, 어느 누구 하나 빠짐없이,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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