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 ‘보궐선거 왜 하죠?’ 현수막에
선관위 “선거에 영향 미칠 수 있다” 불허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이 '정치참여 권리를 불허한 선관위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2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이 '정치참여 권리를 불허한 선관위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왜 하죠?’라는 시민단체의 현수막을 막은 이유에 대해 “시민이 선거 실시 사유를 잘 알고 있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현수막 문구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을 떠올리게 하고, 이로 인해 투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선관위가 “임기만료 선거와 달리 언론과 국민의 관심이 집중돼 있어 일반 선거인이 선거의 실시사유를 잘 알고 있는 이번 보궐선거의 특수성, 보궐선거의 실시 사유를 알리고자 하는 해당 단체의 활동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서면 답변을 했다고 30일 밝혔다.

앞서 여성단체 190여곳으로 구성된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공동행동)’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왜 하죠? 우리는 성평등한 서울을 원한다”라는 문구로 현수막을 걸고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이번 4·7 보궐선거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폭력 문제 때문에 치르는 선거라는 점을 알리고 취지였다. 그러나 선관위는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설물 설치를 금지한 공직선거법 90조 위반 소지가 있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는 이번 답변서에서 해당 문구를 불허한 근거로 선거법 제90조 제1항 제1호를 제시했다. 이 조항은 누구든지 선거일로부터 18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현수막, 그 밖의 광고물이나 시설을 설치·게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대해서는 “선거 과정‧결과에 변화를 주거나 그러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일체의 행동으로 해석할 수 있고, 구체적인 사건이 이뤄진 시기, 동기, 방법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해 그 내용을 판단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선관위는 공동행동이 대안으로 제시한 ‘성평등에 투표한다’는 문구 역시 같은 이유로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유경준·이영·전주혜 의원은 31일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를 방문해 “선거 관리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이 공정성·중립성”이라며 “유독 4·7 재·보궐선거에서 선관위가 ‘원칙 없는 고무줄 결정’을 남발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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