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은_범죄다] 피해자 의사에 반하면 가해자 처벌 불가?… “조항 삭제해야”
[스토킹은_범죄다] 피해자 의사에 반하면 가해자 처벌 불가?… “조항 삭제해야”
  • 진혜민 기자
  • 승인 2021.04.01 08:35
  • 수정 2021-04-02 19: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토킹은_범죄다] ①
22년만 스토킹 처벌법 제정
벌금 8만원 경범죄 취급 스토킹
법에 범죄로 명시적으로 규정 의미
‘피해자 의사에 반하여’ 조항 우려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 ⓒ홍수형 기자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 처벌법)’ 제정안이 3월 24일 국회를 통과했다. ⓒ홍수형 기자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 처벌법)’ 제정안이 3월 24일 국회를 통과했다. 오는 9월 시행되는 이 법은 지금까지 경범죄로 취급되던 스토킹을 범죄로 규정해 처벌하게 됐다는 점에서 뜻 깊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제정법에는 ‘반의사불벌’을 의미하는 조항이 담겨 있어 피해자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1999년 첫 법안 발의 이후 22년만 국회 통과

ⓒ이은정 디자이너
ⓒ이은정 디자이너

지난 24일 가결된 스토킹 처벌법은 범죄에 해당하는 스토킹 행위를 규정해 처벌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1999년 국회에서 처음 법안이 발의된 이후 22년 만이다.

스토킹처벌법은 지난 1999년부터 20대 국회까지 모두 12차례 발의됐다. 정춘숙·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대 국회 임기를 시작하면서 각각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안’, ‘스토킹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에 가결된 법률에는 스토킹 행위는 상대방이나 가족에게 이유 없이 접근하거나 지켜보는 행위, 우편·전화·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물건이나 글·영상 등을 도달케 해 불안감을 유발하는 행위 등으로 명시했다.

이 같은 스토킹 행위를 지속적 혹은 반복적으로 하는 경우 스토킹 범죄로 처벌받는다. 스토킹 범죄를 범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만약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이용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형량이 가중된다. 스토킹 처벌법은 필요한 경우 경찰이 ‘100m 이내 접근금지’ 등 긴급조치를 한 뒤 지방법원 판사의 사후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스토킹 처벌법 속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삭제돼야”

법률안에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라고 명시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 조항이 ‘반의사 불벌죄’로 간주되기 때문에 피해자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제라도 스토킹 처벌법이 제정된 것에 대해 다행이라고 하면서도 법의 허점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첫 술에 배부르랴’라는 말이 있다”면서도 “(스토킹 처벌법 제정) 의미는 매우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행 사법제도 내 ‘스토킹’이라는 범죄 명칭이 들어간 것 자체가 의미 있다”며 “지금까지 스토킹은 범죄로 여겨지지 않았다. 이제현장에서 스토커들의 ‘구애행위’라는 변명은 법으로 처벌 가능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눈여겨볼 부분은 스토킹 행위자를 유치장과 구치소에 유치 할 수 있는 점으로 상당한 적극적 제재”라며 “긴급임시조치(주거·직장 100m 내 접근금지 및 전화·이메일 접근금지)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그럼에도 여성계가 지적하는 것은 현재 법률에 반의사불벌죄가 성립되기 때문에 피해자를 협박하거나 회유해서 고소 치하시킬 수 있는 여지는 여전히 열려 있다”며 “특히 전 배우자와 같은 친밀한 관계에서의 스토킹은 피해자가 여전히 신고 자체가 쉽지 않아 피해자 생명권 보호에 장애가 될 수 있는 여지는 여전히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파트너 폭력에 대해 사회적으로 심각한 범죄로 바라보는 인식이 공감대를 얻으면 폐지될 수 있는 가능성은 보인다”고 전망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도 ‘스토킹 처벌법’의 가장 큰 과제로 반의사불벌 조항을 꼽았다. 송 상임대표는 “스토킹은 지속적으로 벌어지는 범죄이고 아는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것을 봤을 때 결과적으로 피해자에게 또 다른 부담을 책임지는 것”이라며 “이 조항이 가장 먼저 없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러한 문제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입법자의 의지가 바뀌어야 하는데 지난 15일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에서 스토킹의 정의를 논의하는 의원들이 ‘지속·반복적이 없으면, 불안감·공포 이런 게 없으면 우리 국회의원들은 (선거 운동할 때) 다 스토킹범죄 하는 거예요’, ‘문자 다 돌리잖아’라고 웃으며 발언했다”며 “이러한 의지를 가진 입법자에게 제대로 된 것을 계속 요구한다고 한들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회의적이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구성요건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라는 정의도 빠져야 한다”며 “행위자의 정당한 이유는 코에 걸면 코걸이이다. 이유라는 것이 통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의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