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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캐나다 교육원이 26일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조기 유학 박람회에 많은 인파가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사진·연합뉴스>

초등생 유학 2001년보다 2배나 늘어

현지 환경 등 꼼꼼한 준비 있어야 성공

국제영어교육박람회가 열린 지난달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홀. 개최 첫날 행사장에는 서너 살밖에 안 되는 어린 자녀들을 동반한 학부모와 직장인 등 3천여명이 몰려들었다. 180여개 부스에 자리잡은 업체 관계자들은 각종 현지 어학 교재와 멀티미디어 학습기기 등 다양한 영어관련 상품판매 및 홍보에 열을 올렸다. 그중 유독 학부모들이 많이 모인 코너는 바로 미국·캐나다 이민유학 컨설팅 부스. 해외어학연수와 영주권 취득 패키지 프로그램 상담 코너에는 발디딜 틈조차 없이 빼곡이 들어찼다.

지난 10월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2003 캐나다 유학·연수 박람회'. 모두 6천여명의 관람객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유모차를 끌고 온 젊은 부부에서부터 초·중·고교생 자녀의 손을 잡고 온 부모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전시 부스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진지한 표정으로 유학 상담을 했다.

현대홈쇼핑이 지난 10월 9일 오후 10시50분부터 90분간 진행한 캐나다 마니토바주 이민 상품 방송에 모두 2,935명의 상담 신청자가 몰렸다. 앞서 9월 28일 1차방송 때도 방송 80분 만에 983명이 신청했다. 특히 이민상품을 신청한 사람의 60%가 20∼30대일 정도로 젊었다. 최근 이민이나 유학을 위해 '탈(脫) 코리아'를 꿈꾸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민 희망자의 증가에는 '교육열이 큰 몫을 차지한다'고 분석한다. 사교육비로 아이 1명당 한 달에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1백만원 이상을 지출하는 현실. 차라리 조기유학을 보내거나 이민을 가버리자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민알선업체인 온누리이주공사측은 “이민 상담자의 70∼80%는 이민을 가려는 이유로 자녀교육을 가장 먼저 꼽는다”고 말할 정도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해외유학 인구는 지난해 말 현재 15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조기유학이 급증세를 타고 있다. 지난 1995년 2,259명에 머물렀던 초·중·고 조기유학자는 외환위기 여파로 98년 1,562명까지 줄었다가 다시 늘기 시작, 2001년에는 7,944명으로 증가했다.

정확한 통계가 나오진 않았지만 지난해에는 1만명을 훨씬 넘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유학비자를 받은 학생 가운데 초등학생 비율은 지난 2001년 7.8%에서 2년 만인 올해 9월 16.5%로 배가 넘게 늘었다. 사교육비에 허리가 휘느니 차라리 조기유학을 통해 영어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가르치겠다는 부모들의 생각에서다.

<조기유학 120% 성공할 수 있다>(숲속의 꿈)의 저자 진용기씨는 “오로지 실력으로만 승부가 결정되는 국제사회에 우리 자녀들이 국제적인 능력을 갖추느냐 못 갖추느냐는 부모들의 과감한 결단과 실천에 달려 있다”며 “이왕 보낼 유학이라면 늦어도 초등학교 4∼5학년 때는 보내라”고 권한다.

하지만 조기유학이 모든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일침을 가한다. 현재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진씨는 “조기유학을 오는 학생들의 대부분이 한인타운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의 강남과 비슷한 한인타운 내 한국인이 설립한 학원식 학교에서 영어를 사용하기는커녕 한국어로 시간만 때우는 경우를 많이 봤다. 또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대학을 다니거나 취업하기 위해 아이를 조기유학 보내는 부모들도 많이 봤다. 조기유학을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더 이상 한국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자녀를 세계에 진출시킬 확실한 포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기유학은 더 이상 찬반논란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박혜란(여성학자)씨의 말처럼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민은 개인의 선택일 뿐이다. 무슨 이유에서건 이민을 떠나는 사람들에겐 주체적으로 변화를 선택하는 용기가 있다고 봐야 할 때”인 것이다. 덧붙여 유학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꼼꼼한 준비와 치밀한 사전 점검, 이민 알선업체의 신뢰도에 대한 정확한 평가, 현지 사정에 대한 다양한 채널 확보”등 실질 내용을 고려해야 한다.

동김성혜 기자dong@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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