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행정수도를 이전하는 문제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새로운 수도의 건설은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나온 아이디어지만, 참여정부는 이를 대선공약으로 내세우고 정부의 계획으로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관련특별법안도 제출했다. 이러한 정부의 방침에 대해 서울시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으며, 국회에서도 찬반논쟁이 가열되고 있고 학자들 간에도 공방이 일고 있다.

행정수도이전은 수도권의 인구집중을 줄이고 국토를 균형있게 발전시키자는 데 목적이 있다. 우리나라 수도권의 과밀현상은 세계최고수준이다. 일본의 동경이나 미국의 뉴욕에도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전체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47%가 한 도시와 그 주변에 몰려사는 곳은 없다.

그래서 인구밀도 차량밀도 오염도 공원면적 등 모든 부문에서 다른 도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생기는 손실도 막대하다. 교통혼잡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이 연간 9조6천억원이며 대기오염의 피해도 8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수도권이 아직도 계속 팽창하고 있다는 점이다. 50년대에 150만명에 불과했던 인구가 그후 10년 단위로 440만명씩 늘어나 이를 수용하기 위해 서울 주변에 많은 위성도시가 생겼고 지금도 신도시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새로운 수도를 건설하자면 돈이 필요하다. 천안시와 같은 50만 인구의 신도시를 2천3백만평의 땅에 건설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45조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그 돈으로 도시를 건설할 것이 아니라 낙후된 지방을 위해 쓰는 것이 더 낫지 않느냐는 주장도 있지만, 소요자금이 전부 비용으로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청사를 만들고 주택을 지으면 결국 건설산업이 활성화되고 고용효과도 창출하게 된다. 신도시에 새로운 산업이 일어난다면 지방경제에 활력을 줄 수도 있다.

서울이 텅 빌까 봐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기우라고 생각한다. 신도시로 인한 인구유출효과를 최대한으로 잡아도 2030년까지 170만명 정도라고 추산하는데 현재 수도권 인구가 늘어나는 추세는 그보다 훨씬 높다. 집을 몇 채씩 가지고 장사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집 값이 떨어질까봐 염려하는 것도 잘못이다. 낮아진다면 세금이 줄어들 것이고 실제로 크게 떨어지지도 않을 것이다.

행정수도이전이 성공하려면 도시의 자족기능이 이루어져야 한다. 전에도 관공서를 지방으로 옮긴 적이 있었으나 교육 등의 문제로 두 집 살림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행정수도 건설 후에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큰 일이다.

더욱이 고속철도가 생겨 서울과의 교통시간이 줄어들게 되어 잘못하면 충청권의 행정수도가 오히려 수도권을 확장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수도에서 교육 문화 후생 등 완벽한 기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행정수도 이전으로 인한 부동산 투기도 경계해야 한다. 충청권의 후보지로 꼽히는 지역에서는 땅 투기가 극성이라고 한다. 철저하게 이를 막지 못한다면 신수도 건설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다.

다른 나라에도 행정수도가 몇 군데 있다. 캐나다의 오타와, 호주의 캔버라, 스위스의 베른 등이다. 계획적인 신도시의 대표적인 사례인 브라질리아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넓은 면적에 잘 정돈된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으나 대도시인 상파울루에 비해 활기가 없어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외국의 사례를 거울삼아 차분하고도 치밀한 준비 속에 행정수도 이전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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