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 총격사건 이튿날
흑인 여성이 텍사스 한인 가게서 난동·폭행·인종차별 발언
당국, 증오범죄로 보고 수사중

지난 17일 텍사스 휴스턴의 한 미용용품점에서 한인 여성이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KRPC Click2Houston 유튜브 영상 갈무리
지난 17일 텍사스 휴스턴의 한 미용용품점에서 한인 여성이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KRPC Click2Houston 유튜브 영상 갈무리

미국에서 아시아인을 겨냥한 증오범죄가 연일 발생하고 있다. 이번에는 텍사스에서 한인 여성이 폭행당했다. 

25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와 인디펜던트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7일 한인 김씨(59)가 운영하는 텍사스주 휴스턴 북부의 미용용품점에서 이런 사건이 벌어졌다.

이날 가게에는 5명의 흑인 여성이 들어와 가발 전시대를 쓰러뜨리는 등 난동을 피웠다. 당시 함께 가게에 있던 김씨의 아들 이씨에 따르면 이들은 가게 안에서 춤을 추고 소리를 질렀으며 주위를 어지럽혔다. 김씨가 장난치지 말라고 요청하자 이들은 “빌어먹을 아시안”, “빌어먹을 중국인” 등 욕설을 퍼부었다. 

이에 김씨는 가게를 나가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들은 계산대로 가서 김씨의 아들과 남편에게 “아시아 사람들은 가발을 팔면 안 된다”, “아시아 사람들은 흑인 시장에 있어선 안 된다” 등의 주장을 하며 위협했다는 것이 이씨의 증언이다. 

김씨의 남편이 경찰에 신고하자 5명 가운데 3명이 가게를 나갔지만, 남은 2명 중 한 명이 김씨를 폭행했다. 이씨에 따르면 가해자는 김씨를 8번 정도 가격하면서 “이 어린 아시안 소녀야(You little Asian girl)”라고 말했다. 이 공격으로 김씨는 코뼈가 부러져 피를 많이 흘렸다고 이씨는 설명했다. 

한인 여성 폭행 사건으로 검찰에 기소된 두 흑인 여성(사진)은 혐의를 부인했다. ⓒClick2Houstson 기사 캡처
한인 여성 폭행 사건으로 검찰에 기소된 두 흑인 여성(사진)은 혐의를 부인했다. ⓒClick2Houstson 기사 캡처

그러나 해리슨 카운티 검찰에 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흑인 여성 2명은 혐의를 부인했다. 이들은 25일 법정에 출석해 “우리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현지 매체인 KPRC에 자신들이 흑인이기 때문에 표적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주인이 자신들을 따라다니며 감시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김씨의 아들인 이씨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사건이 아시아인을 향한 증오범죄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그들이 폭력을 시작했다”라며 “나는 그들이 우리가 아시안이기 때문에 이렇게 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일이 우리에게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손님들은 늘 친절했고 우리도 그들에게 친절했다”라며 “이제 더는 안전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라고 토로했다. 이씨 가족은 사건 후 가게에 안전요원을 고용했다.

현지 매체인 휴스턴크로니클에 따르면 휴스턴 경찰은 증오범죄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 사건을 수사 중이다. 텍사스 법에 따르면 증오범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인종이 공격의 동기가 됐는지를 증명해야 한다. 

실제 가게 폐쇄회로(CC) TV 영상을 보면 해당 여성들이 가게에서 가발 전시대를 흐트러뜨리는 장면, 김씨를 폭행하는 장면 등이 찍혀 있다. 이를 통해 경찰 당국과 현지 언론에서는 증오 범죄로 판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 16일 백인 남성이 조지아주 애틀랜타 인근 3곳의 스파와 마사지 가게에서 연쇄 총격을 가해 4명의 한인을 포함해 8명을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한 바로 다음날 벌어졌다. 애틀랜타 총격 사건 이후 미국 등에서는 ‘아시아계를 겨냥한 혐오와 폭력을 멈춰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시아계 이민자를 위한 이익단체인 ‘아시아·태평양계 증오를 멈추라(Stop AAPI Hate)’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1년 간 아시아계를 겨냥한 인종적 증오범죄는 3795건 보고됐다. 이 가운데 아시아계 여성을 향한 공격은 68%였다. 텍사스에서는 반아시아계 사건이 103건 발생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