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못미] 정부는 잘 된다는데...투명페트병 분리배출제 3달, 현장은 엉망
[지못미] 정부는 잘 된다는데...투명페트병 분리배출제 3달, 현장은 엉망
  • 김규희·최현지 기자
  • 승인 2021.03.28 12:50
  • 수정 2021-05-11 1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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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페트병 분리배출 시행 의무화 3달
정부는 잘 되고 있다는데
서울 시내 분리배출 현장 돌아보니
라벨 안 뜯고 뒤죽박죽 섞어 버리고
결국 관리자가 일일이 분리...주민 갈등도
서울 공동주택 투명페트병 분리배출함에 다른 쓰레기들이 섞여 있다. 라벨, 요구르트병, 치킨무 용기 등은 투명페트병에 해당하지 않는다. ⓒ여성신문<br>
서울 공동주택 투명페트병 분리배출함에 다른 쓰레기들이 섞여 있다. 라벨, 요구르트병, 치킨무 용기 등은 투명페트병에 해당하지 않는다. ⓒ여성신문

“아니 그거 거기 버리면 안 된다니까요.” 18일 서울 강서구 A아파트 단지의 재활용 분리수거함 앞에서 만난 경비원 이모(73)씨는 주민과 다투고 있었다. 주민이 아무렇게나 쓰레기를 버렸기 때문이다. 

투명페트병 분리배출함에는 라벨이 그대로 붙은 페트병, 투명한 과일팩 등 일반 플라스틱으로 분리배출해야 하는 용기도 들어 있었다. ‘투명페트병만 담아주세요’라는 안내표지가 3개나 붙어 있었으나 소용없었다. 이씨는 “2명 중 1명은 투명페트병을 제대로 분리배출 안 한다. 제대로 하라고 하면 짜증 내고 시비를 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제가 분리수거를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서대문구 한 공동주택 분리수거장에 놓인 안내문. ⓒ여성신문
서대문구 한 공동주택 분리수거장에 놓인 안내문. ⓒ여성신문
기자가 투명페트병과 일반페트병이 섞여 있는 분리배출 현장에 나가 있다. ⓒ여성신문

환경부는 지난해 12월25일부터 전국 150세대 이상 공동주택(아파트)을 대상으로 투명페트병 분리배출을 의무화했다. 투명페트병은 장섬유로 가공해 의류, 가방 등으로 재활용할 수 있어 가치가 높다. 정부는 전국 세대수 상위 5개 아파트 550개 단지, 107만 세대를 현장 점검한 결과 88%(485개 단지)에서 투명페트병 별도배출이 시행 중이라고 1월17일 밝혔다.

하지만 분리배출 현장을 돌아보니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였다. 강서구, 서대문구, 서초구, 은평구 등 서울 곳곳에 위치한 아파트 재활용 분리수거 현장 14곳을 돌아봤다. 투명페트병 분리수거함이 있는 곳은 11곳(78%)이었다. 이 중 7곳(63%)은 투명페트병이 아닌 과일팩, 샌드위치 용기 등이 섞여 있었다. 3곳(21%)에는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표지가 없었다. 사실상 분리배출이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기자가 투명페트병과 일반페트병이 섞여 있는 분리배출 현장에 나가 있다. ⓒ여성신문
투명페트병과 다른 쓰레기들이 섞여 있다. ⓒ여성신문

서울 강서구 D아파트 투명페트병 분리배출함에는 온갖 쓰레기가 들어 있었다. 도시락부터 과자, 배달음식 용기는 물론 종이와 비닐까지 있었다. 투명페트병과 다른 플라스틱을 한데 버리던 D아파트 주민 김모(54)씨는 "함께 버려도 다 수거해 가서 괜찮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B아파트 경비원 김모(74)씨는 주차장에 커다란 봉투를 놓고 투명페트병 라벨을 하나하나 뜯고 있었다. 김씨는 “투명페트병 분리배출함이 있지만 많은 주민이 섞어 버린다. 경비원들이 라벨을 제거하고 따로 분류해서 배출한다”고 설명했다. 서대문구 C아파트에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경비원 이모(70)씨는 "주민들은 마음대로 버리고 경비원들이 분리한다"고 말했다.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안내 표지다. ⓒ여성신문<br>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안내 표지다. ⓒ여성신문

이렇듯 잘못된 분리배출을 바로 잡기 위해 지자체와 주민들이 함께 정확한 재활용 방법을 알리고 실천하는 곳도 있다. 서울 은평구는 ‘그린모아모아’ 사업을 통해 2020년 7월부터 구내 모든 주택가 투명페트병 분리배출에 힘쓰고 있다. 매주 금요일 주민들이 봉사자로 나서서 직접 동네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배출하고, 다른 주민들에게 분리배출 원칙을 알려주는 식이다.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참여율이 저조했지만 이제 주민들은 ‘재활용 박사’가 됐다. 

정규환 은평구청 자원순환과장은 “주민들이 스스로 재활용을 실천하도록 지자체와 환경부가 지원하는 협치”라면서 “지금은 구 차원에서 재활용 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서 재활용 사업이 공동주택에서 단독주택 범위로 확대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19일 은평구 주민들이 그린 모아모아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여성신문<br>
19일 은평구 주민들이 그린 모아모아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여성신문
19일 은평구 주민들이 재활용 분리수거를 하고 있다. ⓒ여성신문<br>
19일 은평구 주민들이 재활용 분리수거를 하고 있다. ⓒ여성신문

전문가들은 정확한 분리배출법 홍보와 함께 분리배출 품질 점검을 강조하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아직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관련기사 ▶ 투명페트병 배출 엉망인데...정부·지자체 “품질 점검은 아직” www.womennews.co.kr/news/209583)

 

▷ [환경 기획 지못미] 한국 사회가 직면한 기후위기를 짚어보고, 소비자와 기업, 정부와 지자체의 목소리를 듣는 ‘지구야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지못미)’ 기획기사입니다. 

▶ 잘 버린 페트병, ‘완판’ 패션 아이템 됐다 www.womennews.co.kr/news/209393

▶ 정부는 잘 된다는데...투명페트병 분리배출제 3달, 현장은 엉망 www.womennews.co.kr/news/209524

▶ 투명페트병 배출 엉망인데...정부·지자체 “품질 점검은 아직” www.womennews.co.kr/news/209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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