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전 시장 측 요청으로 첫 재판 연기
재판부, 4·7 보궐 선거 이후로 공판준비기일 공고
피해자 A씨, 부산성폭력상담소를 통해 입장문 통해
“그냥 본인의 죄를 인정하고 죄지은 만큼만 벌 받아라”

오거돈 전 부산시장 ⓒ뉴시스
오거돈 전 부산시장 ⓒ뉴시스·여성신문

오거돈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오 전 시장 재판이 연기되자 “그냥 본인의 죄를 인정하고 죄지은 만큼만 벌 받으시면 안 될까요”라고 밝혔다.

직원 강제추행 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진 오 전 시장 재판은 지난 23일이었다. 그러나 오 전 시장 측 요청으로 연기됐다. 재판부는 변경된 기일을 특정하지 않았다. 다만 4·7 보궐 선거 이후인 내달 13일을 공판준비기일로 공고했다.

오거돈 성폭력 사건 피해자 A씨는 이날 부산성폭력상담소를 통해 입장문을 내고 “당초 오늘 예정됐던 1차 재판은 오거돈의 요청으로 3주 뒤로 그것도 ‘재판준비기일’로 바뀌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A씨는 “누군가에게는 짧은 시간일지도 모르겠으나 저에게는 한겨울 얼음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듯한 끔찍한 시간이 3주나 더 늘어났다”며 “저는 많은 걸 바란 적 없다. 죄 지은 사람은 벌 받고 피해자는 보호받는 상식을 기대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점심식사 중에 옆 테이블 사람들이 저를 욕하는 것을 들었을 때도, 허위사실로 저를 모욕한 기자와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을 때도 저는 제 자리로 돌아가 괜찮은 척 앉아있었다”며 “억지로라도 일상을 되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오 전 시장 변호사를 향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본인이 이 사건을 수임하는 것 자체만으로 정쟁의 빌미가 된다는 것을 모르시나요”라며 “피해자인 제가 정치권과 관련된 의혹에 이렇게도 선을 긋는데 끝끝내 오거돈을 변호하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라고 되물었다. 이어 “당신은 오거돈의 성범죄를 변호하시는 겁니까”라고 질책했다.

부산시장 두 후보도 언급했다. A씨는 “저와 직접 만나 이번 사건을 피해자중심주의에서 관심 갖고 챙기겠다고 말씀해주신 국민의힘 박형준·더불어민주당 김영춘 두 부산시장 후보님들께서 약속을 꼭 지켜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다음은 오거돈성폭력사건 재판연기에 따른 피해자 입장문.

저는 많은 걸 바란 적 없습니다. 죄 지은 사람은 벌 받고 피해자는 보호받는 상식을 기대했을 뿐입니다. 점심식사 중에 옆 테이블 사람들이 저를 욕하는 것을 들었을 때도, 허위사실로 저를 모욕한 기자와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을 때도 저는 제 자리로 돌아가 괜찮은 척 앉아있었습니다. 억지로라도 일상을 되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대단하지도 않은 바람이 왜 이리도 어려운 일이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초 오늘 예정됐던 1차 재판은 오거돈의 요청으로 3주 뒤로, 그것도 '재판준비기일'로 바뀌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짧은 시간일지도 모르겠으나, 저에게는 한겨울 얼음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듯한 끔찍한 시간이 3주나 더 늘어났습니다.

성범죄자 오거돈에게 묻습니다. 사건이 발생한지도 벌써 1년입니다. 함께 기소된 다른 사건들은 그보다 더 오래전 일로 압니다. 지금 뭐하십니까? 그냥 본인의 죄를 인정하고 죄지은 만큼만 벌 받으시면 안 될까요? 사퇴공증 작성 이튿날 산에 올라가 시민들과 V자를 그리며 기념사진을 찍고 팔굽혀펴기 100개를 선보이며 트럼프 형님의 동생임을 자처하던 당신에게 최소한의 양심을 바라는 제가 이상한 겁니까?

재판연기를 신청한 오거돈 변호사 법무법인부산 정재성 씨께도 여쭙습니다. 본인이 이 사건을 수임하는 것 자체만으로 정쟁의 빌미가 된다는 것을 모르시나요? 피해자인 제가 정치권과 관련된 의혹에 이렇게도 선을 긋는데 끝끝내 오거돈을 변호하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오거돈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모두 무혐의 결론이 났다는데, 그렇다면 당신은 오거돈의 성범죄를 변호하시는 겁니까? 수임료 때문에 오거돈 측에 서신 거라면 돈 없는 저는 더더욱 할 말이 없습니다. 오거돈의 자아가 두 개라 추행 당시 오거돈은 오거돈이 아니었다는 말보다는 좀 더 그럴싸한 변론을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저를 협박하고 합의를 종용하며 본인의 책임에서 끝까지 도망쳤던 몇몇 분들께도 한마디 합니다. 1년가까이 제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들으면서 피해자를 보호하는 양 위선 떨던 분들. 제발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 스스로를 속이며 끝없는 자가당착에 빠진 모습이 이제는 한심하고 불쌍하기까지 합니다. 2차 가해 그만 하시고 부디 상식적으로 사시기 바랍니다.

저와 직접 만나 이번 사건을 피해자중심주의에서 관심 갖고 챙기겠다고 말씀해주신 국민의힘 박형준·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두 부산시장 후보님들께서 약속을 꼭 지켜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응원해주시는 많은 분께 늘 감사드립니다.

2021. 3. 23.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