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허휘수 여성 미디어기업 ‘소그노’ 대표
댄서·유튜버·칵테일바 사장·의류브랜드 운영자 등 
‘재밌는’ 일 따라 살아와
최근 에세이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펴내

허휘수 ⓒ홍수형 사진기자
허휘수 소그노 대표가 골목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홍수형 사진기자

스물아홉 살 허휘수 씨는 여성 미디어 콘텐츠 기업 '소그노'의 대표다. 대학에선 나노물리학을 전공했다. 지금은 유튜버에, 춤추고 칵테일도 만들고 옷도 디자인하고 글도 쓰는 '엔잡러'다. 

최근 에세이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알에이치코리아)를 펴냈다. 유년 시절 이야기부터 '유별난 여자애'로 취급받던 경험, 온갖 '재밌는 일'들과 여성 동료들을 만나온 이야기가 들어있다. 그가 자주 하는 말이다.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친구이자 동료, 자매로서 우리 부디 재미있는 일을 하면서 잘 먹고 잘 삽시다.”  

'유튜브알못'에서 여성 미디어 기업 공동 창립자로

허휘수 씨의 삶과 태도, 경험을 담은 에세이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알에이치코리아
허휘수 대표의 삶에 대한 태도와 경험을 담은 에세이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알에이치코리아

소그노는 허 대표를 포함해 여성 7명이 2017년 만든 여성 미디어 기업이자 동명의 페미니스트 유튜브 채널이다. 2019년 '여성가족부형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됐다.

여성의 취업, 비혼, 여성에 대한 차별 등을 주제로 이야기하거나 운동이나 일상 등을 재밌게 담는다. 10부작 웹 예능 '뉴토피아' 시리즈로 호응을 얻었다. 팀원들이 함께 살며 비혼 라이프를 경험하는 관찰형 예능 7부작 ‘우리들의 비혼 다이어리’ 시리즈 등도 반응이 좋았다. 전원 여성인 출연자를 성적으로 대상화하거나 주변화하지 않고도 재미를 선사했다는 평이다. 개설 2년간 1만명을 맴돌던 구독자 수는 4년 만에 약 10배로 늘어 2021년 3월 현재 9.6만명이다. 

허 대표는 영상을 전공하긴커녕 유튜브 플랫폼도 잘 몰랐다. 하숙집을 배경으로 한 시트콤을 만들 거라는 친구 김은하 씨의 말에 "나도 참여할래!"를 외쳤을 뿐이다. 소그노의 첫 콘텐츠인 웹드라마 '세상에 나쁜 애는 없다'에 배우로 출연했다. 이후 영상 기획과 촬영, 편집까지 열심히 배웠다. 

그는 여고, 여대를 졸업했다. 여성이 모든 일을 스스로 해내고, 무엇보다도 여성이 리더가 되는 경험을 했고, 그게 소그노로 이어졌다. 

“동일한 기조를 가진 페미니스트가 모인 것은 아니었지만, 여성을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소그노의 정체성이 정해졌다. (...) 전 스태프가 여성인 업무 현장을 보여주고 좋은 성과를 내는 것만으로도, 미디어 업계 내 여성의 입지를 넓히는 데 작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중에서)

"'페미니스트 선언' 했더니 자유로워졌다"
불안한 시대에 '재밌는 일' 나침반 삼아 나아가

허휘수 씨 ⓒ홍수형 사진기자
허휘수 소그노 대표는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하고 나서부터 자유롭다고 느꼈다"고 말한다. ⓒ홍수형 사진기자

대학에서 나노물리학을 전공했는데 어쩌다 여성 미디어 스타트업 창업에 이르렀는지를 묻자 그는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나노물리학을 전공한 애가 이렇게 사는 게 아니라, 그냥 애초에 저는 저였고 하필 나노물리학을 전공한 거 아닐까요?”

그는 어렸을 때부터 ‘유별나고 특이한 애’였다. 늘 화장을 안 했고 늘 머리가 짧았고 옷도 ‘남성처럼’ 입었다. 3년 전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한 후로 자유로워졌다. “지금껏 여러 오해를 많이 받았는데 '나는 페미니스트다'라고 생각한 뒤부터 자유로워졌어요. ‘이런 여성’으로서 제 나름의 방식으로 여성의 목소리를 내며 살아가는 게 좋아요.”

허휘수 씨 ⓒ홍수형 사진기자
"여성들이 스스로를 챙기기를 바란다"는 허휘수 대표는 유쾌하게 변화무쌍하다. ⓒ홍수형 사진기자

허 대표는 케이팝 댄스 행사, 교육 강의 기획 등 대학 시절 내내 문화예술 관련 경력을 쌓았다. 문화예술 분야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프랑스 문화경영 석사과정을 택했다. 무엇이든 창작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작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오프라인 행사가 죄다 취소되거나 유예되면서 허 대표도 녹록지 않은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재밌는 일을 또 하나 벌였다. 페미니즘 유튜버 '하말넘많' 팀과 함께 스트리트 의류 브랜드인 '스튜디오 포비피엠(4BPM: 4 blocks perfect map)'을 창업한 것이다. 동명의 여성 전용 칵테일 바도 함께 열었다. 그와 동시에 에세이집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의 원고를 썼다. 

허 대표는 ‘재미있다’는 말을 ‘내 마음을 움직인다’는 말과 동의어로 사용한다.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흘러왔다. 장래희망은 없다.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스스로를 챙기기를 바란다”는 그는 유쾌하게 변화무쌍하다. 가치관과 생각을 지속해서 변화시키는 ‘성장캐’로서 그는 당차게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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