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몸이 옳다는 1020 여성들...목숨 앗아가는 섭식장애 주의보
마른 몸이 옳다는 1020 여성들...목숨 앗아가는 섭식장애 주의보
  • 최현지 기자
  • 승인 2021.03.21 11:44
  • 수정 2021-03-23 11: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 먹고 폭식하고...거식증·폭식증 점점 확산
SNS선 마른 몸 동경하는 ‘프로아나’ 운동도
거식증 진료 인원 5년간 4만명 넘어
15~29세 여성 특히 취약
“합병증 등 부작용 심각...전문가 도움 받아야”
굶거나, 먹고 토하기를 반복하거나... 목숨까지 앗아가는 섭식장애를 겪는 1020 여성들이 늘고 있다. Ⓒflickr

“ㅇ월 ㅇ일까지 단식할게요. 물 말고 먹는 모든 건 타래에 올릴 거고 몸무게도 수시로 측정할게요. 못 지키면 ㅇㅇ브랜드 립스틱 사드려요.” 

“같이 자극받으면서 조일 분 구합니다!” “먹토씹뱉(먹고 토하기, 씹고 뱉기) 오래전부터 해왔고요. 죽어라 굶기 잘합니다.”

최근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엔 이런 게시물이 자주 올라온다. ‘프로아나’(pro-ana, 찬성을 뜻하는 ‘프로pro’와 거식증을 뜻하는 ‘애너렉시아anorexia’의 합성어)라는 해시태그도 등장했다. 주로 10대 여성들이 올리는 글로, 마른 몸을 위해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한다는 내용이다. 굶거나, 먹고 토하기를 반복하거나, 변비약·이뇨제 등을 습관적으로 먹기도 한다.

이렇게 섭식장애(eating disorder)를 겪는 여성들이 점점 늘고 있다. 이들은 음식 섭취를 거부하거나 의도적으로 억제하는 신경성 식욕부진증(거식증), 비정상적으로 많이 먹고 의도적으로 구토나 설사를 하는 신경성 폭식증(폭식증) 증세를 보인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월 공개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거식증 환자는 4만2647명이다. 2016년 7674명에서 2020년 9448명으로 23%P나 늘었다.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2020년 거식증 환자는 여성 7672명, 남성 1776명이었다. 

특히 1020 세대에서 거식증이 늘고 있다. 거식증으로 진료를 받은 10대는 2016년 7%(591명)에서 2020년 8%(768명)으로 5년 사이 1.3배 가까이 늘었다. 20대의 경우, 2016년 1678명에서 2020년 2092명으로 24%P 늘었다. 특히 여성은 1525명에서 1919명으로 25%P 늘었다. 

섭식장애를 앓는 이들이 스스로 질병을 인식하거나 인정하려 하지 않는 경향을 고려하면 실제 환자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남범우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섭식장애 환자들은 (섭식장애 증상을) 자신의 선택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며 “당사자가 치료받겠다는 인식이나 의지가 없기 때문에 잘 낫지도 않고 재발도 쉬우며 치료도 굉장히 어려운 병”이라고 설명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섭식장애 진료 인원 자료를 토대로 작성한 그래프 ⓒ남인순 의원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섭식장애 진료 인원 자료를 토대로 작성한 그래프 ⓒ남인순 의원실

섭식장애가 발생하는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심리적 요인과 사회적 압력이 크게 작용한다. ‘마른 몸이 아름답다’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많은 여성들은 체중을 자존감의 문제로 여긴다. 외모를 바꿔 낮은 자존감과 자기혐오를 해결하려는 심리적 태도가 섭식장애로 이어진다. 주로 15~29세 젊은 여성들이 섭식장애에 취약하다. 특히 10대 여성들은 섭식장애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전문가들은 섭식장애 중 특히 거식증이 심각한 질환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율리 인제대 섭식장애정신건강연구소 교수는 “거식증은 모든 정신질환 중 가장 자살률과 사망률이 높은 치명적인 질환”이라며 “특히 10~20대 거식증 환자는 저체중 및 자살로 또래보다 사망 가능성이 12배 더 높다”고 설명했다. 전덕인 한림대 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생리 중단과 호르몬 변화, 뇌 손상에 이르기까지 부작용이 심각하다”라며 “영양 회복이 시급해 입원 치료가 당장 필요한 경우도 많고, 최근에는 초등학생 이하로 발생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섭식장애를 치료하려면 의료적 도움과 제도적 대책이 함께 필요하다. 김 교수는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할 수 있다며 초기 환자의 자가 평가 등 심리치료 바우처 지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또 “섭식장애로 인한 이차적 합병증 치료는 민간보험에서 보장되지만, 섭식장애 자체는 민간보험 보장이 되지 않기 때문에 병명을 숨기고 입원해야 하는 현실”이라며 만성 난치성 거식증 등을 ‘희귀 난치성 질환’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봤다. 비정상적으로 마른 몸이 아름답다고 여겨지고, 미디어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것도 문제다. 다이어트하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고, 사람마다 몸도 다양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지속해서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의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