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생태원, 온실가스 방출 시 21세기 말 생태계 피해 예측
국내 생물종 약 6%·내륙습지 약 26% 소멸 위험

온실가스가 현재 수준으로 배출되면 21세기 말 구슬다슬기(왼쪽), 참재첩은 한반도에서 영영 사라질지도 모른다. ⓒ국립수산과학원 수산생명자원 정보센터
온실가스가 현재 수준으로 배출되면 21세기 말 구슬다슬기(왼쪽), 참재첩(오른쪽)은 한반도에서 영영 사라질지도 모른다. ⓒ국립수산과학원 수산생명자원 정보센터

구슬다슬기는 하천과 호수 등 물이 깊고 물살이 센 곳 바위틈에 무리 지어 사는 다슬기과의 연체동물이다. 참재첩은 남해 연안의 깨끗한 물속 모래가 많은 진흙 바닥에 서식하는 소형 조개류다. 2080년부터는 이 생물들을 한반도에서 영영 못 볼지도 모른다.   

국립생태원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기후변화가 우리나라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연구 자료집을 지난 12일 발표했다. 21세기 말까지 ‘온실가스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와 ‘온실가스를 적극적으로 감축할 경우’의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적용해 우리나라 생태계 변화와 미래 피해 상황을 진단했다. 연구는 국내에 서식하는 야생 동식물 5700여 종, 내륙습지 약 2500개 지역, 수생태계 담수지역 약 800개, 갯벌 162개, 산림 약 6만㎢를 대상으로 수행됐다. 

기후변화로 인한 온도상승에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측되는 생물종 ⓒ국립생태원
기후변화로 인한 온도상승에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측되는 생물종 ⓒ국립생태원

온실가스가 현재 수준으로 배출될 경우 급격한 기온 상승에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될 수 있는 생물종은 전체 5700여종 중 336종(약 6%)에 달한다. 온실가스를 적극적으로 감축할 경우에 비해 5배나 많은 수치다. 

특히 구슬다슬기, 참재첩 등 담수생태계에 서식하는 저서무척추동물(생활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중에서 생활하는 무척추동물)이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측됐다. 

기후변화로 인한 온도 상승은 외래종에 의한 습지 생태계나 수생태계 교란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예측됐다. 기온이 높아지면 아열대·열대 지방에서 유래한 뉴트리아, 큰입배스 등 외래종의 서식지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뉴트리아에 의한 피해가 예상되는 내륙습지는 온실가스 적극 감축 시 32곳, 그렇지 않을 경우 120곳(국내 2500여 개 중 약 5%)으로 나타났다. 

내륙습지 ⓒ국립생태원
온실가스가 방치될 경우 가뭄현상 발생으로 657개의 국내 내륙습지가 소멸 위험에 놓인다. ⓒ국립생태원

온실가스가 방치될 경우 생물종뿐만 아니라 내륙습지도 소멸할 수 있다. 극한의 가뭄현상이 자주 발생할 수 있어서다. 온실가스를 감축할 경우 피해를 보는 내륙습지는 22곳에 그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657곳이 소멸할 수 있다. 온실가스 감축 여부에 따라 약 30배나 차이가 난다. 

특히 소멸 위험이 큰 습지는 무제치늪, 대암산 용늪 등 높은 지대에 위치해 물 공급이 제한적인 산지습지다. 산지습지는 탄소 저장능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이 지역의 소멸은 탄소 배출을 가속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박용목 국립생태원장은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에 대하여 생태계의 피해를 중심으로 진단했지만 이러한 피해가 인간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라며 “예측된 생태계 피해를 최소화하고 우리 생태계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관련 연구를 지속해서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자료집은 국립생태원 웹사이트(www.nie.re.kr)에서 전문을 확인할 수 있다. 인쇄물은 이달 중으로 전국 관련 기관 및 도서관에 배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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