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시범사업 논의 중...총 사업비 5000만 유로
희망 기업 대상 3년간 주 4일 근무제 시행
한국에선 서울시장 후보들도 주 4일제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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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와 무관. ⓒPiqsels

스페인이 세계 최초로 주 4일제 근무를 추진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5일(현지 시간) 스페인 정부가 진보정당 ‘마스 파이스’(Mas Pais·더 많은 국가)의 논의를 받아들여 주 4일제 시범사업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올해 초 마스 파이스는 희망 기업을 대상으로 향후 3년간 주 4일(3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는 안을 정부에 제시했다.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이 큰 피해 없이 근무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지출비용은 정부가 보상한다. 사업 첫해엔 전액을, 둘째 해엔 50%, 마지막 해에는 33% 보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업은 이르면 올 가을 시작될 예정이다. 아직 논의 시작 단계인 만큼 비용, 참여 업체 수, 일정 등 세부 사안은 알려지지 않았다. 마스 파이스는 “200개 업체, 3000~6000명의 노동자가 참여할 것으로 예측한다”라면서 “총 사업비를 5000만 유로(약 676억원)로 책정했다”며 “이 정도 규모의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나라는 스페인이 최초일 것”이라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이니고 에레혼(37) 마스 파이스 창립자는 “스페인은 유럽 평균에 비해 노동 시간이 더 길지만 가장 생산적인 나라에 속하지 않는다”라며 “더 많은 시간을 일하는 것이 더 나은 일을 의미하진 않는다”라고 말했다. 

스페인 정부가 군소 진보정당 '마스 파이스'의 제안을 받아들여 정부 차원에서 주 4일 근무제 논의를 시작한다. 사진은 지난 2019년 11월 재총선 이후 '마스 파이스'의 대표 이니고 에레혼(중앙)과 당원들. ⓒ스페인 일간지 'El Pais' 웹사이트 갈무리
스페인 정부가 군소 진보정당 '마스 파이스'의 제안을 받아들여 정부 차원에서 주 4일 근무제 논의를 시작한다. 사진은 지난 2019년 11월 재총선 이후 3석을 획득한 '마스 파이스'의 창립자 이니고 에레혼(중앙)과 당원들. ⓒ스페인 일간지 'El Pais' 웹사이트 갈무리

가디언은 코로나19 속 개인의 웰빙과 일의 균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주 4일제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 정보기술(IT) 기업 ‘아윈(Awin)’, 도브 비누로 유명한 ‘유니레버’ 등 이미 주 4일 근무를 시행하는 기업도 있다.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각각 올해 1월, 지난해 12월부터 급여와 복지혜택 등의 삭감 없이 주 4일제를 도입했다. 그 결과 직원 만족도가 높고 생산성도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다음 달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러 후보가 주 4일제 공약을 발표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주 4일 근무제 도입 기업에 인센티브 등 재정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후보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주 4.5일 근무제를 확립해 청년 일자리 문제, 여성의 삶과 육아, 보육 문제 등과 연결해 서울시 대전환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한 지 30년도 채 되지 않았고, 2018년부터 시행된 주52시간 근무제도 안착하지 않았는데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당장 생계가 걱정인 청년들에게 4.5일제 공약은 청년을 두 번 울리는 공약”이라며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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