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A중, 교복 착용 의무 가정통신문 발송
경기 B고 “온라인 수업 때도 단정하게 교복 입어야”
학생들 “집에서까지 교복 입으라는 건 과도한 규제”

집에서 교복을 입고 학교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의 모습. 사진은 기사와 무관. ⓒ여성신문

'학생은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들을 때도 교복을 입어라?' 실제로 이런 학교들이 존재해 논란이다. 학생들의 ‘단정한’ 모습과 ‘올바른’ 수업 태도를 끌어내려는 방안이라고 한다. 학생들은 “집에서까지 교복을 입으라는 건 과도한 규제, 인권침해”라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A중, 교복 착용 의무 가정통신문 발송

서울 송파구 A중학교 학생들은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더라도 교복을 착용해야 한다. 사진은 A중 가정통신문. ⓒ독자 제공

서울 송파구 A중학교 학생들은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더라도 교복을 착용해야 한다. 교복, 생활복, 체육복 중 하나를 입고 수업에 참여해야 한다. A중은 이러한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발송하고 학급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 등을 통해서도 공지했다. 

A중 재학생 방모(15)씨는 “교복 입고 몇 시간 동안 앉아있는 게 너무 힘들다. 친구들도 대부분 불편해하고 사복에 체육복 재킷만 걸치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A중 생활부장은 “교복이 불편하면 체육복을 입으면 된다”며 “학생의 자유를 최대한 인정하고 있다. 벌점 규정은 없다”고 밝혔다. 복장 규정을 만든 이유는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교복 착용 의무화 제도를 개선할지 묻자, 생활부장은 “학교에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통로가 다 있다. 요즘 시대에 학생들이 (교복 입는 것에) 불편하면 (스스로) 건의할 것이다. 논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규정을 만들 수도 있다”고 전했다.

경기 B고 “온라인 수업 때도 단정하게 교복 입어야”

경기 B고에서도 비대면 수업 시 학생들에게 교복을 입도록 지시한다.

B고 재학생 이모(17)씨는 “선생님들이 교복을 무조건 입으라고 강요하지는 않지만, 단정하게 입으라고 말한다”며 “담임 선생님이 개학 전 문자로 온라인 수업 시 주의사항을 보냈는데 그때 교복을 입고 수업에 참여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집에서 수업을 듣는 거라서 ‘꼭 교복을 입어야 하나’라는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B고 생활부장은 “교복을 포함해 생활복과 체육복을 입도록 권장한다. 말 그대로 권장이다. 사복을 입는다고 해서 벌점을 주는 등 페널티가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이어 “몇몇 학생들이 잠옷을 입기도 하고 그런 학생의 모습을 일부 학생이 캡처해 악용할 수도 있어 교복 착용을 권유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교사는 생활복과 체육복을 허용하지 않고 학생들에게 교복만 입히자는 의견도 제시했으나, 학생들이 지금 코로나 때문에 학교도 못 가고 있는데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는 의견이 있었다”며 “그래서 단정한 옷을 입게 하자고 결론 내렸다. 강제로 교복만 입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집에서 생활복을 입고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의 모습. 사진은 기사와 무관. ⓒ여성신문

청소년 인권단체 “화상 수업에 교복 강요는 인권침해”

청소년 인권활동가들은 “비대면 수업에 교복 입기를 강제하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말했다. 

서경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는 “성장할수록 작아지고 불편해지는 교복을 집에서도 억지로 껴입게 하는 것은 학생들의 건강권 등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본래 실시간 수업을 하는 이유는 학생과 교사 간 원활한 소통을 위한 것인데, 복장 규제가 시작되는 동시에 화면은 감시의 통로가 된다”고 덧붙였다.

배경내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교복이라는 게 학생들에게 입기 편한 옷이 전혀 아니다. 사람에 옷을 맞추는 게 아니라 옷에 사람을 맞추는 게 교복이다”며 “자기 몸의 주인인 학생들이 스스로 자기 몸의 주체가 돼 복장과 삶의 자유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복 착용이 학습에 대한 몰입을 높인다는 합리적 근거가 없다. 학생들이 수업에 잘 참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학교가 복장을 규제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수업에 더 집중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수업 질을 높여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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