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약 25억원 지급 결정
"잘못된 판결 선고로 큰 고통 겪어...
법원이 인권의 마지막 보루 역할 수행 못해 죄송"

17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선고공판에서 윤성여씨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진은 윤씨가 법원에서 나와 지인들에게 축하받고 있는 모습이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해 12월17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선고공판에서 윤성여씨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진은 윤씨가 법원에서 나와 지인들에게 축하받고 있는 모습이다. ⓒ뉴시스·여성신문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윤성여(54)씨가 국가로부터 형사보상금으로 25억여원을 받게 된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2월19일 수원지법 제5형사부(부장판사 김은성)는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윤씨에게 형사보상금 25억1720여만원 지급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청구인은 1989년 7월25일부터 2009년 8월14일까지 7326일 동안 구금됐고, 이 사건 청구는 형사보상 및 명예훼복에 관한 법률(형사보상법)에 규정된 보상하지 않는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형사보상금 청구를 인정했다..

현행 형사보상법은 보상금 상한을 보상청구 원인이 발생한 연도의 최저임금법상 일급 최저임금액의 5배로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윤씨가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진범으로 몰려 구금된 기간 및 종류, 정신적 고통, 구금기간 중 받은 손실 정도, 무죄재판의 실질적 이유가 된 사정 등을 종합해 보상 상한을 기준으로 형사보증금을 따졌다.

윤씨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2020년 당시 최저임금법상 일급 최저임금액은 6만8720원으로, 상한은 1일 34만3600원이다. 이에 재판부는 윤씨가 구금됐던 7326일에 34만3600원을 곱해 형사보상금 25억원을 책정했다.

윤씨는 1988년 9월16일 당시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자택에서 박모(당시 13세)양이 잠을 자다가 성폭행당한 뒤 숨진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진범으로 지목됐다. 사건 발생 이듬해 검거된 윤씨는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3심에서 고문을 당해 허위 자백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20년 동안 수감생활을 한 윤씨는 감형돼 2009년 출소했지만 이춘재가 진범으로 밝혀진 뒤 재심을 청구했고, 지난해 12월17일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날 피고인석에 있던 윤씨에게 “경찰에서의 가혹행위와 수사기관의 부실 수사 및 제출된 증거의 오류를 법원이 재판과정에서 발견하지 못해 결국 잘못된 판결이 선고됐다”고 지난 재판부에 과오가 있음을 인정했다. 이어 “20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옥고를 치르면서 정신적·육체적으로 큰 고통을 겪었을 피고인에게 법원이 인권의 마지막 보루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법부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죄의 뜻을 전했다.

윤씨는 이날 “(앞으로)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기를 바란다”며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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