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N번방’ 운영자 문형욱 1심 선고 공판
공대위 “지금도 추가 피해 이어져 참담”
"어리다고, 반성문 냈다고...
형량 감해주는 일 없어야"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가 'n번방 운영자 갓갓의 무기징역 선고를 요구한다' 기자회견을 열고 현수막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가 'n번방 운영자 갓갓의 무기징역 선고를 요구한다' 기자회견을 열고 현수막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오는 11일 ‘N번방’ 운영자 문형욱(25·닉네임 '갓갓')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리는 가운데 여성단체가 재판부에 무기징역 선고를 촉구했다.

여성단체로 모인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는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갓갓 1심 선고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N번방 운영자 갓갓의 무기징역 선고를 요구한다”고 외쳤다.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지금까지 N번방 가담자의 판결을 보면 참담함을 금치 못한다”며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 1300여개를 제작, 배포한 박모씨에게 2년 6개월을,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은 신모씨에겐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두 갓갓 문형욱과 같은 수법으로 성착취물을 제작한 이들”이라며 “아직도 텔레그램에 유령처럼 떠돌며 영상을 구걸하는 많은 성범죄자들이 있다. 제2의 문형욱의 탄생을 지켜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N번방은 판결을 먹고 자랐다”며 “제2의 문형욱을 꿈꾸는 많은 예비 성범죄자들에게 경종을 울릴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유승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변호사는 피해자들의 용기에 재판부가 답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 변호사는 “내일은 텔레그램 N번방의 운영자였던 문형욱의 1심 재판 선고일이다. 검찰은 문형욱의 범행에 대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이 사건의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피해사실을 알리고 수사에 참여하며 피해자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고 이제는 이 사건의 재판부가 짧게는 피해자들의 용기에 답변할 차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절대 잡히지 않을 것이라 자신하며 수사기관을 조롱하던 갓갓 문형욱을 결국 재판정에 세울 수 있었던 피해자들의 용기였다”며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용기가 가해자 처벌로 이어진다는 것을 경험했고 이 같은 경험은 피해자가 피해회복의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또 다른 용기를 갖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가 'n번방 운영자 갓갓의 무기징역 선고를 요구한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가 'n번방 운영자 갓갓의 무기징역 선고를 요구한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이어지는 추가 피해…텔레그램 피해 촬영물 판매한다는 트위터 계정 제보 받아

노선이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추가피해 현황에 대해 설명했다. 노 활동가는 “주된 공범들이 검거되고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도 당시의 피해촬영물과 피해자들의 신상은 여전히 온라인 공간에서 버젓이 거래되고 유통되고 있다”며 “최근까지도 텔레그램 피해 촬영물을 판매한다는 트위터 계정을 발견한 피해자분이 저희에게 알려줬다”고 밝혔다. 또한 “어떤 피해자분들은 또 다시 ‘텔레그램’이라는 키워드가 사람들 입과 검색창에 오르내릴 것이라 걱정한다”며 “자산의 혹은 다른 피해자들의 피해촬영물이 모니터 화면에 나타나고 사람들의 접근이 많아지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렇게 추가피해로 이어지는 상황을 보면서 참담함을 금할 수가 없다”며 “엄중히 경고한다. 지금 당신이 소지하고 시청하고 유포하는 그 피해 촬영물 그리고 피해자와 피해자의 주변인들에게 접근해 위협하고 협박하는 모든 행위는 법적 처벌 대상이다”라고 강조했다.

"어리다는 이유로, 반성문 제출횟수 등으로 형량 감해주는 일 없어야"

김민영 서울특별시립 다시함께상담센터 소장은 법원의 엄중한 판결을 촉구했다. 김 소장은 “문형욱은 한 사람일지언정 복제를 거듭한 수법과 유사정범은 이 땅에 널렸다”며 “그들은 스스로 멈추는 법이 없었고 그들 중 대다수가 남아 있으며 그들이 향유한 능욕의 편린들이 우리와 함께 숨 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 센터는 N번방 피해자들을 지원하면서 해당 사건이 가져온 막대한 변화와 아픔 가운데 피해자들이 살아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지 목도하고 있다”며 “법원은 이 모든 사건 과정에서 보고 들었던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되새기는 것과 동시에 앞으로는 더 이상 피해자의 희생 없이도 안전한 사회, 성평등한 사회, 성착취 없는 사회를 향해갈 수 있는 방법을 반드시 찾아야만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판결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행여나 금전적 편취나 이득의 정도가, 반성문 제출횟수로 집약되는 반성의 정도가, 그들의 젊음이, 동종 전과 전력이나 그 밖의 것들이 그의 형량을 감해주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가 'n번방 운영자 갓갓의 무기징역 선고를 요구한다' 기자회견을 열고 현수막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가 'n번방 운영자 갓갓의 무기징역 선고를 요구한다' 기자회견을 열고 현수막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이후 ‘N번방은 판결을 먹고 자랐다’라고 써진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한편 문형욱은 성착취물을 만들어 텔레그램에 유포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주빈(25)이 운영한 ‘박사방’ 등 성착취물 공유 대화방의 시초 격인 ‘N번방’을 처음 개설했다.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미성년자 성착취물 3762개를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문씨는 2017년 1월부터 1275회에 걸쳐 아동·청소년 피해자 21명에게 성착취 영상물을 촬영하도록 한 후 이를 전송 받아 소지한 혐의도 받는다. 또 2018년 9월부터 2019년 3월까지 피해 청소년 부모 3명에게 성착취 영상물을 유포할 것처럼 협박하기도 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피해자 2명에게 흉기로 자신의 신체에 특정 글귀를 새기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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