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돌봄 공약 점검해보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국민의당 안철수,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왼쪽부터). ⓒ여성신문, 뉴시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국민의당 안철수,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왼쪽부터). ⓒ여성신문, 뉴시스

코로나19 위기는 돌봄의 위기다. 서울시정을 이끌겠다고 손을 든 정치인 가운데 돌봄을 화두로 던진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사람 중심의 ‘돌봄 서울’을 만들 적임자는 누구일까.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20여일 앞두고 여야 대진표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여야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은 여전히 개발 프레임의 부동산 정책과 정쟁이 중심을 이룬다. 코로나 이후 사회는 돌봄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는 대전환이 필요하다. 이른바 ‘돌봄 뉴딜’이 다음 시장의 정책 비전이 돼야 한다. 후보들의 공약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돌봄 보다 개발에 방점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21분 컴팩트 도시’ 공약을 통해 서울 전역을 21개 권역으로 나누는 도시공간을 대전환을 제시했다. 21개 각 권역 내 교통거리로 21분 거리 안에 직장·교육·보육·보건의료·여가 등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대전환”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웠으나 21분 도시는 돌봄보다는 개발에 방점을 찍은 공약이다. 21분 도시를 통해 “강북 도심 집중화와 강남 중심 현상을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돌봄의 개념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는 여러 차례 밝혔다. 돌봄 문제는 공공의 영역이 됐고 서울시장의 역할도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남성이건 여성이건 가족 돌봄을 책임지는 노동자를 정책 대상으로 설정하고 모두를 위한 일·생활 균형 지원 정책으로 관점의 전환 필요하다”며 △‘가족돌봄 차별금지 가이드라인’ 마련 △공적 돌봄서비스 확대 △남성육아휴직 통계 공표 및 우수 기업 인센티브 부여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주 4.5일제 도입에도 긍정적이다. 시가 부모에게 아이돌보미 연결해주는 ‘보육 플랫폼’ 구축은 돌봄 대표 공약이지만 구체성은 떨어진다.

돌봄 가치 인정부터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1호 공약으로 ‘1인 가구 안심 특별대책본부 설치’를 내봤다. 부동산정책이 아닌 1인 가구 안전정책을 내놨다는 점에서 다른 후보와 차별화했다. 오 후보는 “서울 인구의 3분의1이 1인 가구로, 젊은 여성들은 범죄 노출이 불안하고, 어르신들은 질병·만성질환·빈곤·외로움이 문제이기 때문에 1인 가구 특별 대책본부를 통해 보호하겠다”며 취약계층 돌봄을 담은 정책 구상을 밝혔다. ‘여행 2.0 프로젝트(여성이 2배 더 행복해지는 서울)’ 공약에에 담긴 돌봄 공약은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 50% 달성 및 야간 보육시설 확충 △어린이집 CCTV 보관기간 연장 및 정례 공개 의무화 △언택트 가정보육 및 AI 성장관리 시스템 구축공동육아 지원센터 운영이 골자다. 2007년 시장 재임 당시 시작한 ‘여행 프로젝트(여성이 행복한 도시)’의 후신이다. 오 후보는 “여성이 안전하고 행복해야 진정 모두에게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현재 남성의 돌봄 참여를 유인하는 정책이나 돌봄 종사자 처우 개선 구상은 안 보인다. 주 4.5일제 도입에 반대하며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돌봄 관련 공약은 복지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표 복지 공약은 손주돌봄수당 도입이다. 조부모가 2세 이하 손자녀를 돌봐주면 아이 한 명당 한 달에 20만원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안 후보는 “조부모가 돌봄 노동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현실에서 정당한 사회적 보상을 지급하는 것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2세 이하 아동은 약 15만명이며, 조부모가 손자녀를 돌보는 비율은 약 40%이다. 안 후보 측은 15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한 사업으로 현재 재원 조정을 통해 충분히 투입이 가능하다고 예상한다.

안 후보는 노인 대상 복지 공약에 공을 들였다. 구체적으로 △실버케어센터를 100% 확충 △어르신 개인 간병비 제로를 위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전면화 △사물인터넷(IoT)기술을 활용한 서울시 미래형 노인돌봄서비스 체계 구축 △경로당을 실버건강센터로 조성 △사회복지시설 종사 인력의 임금을 현실화 △요양보호사 등의 임금 현실화 등을 제시했다. 안 후보는 UN 산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가 발표한 ‘2020 세계행복보고서’를 인용해 “우리나라 60대 이상 고령층의 행복지수는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은 점수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면서 “이제는 ‘부강한 나라가 행복한 국민을 만든다’가 아니라 ‘행복한 국민이 부강한 나라를 만든다’라는 인식의 대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돌봄 가치나 삶의 방식 전환에 대한 언급은 아직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안 후보가 사회복지 종사자의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한 약속은 눈에 띈다. 2023년까지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급여를 서울시 공무원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요양보호사의 임금을 현실화하고 상해보험 가입 자격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후보들이 이번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원인을 들여다보고 서울시정을 이끌 시장으로서 유권자들에게 무엇을 약속해야 하는지 점검해야 한다”면서 “돌봄의 가치를 인정하고 합리적 보상체계 확립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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