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날인 2일 오전 서울 노원구 화랑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원인은 개인에 있지 않다. 청예단 설립자 김종기 명예 이사장은 아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가해 학생을 만났을 당시, 순종적이고 고분고분한 태도에 어리둥절했다고 한다.  ⓒ뉴시스·여성신문

과거의 학교폭력 피해자가 현재 유명인이 된 가해자를 고발하는 사건으로 세간이 떠들썩하다.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한 사람처럼 보이는 유명인이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는 듯하다. 그중에는 가해자로 지목된 이가 가해 사실을 인정한 사례도 있다. 신뢰를 배신당한 팬들은 슬퍼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한다.

겉보기에 멀쩡한 사람들이 어떻게 학교폭력과 같은 끔찍한 일을 저지를 수 있는 것일까. 그들에게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어떤 인성적 특성이 있는 것일까. 관련 학자 15명이 집필하고 청소년폭력예방재단(청예단, 현 푸른나무재단) 학교폭력문제연구소가 2014년 펴낸 책에는 학교폭력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의 특성이 정리돼 있다. 간단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학교폭력 가해 학생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나 아스퍼거 장애가 있어서 충동을 조절하는 능력이 약하고 사회성이 부족하다. 대인 관계 기술도 부족하다. 지능이 낮거나 자기주장에 익숙하지 못하며 쉽게 불안감을 느끼고 타인을 불신한다. 주위로부터 정직하지 못하다는 평을 듣거나 갑자기 버럭 화를 낸다. 화를 낼 때는 파괴적으로 된다. 양육 과정이 불안정한 탓에 자존감이 낮고 ‘사람들이 나를 싫어한다’고 미리 짐작한다. 평소 싫어하던 형제나 부모의 성향을 주위 사람들에게서도 찾아내어 ‘이 자식도 엄마처럼 내 말을 무시하네’, ‘얘도 나를 때리려 하네’라는 식으로 과민하게 반응한다. 

그럴듯하다. 이런 인성의 소유자라면 학교폭력을 저질러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책에서는 피해자의 특성에 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피해 학생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가 있어서 학업 성취가 낮고 친구들과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부모나 교사의 말에 비순응적이며 충동성으로 인해 반사회적 행동을 보인다. 우울장애가 있으나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가면성 우울증이 많고 성인과 달리 짜증이 심하다. 자존감이 낮고 열등감이 있어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거나 변명하려고 한다. 적대적 반항장애가 있어서 분노발작을 보이거나 수동공격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가족 응집력이 낮고 가족 간 애정이 불충분한 경우도 있다. 가족 내 훈육의 부재 또는 불화의 경험 탓에 자존감이 낮고 기분의 변동이 심하고 좌절을 견디는 힘이 약하다. 그래서 고집을 부리거나 친구와의 타협, 양보, 협상을 하지 않는 등 거부적이고 도전적인 행동을 취한다. 반대로 자녀에 대한 애정이 지나쳐 과잉보호와 자기중심적인 행동을 조장하는 예도 있다.

이상이 전문가가 지적하는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의 특성이다. 정말일까? 아니다. 거짓말이다. 나는 일부러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의 특성을 반대로 인용했다. 첫 번째 인용이 피해 학생의 특성이고 두 번째 인용이 가해 학생의 특성으로 소개된 내용이다. 내용을 반대로 인용한 이유는 학교폭력 문제에서 개인적 요인에 주목하는 것은 거의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다.

오해가 있을까 봐 미리 말해 두지만, 위의 인용은 청예단 학교폭력문제연구소의 독자적인 연구 결과가 아니라 청예단 학교폭력문제연구소가 기존의 연구 결과를 정리해 놓은 것이다. 또한 서술 방식도 원전에서는 위보다 더 신중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내용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 학교폭력 문제에서 개인적 요인에 관한 논의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수준을 넘지 못한다.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원인은 개인에 있지 않다. 청예단 설립자 김종기 명예 이사장은 아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가해 학생을 만났을 당시, 순종적이고 고분고분한 태도에 어리둥절했다고 한다. 피해 학생의 아버지 앞에서 마치 고양이 앞의 쥐처럼 옴짝달싹 못 하는 모습을 본 그는 그들이 불쌍하게까지 여겨졌다고 한다. 가해 학생은 피해자 아버지 앞에서는 쥐가 되기도 하고 교실 안에서는 사자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카멜레온 같은 모습은 가해 학생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잠재적 가해자이며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알아야 할 학교폭력 가해자의 인성적 특성은 이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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