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빈곤 시대. 집은 청년 빈곤의 정점에 있다. 인생의 출발점인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젊은이들. 정부에서 많은 정책과 다양한 집이 제공되기도 했다. 그러나 집을 해결해야 하는 청년들의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주거 정책이 청년들의 삶과 만나는 지점을 찾아내길 바라며 청년들이 사는 그 곳의 진짜 이야기를 소개한다. 피, 땀, 눈물이 담긴 청년들의 주거이야기를 시작한다.   <편집자> 

 

ⓒ홍길동
ⓒ홍길동

 

서울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에서 걸어서 10분, 골목 한 켠에 있는 반지하 투룸. 나름 큰 상도 받은 '프로 뮤지션'인 28세 청년 홍길동(가명) 씨는 이곳에서 남동생과 둘이 살고 있다. 

얼핏 봐도 허름해 보이는 집. 살기엔 어떤가 물었다.

"이곳 관악구에 산 지는 8년 정도 됐어요. 원래는 부모님과 함께 살다가 남동생과 함께 독립한 지 1년 정도 됐어요. 주거 환경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 편이라 괜찮아요. 하지만 예민한 사람은 절대 못 살 것 같긴 해요. 곱등이가 조금 많이 있거든요."

20대 남자 둘이서 사는데 생활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아무래도 먹는 게 가장 큰 문제죠. 식비 부담이 커요. 친구들과 술 한번 먹고 나면 이틀은 굶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할 때도 있어요. 무엇보다도 골고루 챙겨 먹기 힘들다 보니 영양 결핍이 걱정되죠. 몸이 안 좋아지는 게 실시간으로 느껴지곤 해요."

물론 허름하다고 해서 싸지는 않은 게 요즘의 서울 집값이다.

"다행히도 여기가 재개발 예정지거든요. 그래서 월세 20만원에 살고 있어요. 싸다면 싸고 비싸다면 비쌀지도요. 보증금은 2000만원인데, 대출로 마련했어요. 동생은 취준생이라 제가 열심히 벌어 내고 있죠."

재개발 지역은 재개발이 결정되면 계약 기간이 남았더라도 이사를 나가야 한다. 이 때문에 월세 등이 싼 편이다.

재개발이 시작되면, 정비구역 공람공고일 이전 3개월 이상 거주한 세입자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4개월 분의 '주거이전비'를 보상받을 수 있다. 

보상 액수는 '도시근로자가구의 가구원수별 월평균 명목 가계지출'을 기준으로 산정 된다.

또, 사업시행계획인가로 인한 이주일까지 계속 거주한 무주택자라면 임대주택도 공급받을 수 있고 이사 비용도 지급받을 수 있다.

 

ⓒ홍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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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최근 3기 신도시 개발과 관련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땅투기 의혹 등이 제기되고 있는데 그는 어떻게 생각하나 물었다.

"지금이라도 신도시 개발 계획을 취소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정하지 못한 일이고, 어떤 조사를 하더라도 믿음이 가지 않을 것 같아요. 아마 관행처럼 그렇게 해왔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이번 정부라서 터진 것도 있다는 생각을 해요."

뮤지션이면 화려한 삶을 살 거라는 선입견과 달리 '비주류 음악'을 하는 터라 수입이 일정치 않은데, 코로나19로 공연 업계마저 모두 멈춰서는 바람에 길동은 현재 법무사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런 그가 굳이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독립을 선택한 이유가 뭘까.

"우선은 독립해 살아보고 싶었어요. 또, 장남이다 보니 언제까지고 집에 붙어있기도 좀. 이따금 친척 어른들이 오실 때마다 결혼은 언제 하냐 하시는 것도 그렇고."

독립 생활을 하면 아무래도 외롭고 연애 생각이 날 법한데 아직 '솔로'라는 길동.

"연애 생각은 항상 있죠. 하지만 쉽지 않아요. 일도 바쁘고, 지금은 음악 활동에 대한 욕심이 더 큰 것 같아요. 그렇다 보니 관심 가는 사람이 생겨도 도끼를 두 번 찍지 않게 됐어요. 그리고 사회 분위기도 좀. 요즘엔 그러다간 큰일 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거나 미래의 자신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는지.

"좀 더 여유가 생기면 차를 사고, 지방에서 살고 싶어요.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기타를 칠 수 있으니까요. 잔소리를 못 참는 편이라 결혼에 대한 고민은 아직 해본 적은 없어요. 만약 하게 된다 하더라도 아마 각방을 쓰지 않을까 해요. 그리고, 아이를 갖는 것도 원하지 않아요. 왕따 같은 사회 문제도 심각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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