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미술관』

ⓒ북트리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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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성 미술가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나만 억울한 게 아니고, 나만 방황하는 것이 아니고, 나만 슬픈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어요.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다들 그렇게 살아'라는 공허하게 들렸던 위로가 그들의 삶을 통해 실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지요. 그것이 제게 참 위안을 주더라고요. 또한 여성 미술가들이 비록 녹록지 않은 삶을 살았지만, 끝내 너무나도 멋진 작품을 남겼다는 점에 자부심과 통쾌함을 동시에 느꼈어요. '우리 언니'가 세상을 향해 '강펀치'를 날린 느낌이랄까요. 그것이 제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었지요." - 6쪽

고난과 방황, 뿌리 깊은 편견과 싸운 근현대 여성 예술가 15인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룬 예술 교양서다. 평생을 괴롭혀 온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이겨내고 예술혼을 꽃피운 프리다 칼로, 몬드리안보다 먼저 추상회화를 탐구했으나 예술사에 이름을 남기지 못한 힐마 아프 클린트, 19세기 아이를 기르며 작품 활동을 했던 정찬영, 꽃을 그렸지만 꽃으로 살기를 거부한 조지아 오키프, 존 레넌을 전위예술의 세계로 끌어들인 '마녀'라고 비난받은 오노 요코 등의 이야기다. 독보적인 예술을 남겼지만, 모두 '주류' 미술사에서 빠진 여성들이다. 마리 로랑생이나 힐마 아프 클린트처럼 오랜 시간 무명으로 남은 이들도 많다.

저자는 한 아이의 엄마이자 직업인으로서 분주한 일상을 보내며 지칠 때마다 여성 미술가들의 삶과 작품을 들여다보며 위안을 얻었다고 한다. 남성 중심적 세상에서 고정관념에 부딪혔지만 결국 자신만의 예술을 꽃피워 낸 이들의 삶을 통해 용기와 위로를 얻을 수 있다. 

정하윤/북트리거/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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