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3000명·연매출 4억 유로' 이상 대기업 적용

독일 경영인 협회 "세계 경쟁에서 불리하다" 불만

사회·환경 단체 "법안 허점 있다" 비판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판골로 지역의 카카오 농장 ⓒAP/뉴시스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판골로 지역의 카카오 농장 ⓒAP/뉴시스

독일 정부는 현지시간 3일 세계 각국의 제품 공급망에서 인권 침해가 벌어졌거나 환경 보호 기준을 충족하지 않은 기업을 상대로 매출액의 2%를 벌금으로 부과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아동을 착취한 농장에서 아프리카 카카오를 구입한 초콜릿 기업, 임금을 체불한 인도 공장에서 조립된 휴대전화 업체 등에 벌금 폭탄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게르트 뮐러 독일 경제협력개발부 장관은 "모든 인간은 존엄한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 이는 독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적용된다"고 말하며 이 법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직원 3000명 이상, 연매출이 4억 유로(약 5400억원) 이상인 기업의 경우 2023년까지 국가 공급망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연매출의 2%에 해당하는 액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울리케 데머 독일 정부 대변인은 “기업이 인권에 대한 위험을 분석하고, 인권 침해를 방지하며 구제책을 제공하는 동시에 불만 처리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며 "기업은 공급망 전반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독일에서는 국내 노동자의 인권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원자재를 수입하거나 상품 공정이 이뤄질 경우 현지 노동 환경까지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독일 인권단체들은 실사 평가를 실시하도록 법 제정을 요구해왔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해외 원자재 공급망에서 벌어지는 열악한 노동 현장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뮐러 장관은 제1야당인 노동당 소속인 후베르투스 하일 노동사회부 장관과 손을 잡고 법안을 구체화했다.

법안이 승인되자 독일 경영인 협회는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해당 법안은 유럽은 물론 전 세계 경쟁에서 독일 기업을 상당히 불리하게 만든다"며 "독일의 엄격한 규칙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해외 기업들이 결국 독일 기업의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독일의 자동차산업협회 역시 "유럽연합(EU) 차원에서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며 우려했다.

인권·사회단체 또한 독일이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뤄냈다면서도 "법안에 허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인 '공급망 행동 계획(Supply Chain Act Initiative)'은 "이 법안은 대기업에만 적용되며 직접 계약 업체가 아닌 간접적인 협력 업체의 노동과 환경 상황은 점검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꼬집었다.

영국 환경단체인 어스사이트(Earthsight)의 대표 샘 로슨은 “이 법안은 독일의 해외 소비자재 중 최악의 영향을 미치는 환경, 특히 숲과 그에 의존하는 이들의 생계에 미치는 파괴적 영향을 다루지 않았다”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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