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여성과 결혼 안 하면 감옥 간다”
'부부간 성폭행' 부정 발언 등으로 뭇매

인도 대법원 ⓒ트위터 Bar&Bench 계정 갈무리
인도 대법원 ⓒ트위터 Bar&Bench 계정 갈무리

인도 대법원이 성폭행 혐의를 받는 남성에게 피해자와 결혼을 제안하고, 동거 관계에서는 성폭행이 일어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2일(현지 시간) 더힌두, 일간 인디언익스프레스 등 인도 언론에 따르면 샤라드 A. 봅데 대법원장은 전날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남성에게 해당 여성과 결혼하지 않으면 감옥에 갈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공무원인 이 남성은 피해자를 수년간 스토킹하고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대법원에서는 피고인이 낸 보석 요청에 대한 심리가 진행됐다. 

대법원의 제안에 대해 이 남성은 "처음에는 (그 여성에게) 청혼했지만, 지금은 그녀와 결혼할 수 없다"며 "현재 (다른 이와) 결혼한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대법관의 언행을 두고 현지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인도의 인권변호사 프라샨트 부샨은 트위터를 통해 “미성년 여성을 반복적으로 강간한 피의자에게 결혼을 종용한 것은 충격적이고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인도 작가인 가우탐 쿠마르 굽타도 해당 발언에 대해 “퇴행적이고 역겨울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며 “대법원에서 이러한 일이 발생했다는 건 나쁜 선례이자 성폭행 범죄에 대한 수년간의 인식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일갈했다. 

봅데 대법원장은 이날 또 다른 청원 심리에서 동거 관계에서는 성폭행이 일어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소송을 제기한 여성은 결혼을 약속한 남성으로부터 잔혹하게 성적으로 학대당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피고인은 두 사람의 관계가 나빠지자 여성이 허위 소송을 제기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봅데 대법원장은 "두 사람이 남편과 아내로 살아갈 때 남편이 잔혹하고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며 "하지만 이들 사이의 섹스를 성폭행이라고 부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부부간 성적 학대를 인정하지 않는 듯한 이 발언 역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인도 누리꾼들은 "아내의 동의가 없다면 그것은 부부간 성폭행", “슬프다”, “놀랍지도 않다”, “결혼 상태에서 강간이 인정된다면 강간범에게 매일 강간할 권리를 주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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