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깔끔하시던 엄마가 왜 저러시지?' '아버님이 예전에는 안 그러시더니 도로 아이가 되시나, 웬 응석?'사람이 나이 먹으면 변한다고들 말한다. 사실 나이들면서 세상 물정도 알고 철도 들면서 달라지는 것이야 당연한 일, 그런데도 노년기에 달라지는 것들에 대해서는 다들 부정적이다. 노년기가 되면 시각·청각·미각·후각 등의 감각기능은 물론 학습능력·기억력 같은 정신 기능, 식욕·성욕 등의 본능적 욕구 또는 정서와 성격 특성도 많이 달라진다.

기억력 이야기부터 먼저 해보자. 무선전화기가 냉장고 속에서 울리더라는 이야기는 중년 건망증의 고전이 된 지 이미 오래다. 아파트 입구에서 경비 아저씨와 모처럼 긴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니 외출하던 중이었는지 집으로 돌아오던 중이었는지 잠시 헷갈리더라는 이야기에, 차 한 대에 같이 타고 갔던 친구들을 백화점 정문 앞에서 기다리라 해놓고서는 까맣게 잊고 주차장에서 차 빼서 그냥 집으로 와버렸다는 이야기로 받는다.

기억이란, 간단히 말해 밖에서 들어온 정보를 기록해서 저장했다가 나중에 필요할 때 회상해내는 것. 그런데 왜 현관 열쇠를 찾아 온 집안을 헤매면서도, 고향 마을 고샅길은 손에 잡힐 듯 선명하기만 한 것일까. 그것은 나이 들수록 '자주 회상해오던 오래 전 일을 기억하는 장기기억'이나 '한 번도 회상해본 적이 없는 것을 갑자기 회상해내는 최고(最古)기억'능력보다, '어떤 일을 5초나 10초 후에 회상해내는 단기기억'과 '1시간 이상 혹은 며칠 후에 회상해 내는 최근 기억'능력이 크게 약화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갑을 손에 들고 찾고, 돋보기 찾아온 집안을 헤매는 것은 당연지사.

부모님 댁과 우리 집에 칠판 하나 걸어두고 무슨 일이든 생각나는 그 순간에 바로 적어놓기, 메모를 하되 여기저기 말고 달력이면 달력, 수첩이면 수첩에 정해놓고 하기, 열쇠·지갑·휴대폰·돋보기처럼 자주 쓰는 물건은 늘 한 자리에 두기 등을 실천하는 것이 실용적이며 스트레스 받지 않는 길이다. “또 잊어버리셨어요?”에 돌아올 하나뿐인 대답, “너도 늙어봐라…”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역시 한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 어르신사랑연구모임(http://cafe.daum.net/gerontology) 운영. <꽃 진 저 나무 푸르기도 하여라> 저자

함께 보는 영화 속의 노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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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라이프

7Days After Life, 1998 / 감독 코레에다 히로카즈 / 출연 아라타, 오다 에리카, 나이토 타카시 등

죽은 사람들이 영원의 시간 속으로 가기 전 반드시 들렀다 가는 중간역인 림보역. 일주일 동안 이 곳에 머물면서 누구나 자신의 지나온 생애 중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하나 고르면, 나머지 기억은 다 잊은 채 영원의 시간 속으로 떠날 수 있다. 우리도 지금 여기서 지금까지 인생 중 가장 행복한 기억을 딱 한 가지만 골라보자. 그러면 사랑에 대해, 사람에 대해 좀 너그러워질지도 모른다.

함께 읽는 책 속의 노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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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시간의 기억

김원일 연작 장편소설 / 문학과지성사, 2001

유료양로원인 한맥기로원에 사는 네 노인들의 죽음을 앞둔 '기억'을 통해, 일제시대와 전쟁, 이산(離散)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은 이 시대 노년의 삶을 들여다본다. 노년기를 바로 앞에 둔 작가의 통찰력에 힘입어 노년의 삶 속으로 한 발짝 깊이 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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