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고 욕해야만 학폭인가요...더 무서운 ‘조용한 학폭’ 늘어
때리고 욕해야만 학폭인가요...더 무서운 ‘조용한 학폭’ 늘어
  • 이세아 기자
  • 승인 2021.02.24 19:39
  • 수정 2021-03-01 2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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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교사들이 본 최근 학폭 양상
물리적 폭력 없는 교묘한 괴롭힘 늘어
“학교 교육, ‘가해자 되지 말라’에 그치니
학생들도 ‘가해자로 보이지 않는 법’ 배워”
현직 교사들은 요즘 ‘조용한 학폭’이 늘고 있다고 말한다. 때리거나, 욕하거나, 금품을 뜯어내지 않고도 아이들 가슴에 피멍이 들게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Freepik
현직 교사들은 요즘 ‘조용한 학폭’이 늘고 있다고 말한다. 때리거나, 욕하거나, 금품을 뜯어내지 않고도 아이들 가슴에 피멍이 들게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Freepik

나하고만 놀아주지 않는다, 내가 말만 하면 정색하거나 싸늘하게 반응한다, 짝을 이뤄 활동할 때에는 홀로 내버려 둔다, 앞에서는 잘 지내다가도 SNS에선 ‘뒷담화’를 한다....

이른바 ‘조용한 학폭’이 늘고 있다. 초·중·고 교사들이 관찰한 요즘 학교폭력 양상은 물리적 폭력과는 거리가 멀다. 때리거나, 욕하거나, 금품을 뜯어내지 않고도 아이들 가슴에 피멍이 들게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서울 서대문구 A고 J교사는 가해 학생이 인스타그램 등 SNS를 이용해 피해 학생이 소위 명품 ‘짝퉁’을 착용하고 다닌다면서 스타일이 촌스럽다고, 학교 성적이 높지 않다는 이유로 머리가 나쁘다고 비방하는 게시물을 피해 학생 몰래 일부 학생들과 주기적으로 공유하면서, “거의 1년에 걸쳐서 피해자는 무시당해도 되는 애라는 여론을 형성한 사례”를 들려줬다.

“들어보면 아주 미묘하고 교묘해서 피해자 스스로도 ‘이런 것도 학폭인가?’ 싶은 게 많다. 미디어에 나오는 학교폭력은 사회의 상식으로 납득할 수 없는 잔혹하고 가학적인 범죄고, 가해자는 악마 그 자체이지 않나. 하지만 실제로 누군가를 괴롭혀 상처를 주는 방법은 다양하다. 학교에 계속 있다 보면 정말 많은 아이들이 크고 작은 폭력에 노출돼 있다는 걸 알게 된다”고 J교사는 말했다.

인천광역시의 혁신학교에서 근무하는 H 초등교사는 함께 다니던 세 학생 사이에서 일어난 학교폭력 사례를 들려줬다. 위계서열이 다소 높았던 한 가해 학생의 주도하에, 다 함께 ‘떡볶이를 먹자’고 약속하고는 피해 학생에게만 장소를 알려주지 않거나, 피해 학생이 말만 하면 정색하거나 ‘어이없어’라며 핀잔을 주거나, 짝지어 활동해야 하는 체육 시간 등에는 은근히 따돌리는 식이었다.

H교사는 “그동안 신체적 학교폭력은 변명의 여지 없는 잘못이라는 교육이 많이 이뤄졌다. 그래서인지 소위 ‘꼽주기’, ‘은따’ 같은 교묘한 폭력이 늘고 있다. 이런 학교폭력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피해자가 피해를 인정받거나 빠르게 조처하기 어렵다. 서운한 피해자가 폭발해서 억울하게 쌍방 폭력 사건이 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관계에 대한 자신감이나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고 눈치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현 학교의 단속 위주 대응은 별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 강남구 C중학교 P교사는 “학교폭력 예방교육이 여전히 ‘너희는 가해자가 되지 말아야 해’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아이들은 폭력 자체에 대해 고민하기보다 ‘가해자처럼 보이지 않는 법’을 배우게 된다. 최근 ‘스쿨미투’ 등을 계기로 아이들이 학교 내 폭력에 민감해지긴 했지만, 정작 학교에서 그런 것들을 깊이 있게 논의하고 문화를 만들 기회를 제공하기보다는 일단 가해자를 단속하는 데 중점을 둘 수밖에 없는 구조다”라고 말했다.

H교사는 “학교폭력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보다, 사소해 보여도 피해자가 겪었을 오랜 심적 고통에 주목했으면 좋겠다. 성인이 돼서도 그 상처가 남아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라며 “다행히 우리 사회가 학교폭력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 피해자 말부터 들으려고 하고, 가해자의 실력과 인성을 동일 선상에 놓고 보려고 노력하는 경향이 눈에 띈다. 저를 포함한 교사들이 학교의 학교폭력 대응 체계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느끼는 건 사실이다. 그래도 폭력의 본질을 살피고 교육하고, 피해자를 어루만지는 게 학교와 교사의 역할이다. 지금 폭로 사태에 공감하는 많은 이들을 위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침묵하던 피해자들 입 열다...한국 사회 휩쓰는 ‘학폭 폭로’ www.womennews.co.kr/news/208113

▶ “SNS 학폭 폭로, 사회 불신·피해자 고립 심각하다는 증거”  www.womennews.co.kr/news/208115

▶ AI CCTV로 학폭 잡겠다? 정부 대책에 현장은 ‘갸우뚱’ www.womennews.co.kr/news/208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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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 국번없이 117
문자 :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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