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
“코로나에 지친 시민들 푸근한 여성시장 원해…
‘박원순 사건’ 피해자 만나 사과하고 싶다”
모든 인권에 차별 없어야
‘유리천장’ 없앨 제도
돌봄 통합 플랫폼 마련
독일 메르켈 총리 닮고 싶어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홍수형 기자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는 대전환의 시대에 서울을 재도약시키고자 출마했다”며 “코로나로 지친 시민들에게 푸근한 여성 리더십으로 다가가겠다”고 했다. ⓒ홍수형 기자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박영선(61)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여성 시장이 탄생할 때가 됐다”면서 여성 리더십의 강점으로 포용과 위로를 꼽았다.

박 후보는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는 대전환의 시대에 서울을 재도약시키고자 출마했다”며 “코로나로 지친 시민들에게 푸근한 여성 리더십으로 다가가겠다”고 했다.

주요 공약로 ‘21분 컴팩트 도시’를 내세웠다. 21분 생활권 안에서 일·생활·여가까지 가능하도록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21분 컴팩트 도시 안에 △서울형 특화 경제특구와 일자리 △지역헬스케어센터 △양질의 공공병원 및 민관 협력 서울시 지정병원 △돌봄복지센터 △문화예술시설, 도서관 △공공체육시설, 핼스피트니스 △수직정원 △온라인 워크지원센터 등 핵심 자원을 포함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박 후보는 대표 성평등 공약으로는 이사회 구성 시 다른 성별이 반드시 한 명 포함하도록 한 개정된 자본시장법을 언급하며 “서울시 산하기관에도 적용해 여성의 사회진출을 지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월 2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여성신문·뉴시스

미래 100년 좌표 찍으러 왔다

-왜 서울시장에 출마하셨는지요.

“이번 선거는 100년 만에 찾아온 대전환 시기입니다. 100년 전 마차에서 자동차로 바뀌면서 도시도 도로 중심, 자동차 중심으로 발달했습니다. 지금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는 대전환의 시대입니다. 이 시대에 서울의 미래 100년 좌표를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 지난 100년의 도시의 표준이었던 뉴욕이 그랬듯 서울이 디지털 시대의 글로벌 디지털 경제수도가 될 수 있습니다. 그 사명감을 갖고 도시를 재도약시키고자 서울시장에 출마했습니다. 이번 서울시장은 미래 100년의 좌표를 찍는 시장입니다. 정쟁의 대상이 되선 안돼요. 소중한 1년2개월을 정쟁으로 날려버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시민과 공감하며 디지털 도시, 경제 수도로서의 출발점 만들어가야 합니다.”

도시지리학 전공, ‘21분’ 구상에 담아

-2011년, 2018년에 이어 세 번째 출마입니다. 서울시장으로서 강점은.

“지난 10년은 서울시에 대한 경험을 축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대학에서 도시지리학을 전공해 오랫동안 도시에 대해 생각했어요. 지금이 그간의 축적된 생각을 이야기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후보들의 공약에선 도시에 대한 철학이 보이지 않아요. 단순히 재개발, 재건축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에 집중돼있습니다. 제가 ‘21분 컴팩트 도시’ 공약을 발표하자 건축 전문가들로부터 엄청난 관심과 질문을 받고 있어요. 도시를 건축학 적으로 들고 나온 것은 처음 봤다는 반응이에요. 저도 이런 반응에 깜짝 놀랐습니다. 처음 출마 선언을 할 때 캠프에서는 ‘서울시 대전환’에 대해서만 말하고 구체적인 공약은 그 뒤에 하자고 말렸어요. 하지만 ‘뜬구름 잡는 얘기만 할 수 없다’고 생각해 출마 선언 날 21분 컴팩트 도시 공약을 발표했죠.”

전환의 시대 서울에는 여성시장이 필요하다

-“여성 시장이 탄생할 때가 됐다”고 하셨어요.

“도시의 삶이 참 고단하고 힘들어요. 특히 지난 1년 코로나 때문에 시민들이 너무 지쳐있습니다. 시민들이 의지하고 시민들의 얘기를 들어주는 품이 넓고 믿을 수 있는 여성시장을 마음속에 그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로마, 워싱턴, 파리 등 잘나가는 도시의 시장도 여성입니다. 이들은 대부분 롱런하고 있어요. 여성시장의 강점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이어령 선생님이 디지털 시대는 ‘3F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3F는 여성(Female) 영상(Film) 패션(Fashion)을 의미하는데 저는 그 말씀이 디지털 경제 수도의 리더십으로 구현되어야 할 때라고 봅니다.”

2017년 12월 11일 박영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독일 베를린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만나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중재자 역할을 요청했다. 사진=박영선 의원실
2017년 12월 11일 박영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독일 베를린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만나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중재자 역할을 요청했다. 사진=박영선 의원실

 

메르켈 총리를 존경하는 이유

-존경하는 여성 리더를 꼽는다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좋아해요. 2017년 12월 눈이 내리던 날 독일에서 만났어요. 실제로 국가수반이 아니면 만나지 않는데 총리 보좌진들이 ‘다음번 서울시장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했나 봐요. 메르켈 총리가 저를 보자마자 첫 마디가 ‘넥스트 메이어(Next mayor· 다음 시장)’, 두 번째가 ‘우먼 파워(Women power·여성의 힘)’였어요. 당시 원내대표를 끝낸 뒤로 직책도 없었는데 한국의 여성 리더 중 한 명이어서 만났다는 거죠. 그때 메르켈 총리에게서 푸근한 여성 리더십을 느꼈어요. 포용적인 리더십을 보여준 메르켈 총리를 존경합니다.”

-‘엄마 리더십’을 강조하셨어요. 2011년 출마 때에도 “‘엄마 서울’을 만들고 싶다”고 했었죠.

“2011년 출마 때는 동화를 읽어주는 시장이 되고 싶었어요. 지금은 돌봄이 서울시장, 대통령의 어젠다가 될 정도로 중요해졌지만 당시에는 돌봄에 대해 정부와 시가 많이 관여하지 않았죠. 과거에는 옆집에서 아이를 봐주는 게 흔했고 부모 부양도 자식의 도리로 여겼지만 지금은 달라요. 그래서 돌봄이 공공의 영역이 됐습니다. 돌봄을 아는 여성 시장에 대한 필요성이 더 커졌다고 생각해요.”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홍수형 기자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홍수형 기자

통합 돌봄 플랫폼 마련

-구체적인 돌봄 공약은.

“매주 화요일 공약을 발표하고 있어요. 구체적인 돌봄 공약은 3월에 발표할 예정입니다. 돌봄 정책의 방향은 돌봄 플랫폼 운영입니다. 예를 들어 어린이집, 유치원, 방과후 돌봄 등으로 분리돼 있는 돌봄을 통합해 운영하는 플랫폼을 만들어 부모가 취사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국공립어린이집이 부모의 신뢰를 받듯 돌봄 기관도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보는 거죠. 기관마다 주무 부처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으로 나뉘어져 생기는 갈등도 있어요. 서울시가 이 부분에서 부족한 것을 채우는 방식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서울시교육청과도 함께 논의해 풀어나가야 할 문제예요.”

여성시장 존재 자체가 성폭력 제어 효과

-성평등 공약에 대한 유권자 관심도 높습니다. 대표 성평등 공약은 무엇인가요?

“작년 7월 기업 이사회에 다른 성별이 반드시 한 명이 있어야 한다는 법이 통과되면서 기업 환경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서울시에도 그 법을 적용해 여성의 사회진출을 돕고 유리천장을 깨뜨리는데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돌이켜 보면 저는 시대를 잘 만났어요. 그런데 인정받기 위해 남들보다 두 배 더 일해야 했지요. 지금도 상황이 크게 바뀐 것 같진 않아요. 여성들이 편안하게 일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돼야 합니다.

성폭력 관련 공약은 더 다듬어야 합니다. 성폭력 문제로 여성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고도 아무 일 없다는 듯 지내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이제는 그런 시대는 끝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성 시장의 탄생 자체가 성폭력 문제의 제어장치가 마련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에게 몇 번이고 사과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직접 피해자에게 사과할 생각이 있으신가요?

“무엇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인 거죠. 직접 피해자를 만나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주변에 얘기하니 피해자가 (만남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 됐을 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씀들을 해주셨어요. 또 다른 피해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차별 금지’ 기본 생각 확고

-‘차별금지법’에 대한 입장이 달라졌습니다.

“5년 전 그 장소(보수 기독교 단체가 주최한 국회 기도회 행사)에 아무도 가지 않으려 해서 제가 대신 갔었어요. 당시 비대위원이었어요. 충분히 이해되지 않은 상황에서 간 것은 맞습니다. 지난 5년간 많은 생각을 했어요. 그 부분은 인권을 존중해야 하는 문제이고, 시대가 5년 전보다는 이해하는 쪽으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차별금지법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는 표현도 틀리진 않지만, 그 문제에 이해도가 높아졌다는 것이 정확합니다.”

-차별금지법에 찬성하시는 건가요?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로 묻고 예, 아니오로 답하면 갈등이 발생합니다. 법은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것이에요. 제 기본 원칙은 어떤 차별도 있어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박영선 예비후보는?

1960년 1월22일 경상남도 창녕에서 태어났다. 예일초, 덕성여중, 수도여고를 졸업한 뒤 상명대 불문학과에 입학했고 1979년 경희대 지리학과로 편입해 1982년 졸업했다. 1979년 TBC ‘대학가요제’ 본선까지 진출한 경력이 있다. 1981년 KBS에 입사했으나 이듬해 MBC에 아나운서로 다시 입사한 뒤 기자로 직군을 전환해 앵커, 미국 LA 특파원 등으로 일했다. 2004년 퇴사한 후 열린우리당 대변인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 20대까지 내리 4선을 했다. 최고참인 5선의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에 이어 정치계 대표적인 여성 리더다. 헌정 사상 첫 여성 법사위원장, 첫 여성 원내대표를 지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위한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했으나 박원순 무소속 후보와의 단일화 경선에서 패해 후보직을 양보했다. 2018년 서울시장직에 재도전했으나 경선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밀렸다.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직을 수행하던 박 후보는 지난달 26일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경쟁 후보들보다 뒤늦게 출마 선언을 했지만, 여야 후보를 통틀어 차기 서울시장 선호도에서 우세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를 결정하는 경선 투표(26일~3월1일)를 앞두고 21일 민주당 차원 합동연설회를 거쳐 3월1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최종 후보를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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