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왕후’ 식가마, 특허 냈다면 평생 로열티 받았을텐데
‘철인왕후’ 식가마, 특허 냈다면 평생 로열티 받았을텐데
  • 김지우 다선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기업기술가치평가사
  • 승인 2021.02.20 10:28
  • 수정 2021-02-23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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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여 특허로 말하라]
tvN 드라마 ‘철인왕후’의 한 장면. ⓒtvN
tvN 드라마 ‘철인왕후’의 한 장면. ⓒtvN

인기리에 막을 내린 tvN 드라마 ‘철인왕후’를 즐겨본 사람이라면 철인왕후의 육신에 타임슬립한 장봉환(신혜선)의 영혼이 개발한 ‘식가마’를 잊지 못할 것이다.

드라마 ‘철인왕후’는 현대의 청와대 셰프 장봉환의 영혼이 조선 말 철종의 왕비에게로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코믹하게 그렸다. 드라마 속 철종은 정치적 기반이 미약하지만 왕권을 강화해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큰 뜻을 품는다. 하지만 그를 둘러싼 정치 환경은 만만치 않다. 순원왕후의 권력욕, 신정왕후의 정치적 야욕, 세도정치를 펼치는 안동김씨 가문과 그에 대립하는 풍양조씨 가문의 권력다툼 속에서, 본인의 목숨조차 부지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그러니 왕비인 철인왕후도 살아남을 방도를 모색해야 한다.

장봉환이 철인왕후로서 살아남기 위해서 택한 전략은 바로 권력 실세 순원왕후의 마음에 드는 것이었다. 순원왕후가 치통으로 고생한다는 것을 눈치채고, 그녀의 입맛을 사로잡기로 한다. 먹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 사람은 없으니까. 그렇게 순원왕후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기로 한 철인왕후. 음식문화에 대한 지식은 물론, 청와대 셰프로 손맛까지 갖췄으니 철인왕후가 만드는 음식의 맛과 질은 가히 시대를 뛰어넘는 혁명적인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다. 주방에서 순원왕후가 머물던 통명전까지의 거리가 멀어 맛있는 튀김을 만들어도 순원왕후의 처소까지 가는 도중에 다 식고 눅눅해지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비책이 바로 식가마였다.

tvN 드라마 ‘철인왕후’에 등장한, 음식을 옮기는 데 쓰는 식가마. ⓒtvN
tvN 드라마 ‘철인왕후’에 등장한, 음식을 옮기는 데 쓰는 식가마. ⓒtvN

조선 시대에 특허청이 있었다면 식가마는 특허 대상이었을까?

특허 등록을 위해서는 새로운 발명이 기존에 알려진 발명과 비교해 ‘신규’하고 ‘진보’한 것이어야 한다. 즉 새로운 것, 발명의 목적이 특이하거나, 구성이 통상적인 기술자가 만들어내기에 곤란하고, 발명으로부터 유리한 효과가 현저하게 나타나는 것이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특허청에 발명을 출원한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된다.

조선 시대에 특허청이 존재해 식가마가 출원됐다면? 먼저 ‘음식 배달’이라는 매우 특이한 목적을 가진다. 당시의 기준으로 음식을 옮길 때면 식거나 넘치는 것도 당연하다고 여겼을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그릇에 뚜껑을 씌우는 정도가 전부였다.

그런데 식가마는 흔들려서 넘치는 일 없이, 모양이 변하지 않고 온도가 유지될 정도로 짧은 시간 안에 음식을 신속하게 운송한다는 매우 특이한 목적을 가진다. 게다가 원래 사람을 옮기기 위한 가마를 음식을 나르는 데 사용한다는 것은 매우 진보적인 생각이다.

또 드라마 속 식가마는 단순히 사람을 태우던 가마를 음식 운송용으로 바꾼 것이 아니다. 궁에서 사용하던 쟁반이 통째로 들어갈 수 있으면서도 음식 배달에 알맞게 적당한 크기로 재단했다. 한상차림을 위한 배달이 한 번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내부 공간을 구획했다. 창을 없애고 음식의 보온성을 위해 문을 달았으며, 5면을 천으로 둘러쌌다. 가마다리 역시 민첩성을 높이고 무게를 줄이기 위해 가늘게 만들었다. 손으로 잡고 옮기기 좋게 설계된 손잡이도 붙였다. 신규성과 진보성이라는 요건을 충족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새로운 발명품 덕분에 철인왕후는 순원왕후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요리한 튀김을 ‘겉바속촉(겉은 바삭 속은 촉촉)’하고 신속하게 배달할 수 있었다. 철인왕후가 궁 밖에 있을 때 순원왕후가 그를 그리워한 것은 인지상정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저 시대에 특허 출원을 했으면 식가마는 아마도 특허등록이 됐을 텐데… 그러면 철인왕후는 로열티만으로도 평생을 먹고살 수 있었을 텐데…” 상상했다. 출원을 통해 식가마를 공개했더라면 훗날 더욱 진보한 식가마의 탄생에 기여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 상상을 해봤지만 아쉽게도 조선 시대에는 특허청이나 특허 제도는 존재하지 않았다. 특허제도는 지식을 재산으로 인정하는 사회의 산물이다. 기술을 배타적 재산권으로 인정함으로써 기술 발전에 기여하고 사회적 자산을 이룬다.

철인왕후처럼 여성들이 매일매일의 생활 속에서 이뤄온 발명과 특허가 많다. 세상 모든 발명은 작은 필요에서 시작된다. 작은 필요에서 시작해 기존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그 과정에서 남들이 생각하기 어려운 기술적인 부분도 해결해내는 특허권이 여성들에게 더 의미 있는 이유다.

김지우 다선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기업기술가치평가사 ⓒ여성신문
김지우 다선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기업기술가치평가사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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